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정부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뒤늦게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만약 (한덕수) 총리가 KDI와 국책연구기관이 정권의 입맛에 맞는 연구에만 몰두하고 정권의 나팔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법을 바꾸는 것이 순리”라며 “생각이 다른 의견에 귀를 닫겠다면 더 이상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 사람은 지난 정부에서 마차가 말을 끈다는 ‘소득 주도 성장’을 밀어붙인 장본인이다. 그 책임을 지고 일체의 공직을 맡지 않아야 할 사람이 다른 곳도 아닌 경제 정책을 연구하는 기관장이 됐다. 그것도 모자라 소주성 폐기를 내건 새 정부가 출범했는데도 물러나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몰염치한 행태를 보였다. 그러더니 결국 물러나면서 한 말이 사과나 반성이 아닌 궤변이다.
문재인 정부는 통계청의 경제·일자리 통계가 자신들 입맛에 맞지 않자 정책을 바꾸지 않고 통계청장을 바꿨다. 집값이 급등해 여론이 악화하자 집값 상승률도 자기들 뜻대로 낮춰 발표했다. 이랬던 사람들이 ‘정권 입맛에 맞는 연구’ 운운할 수 있나. 홍 원장이야말로 문 정부 경제 정책의 나팔수 역할을 했던 사람이다. 세금으로 노인·알바 일자리를 양산하고 각종 퍼주기로 경제성장을 한다는 정책을 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연평균 30만~40만명이던 취업자 증가폭은 소주성 1년 만에 5000명대로 곤두박질쳤다. 고용·소비·투자 등 경제 기초 체력이 모두 훼손됐고, 좌파 경제학자들과 여당 대표조차 소주성을 비판했다.
정부의 정책 수립과 추진에 직접 관련이 있는 공기관의 장(長)은 비록 임기가 남아 있더라도 정부가 바뀌면 물러나는 것이 상식이고 순리다. 그런데 문 정부 사람들은 담합이라도 했는지 거의 모두 버티고 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정권과 코드를 맞춰선 안 된다. 기관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추미애 전 장관 아들 문제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때마다 정권과 코드를 맞춰온 사람이 기관의 독립성 운운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국토연구원, 보건사회연구원 등 주요 국책연구원장들도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새 정부의 국정 방향과 전혀 맞지 않는 사람들이 버티는 것은 국정을 훼방 놓겠다는 것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