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5 전쟁 영웅이자 창군(創軍) 원로인 고(故) 백선엽(1920~2020) 장군의 마지막 유언이 최초로 공개됐다. 백 장군의 서거 2주기를 앞두고 장녀 백남희(74)씨가 ‘호국의 고장’ 경북 칠곡군을 찾아 부친의 마지막 말을 전한 것이다. 칠곡군은 6·25 전쟁 당시 백 장군이 지휘한 육군 1사단이 낙동강 전선 방어에 성공한 다부동 전투가 벌어진 곳으로서, 8일 다부동 전적기념관에서 백 장군의 2주기 추모식이 열린다.
7일 칠곡군에 따르면 백 여사는 “아버지가 임종을 앞두고 두 가지 유언을 남기셨다”면서 “한 가지는 유해를 바로 묻지 말고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들러 전우에게 인사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고 했다. 백씨는 또 “다른 한 가지는 경기도 평택의 미군 부대를 찾아 부대 내 워커 장군 동상 앞에서 한미동맹 강화를 위한 메시지를 남겨달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워커 장군은 6·25 전쟁 당시 백 장군과 함께 낙동강 전선 방어선인 ‘워커라인’을 사수해 승리를 이끈 전우였다.

백씨는 부친의 유언을 지키지 못한 안타까운 상황도 전했다. 백씨는 “당시 미군 부대에서 아버지를 맞을 준비를 했지만 반대 목소리가 있어 소원을 이뤄드릴 수 없었다”면서 “저는 아버지의 유언을 하나도 지키지 못한 불효녀이자 죄인”이라고 말했다. 이를 들은 김재욱 칠곡군수는 다부동의 흙을 담은 올리브 나무 화분을 백씨에게 선물했다. 김 군수는 “올리브 나무는 백 장군이 평소 사랑하셨던 평화를 상징한다”면서 “다부동 흙에서 자란 올리브 나무처럼 장군의 헌신이 한반도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백 장군과 칠곡군은 인연이 깊다. 칠곡 다부동은 백 장군을 상징하는 곳으로, 1950년 8월 낙동강 다부동 전투에서 그가 이끈 육군 1사단이 승리하면서 낙동강 전선 방어에 성공했다. 당시 백 장군은 “내가 앞장설 테니, 내가 물러서면 나를 쏘라”면서 북한군이 점령한 고지로 돌격해 전세를 뒤집었다. 백 장군은 32세이던 1952년 최연소로 육군참모총장에 임명됐고, 이듬해 1월 우리 군 최초 4성 장군이 됐다. 1959년 합참의장을 지냈고, 이듬해 예편했다. 지난 2020년 7월 10일 향년 100세로 타계해 국립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백씨는 오는 8일 칠곡 다부동 전적기념관에서 한미동맹재단 등이 주최한 ‘故 백선엽 장군 추모 2주기’ 행사에 참석해 이 같은 부친의 유언과 소회를 전달할 계획이다. 이날 행사에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 박정환 육군참모총장 등도 참석해 백 장군을 기릴 예정이다. 지난달 25일 백선엽장군기념사업회로 구성된 추모위원회 등이 다부동 전적기념관에서 연 백 장군 2주기 추모식에도 시민 800여 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