
천주교 성당과 개신교 예배당을 방문해본 분이라면 십자가 모양이 다르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성당 십자가엔 예수님이 매달려 있고, 교회 십자가에는 예수님이 없지요. 왜 그럴까요?
단순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천주교와 개신교 사이에는 크고작은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성경의 권수(卷數)도 다르고, 각 권을 부르는 명칭도 다릅니다. 천주교 사제는 결혼하지 않고 개신교 목사는 결혼합니다. 또 정교회, 성공회도 각각 조금씩 다른 차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발간한 ‘그리스도인 일치의 여정’은 같은 뿌리에서 시작돼 여러 갈래로 나뉜 그리스도교 교파의 공통점과 차이점 그리고 차이가 생기게 된 유래를 상세히 설명합니다. 주교회의는 이 책의 보도자료에서 ‘천주교에서 쓰고 개신교가 감수한 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4부로 구성된 책은 70개의 문답 형식으로 꾸며져 이해하기에도 쉽습니다. 천주교 신자들의 이웃 그리스도교 교파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발간한 책입니다만 평소 그리스도교 각 교파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궁금하게 여겼던 독자라면 좋은 길잡이가 될 것 같습니다. 저도 이 난을 통해 몇몇 사례는 소개해 드린 적 있습니다만 매우 다양한 문답이 망라돼 저 같은 종교담당 기자에게도 훌륭한 참고자료가 될 듯합니다. 책의 몇 대목을 소개해 드립니다.

◇천주교 성경은 73권, 개신교는 66권
천주교와 개신교는 성경의 권수부터 다릅니다. 신약은 개신교와 천주교 모두 27권인데, 구약은 천주교가 7권 더 많은 46권이기 때문입니다. 천주교는 이른바 ‘칠십인역’ 성경을 초대 교회부터 인정했는데, 종교개혁 당시 마르틴 루터가 7권을 빼고 39권만 구약 정경(正經)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랍니다. 루터가 제외한 7권은 그리스어로 기록된 ‘토빗기’ ‘유딧기’ ‘지혜서’ 등으로 개신교에서는 외경(外經)으로 간주합니다.
성경 각 권의 명칭도 개신교와 천주교가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구약 ‘창세기’ ‘민수기’ ‘신명기’ 등은 같지만 모세의 이집트 탈출을 다룬 ‘출애굽기’(개신교)를 천주교는 ‘탈출기’로 부릅니다. 신약의 경우도 ‘마태오 복음서’(천주교)와 ‘마태 복음’(개신교)으로 각각 다르게 부르는 식으로 천주교는 ‘복음서’, 개신교는 ‘복음’이라고 부릅니다. 바오로(바울)의 서간도 천주교는 ‘로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이라 부르고 개신교는 ‘로마서’로 부릅니다.
성경 각권을 줄여 부르는 방식도 다르지요. 개신교는 ‘마(마태 복음)’ ‘막(마가 복음)’으로 줄이고 천주교는 ‘마태(마태오 복음서)’ ‘마르(마르코 복음서)’로 줄입니다.
◇십자고상(十字苦像)과 십자가
십자가는 로마 시대 흉악범에게 내려진 고통스런 사형의 도구였습니다. 그런데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신 예수님이 죽음의 권세를 이기고 부활했기 때문에 그리스도교에선 승리의 표징이기도 하지요.
천주교는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 위에서 바친 희생 제사를 기념하는 성찬 전례를 중심으로 신앙 공동체를 형성해 왔습니다. 예수님 최후의 만찬을 기억하고 재현하는 희생 제사가 이뤄지는 제대 주위에 십자고상을 세워 두는 것이 중요했지요.
반면 종교개혁가들은 십자가에서 예수님이 매달린 모습을 제외했습니다. 이유는 ‘이미 부활하신 예수님의 현존을 십자가에 두지 않으려는 부활 신앙을 고백하기 위해서’랍니다. 또한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의 형상 자체가 또다른 우상 숭배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개신교 신자가 받은 세례도 천주교에서 유효?
세례는 ‘삼위일체 하느님(개신교는 하나님)을 믿고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받아야 하는 신앙의 표지’로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 지원자를 물로 씻는 예절로 이뤄집니다.
다른 교파에서 세례를 받은 신자가 천주교에 입교할 때 이미 받은 세례는 유효할까요? 정교회나 성공회 신자는 유효합니다. 천주교와 세례성사의 형식과 절차가 일치하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개신교 교단에서 세례 받은 신자의 경우는 어떨까요? 이 경우엔 개신교 교단이 발급한 세례 증명서나 세례 장면 사진 혹은 증인이 필요하답니다. 만약 이런 확인이 어려우면 교리교육과 보충예식을 거쳐 조건부 세례를 받는답니다.

책에는 그밖에도 ‘연옥(煉獄)’ 교리, ‘면죄부(免罪符)와 대사(大赦)’ ‘천주교와 개신교 신자가 상대의 예배와 미사에 참여해도 되나요?’ 등의 문제가 문답 형식으로 설명돼 있습니다. 정교회, 루터교, 장로교, 성공회, 감리교, 침례교, 성결교, 구세군, 오순절교회 등에 대한 간략한 설명도 있고요.
천주교와 개신교의 대화 노력은 오랜 기간 계속돼 왔습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산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 위원회’(위원장 김희중 대주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함께 2014년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 협의회’를 창립해 연대와 협력을 하고 있지요. 이 책 발간도 그리스도인 일치 노력의 하나입니다.
주교회의는 2019년에도 ‘한국 천주교와 이웃 종교’라는 책을 펴낸 바 있습니다. 이 책은 ‘자녀를 이웃 종교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에 보내도 될까요?’ ‘작명소에서 이름을 지어도 되나요?’ ‘이웃이 가져다준 고사떡을 먹어도 되나요?’ 등 일상에서 겪는 종교 문제들을 95개의 문답으로 풀어냈지요.
‘그리스도인 일치의 여정’과 ‘한국 천주교와 이웃 종교’는 이웃 종교와 교파에 대한 이해를 높여 평화로운 공존의 지혜를 제공하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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