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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의 꽃이야기] 후박나무·먼나무·담팔수, 제주도 상록 가로수들

[김민철의 꽃이야기] 후박나무·먼나무·담팔수, 제주도 상록 가로수들

<124회>

입력 2021.12.28 00:00
 
 
 
 
 

신종 코로나로 해외 여행이 막히면서 제주도는 올해 압도적인 인기 여행지였다. 제주도에 도착해 공항을 나서면서부터 육지와는 분위기가 다른 것을 느낀다. 공항 출입문을 나서자마자 보이는 상록수와 야자수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다.

제주도는 가로수부터 육지와 다르다. 상록 가로수가 많은데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나무여서 제주도의 독특한 분위기를 내는데 한몫하고 있다. 대표적인 나무가 후박나무다. 제주도에서 줄기가 노란빛을 띠는 회색으로 밝은 편이고 굵고 튼실하게 올라가는 상록수가 보이면 후박나무일 가능성이 높다. 잎은 긴 타원형으로, 반질반질 윤기가 나고 가지를 우산 모양으로 넓게 펼치는 웅장한 수형을 가졌다. 제주공항 출입문을 나오자마자 보이는 나무 중 야자수를 제외한 나무 상당수가 후박나무다. 제주시 가로수 7그루 중 하나(14.6%)는 후박나무다. 봄에 새순이 단풍처럼 붉게 물든 모습도 아름답다.

제주도 후박나무.
후박나무 새순.

후박이라는 이름은 잎과 나무껍질이 두텁다는 뜻의 후박(厚朴)에서 유래했을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일부에서 일본목련을 후박나무라고 부르는데, 자생종 후박나무가 있으니 일본목련은 그냥 일본목련이라고 부르는 것이 좋겠다. 부산 등 남해안 도시에서도 후박나무 가로수를 볼 수 있다.

겨울에 제주도에 가면 꽃이 핀 것처럼 붉은 열매가 잔뜩 달린 가로수가 눈에 확 들어온다. “이게 무슨 나무냐?”고 물어보면 “먼나무”라는 답이 돌아올 것이다. 제주도와 남해안에 자생하는 나무다. 꽃과 열매가 없을 때는 잎 가운데가 살짝 접혀 있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5~6월에 꽃이 피고 가을과 겨울에 달려 있는 빨간 열매도 보기 좋아 최근 제주도에서 가로수로 많이 심고 있다고 한다. 현재 제주시 가로수 열 그루 중 하나(10.4%)가 먼나무다.

제주도 먼나무.

담팔수는 국내에선 제주에서만 자라는 나무다. 제주도가 북방한계선인 나무로, 나무 형태가 우산 모양으로 아름답다. 이 나무는 상록성이면서도 일 년 내내 붉은 단풍잎 몇 개씩을 꼭 달고 있어서 다른 나무와 구분할 수 있다. 담팔수(膽八樹)라는 이름은 중국 이름을 받아들인 것이지만, 잎 8개 중 하나 정도는 붉은 단풍이 들어서 담팔수라고 기억해도 좋을 것 같다. 현재 제주시 가로수의 4.9%가 담팔수다.

 

자세히 보기

 
제주도 담팔수. 상록수지만 붉은 단풍잎 몇 개를 꼭 달고 있다.

구실잣밤나무도 제주도의 독특한 가로수 중 하나다. 봄에 제주도에 가면 가로수나 공원·화단 나무 중에서 연한 노란색으로 밤나무꽃 비슷한 꽃이 피는 상록수를 볼 수 있는데 이 나무가 구실잣밤나무다. 비릿하게 나는 냄새도 밤꽃 냄새와 비슷하다. 잎은 긴 타원형으로 아주 두껍고 질기다. 겨울에 이 나무 아래에 가면 잣 모양의 작은 열매가 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제주도 구실잣밤나무.

녹나무도 제주도에서 자라는 상록활엽수다. 키 40m, 밑동 둘레가 4m 넘게까지 자라는, 매우 덩치가 크게 자라는 나무 중 하나다. 현재 제주시 가로수의 4.4%를 차지하는데, 나무껍질이 회갈색이고 세로로 갈라지는 나무가 있으면 녹나무라고 봐도 무방하다. 4~6월 연한 녹색의 꽃이 피어서 가을에 지름 1㎝ 정도인 둥글고 까만 열매가 달린다. 녹나무라는 이름은 어린나무의 줄기가 녹색을 띠는 데서 유래한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제주도에서 자라지만 일본·중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 중에 ‘녹나무의 파수꾼’이란 제목의 소설이 있다.

제주도 녹나무.

10위권 가로수 명단에는 없지만, 돈나무도 제주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 중 하나다. 큰길 중앙에 있는 화단에 가로수로 길게 심어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줄기의 밑동에서부터 가지가 갈라지면서 마치 전정을 해놓은 듯 둥글게 자란다. 잎이 주걱같이 생겼는데, 윤기가 나고 동글동글 뒤로 말린 채 모여 달린다. 제주도 등 따뜻한 남쪽 바닷가에 주로 분포한다.

돈나무 열매.

지금까지 소개한 후박나무·먼나무·구실잣밤나무·담팔수·녹나무 등 몇 가지 상록 가로수만 기억해 두어도 제주도에 갔을 때 눈이 한결 밝아질 것이다.

 
제주도 상록 가로수. 차례로 후박나무, 먼나무, 담팔수, 구실잣밤나무, 녹나무, 돈나무.
 
 
조선일보 논설위원 김민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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