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12.20 03:00
[헌재 결정문 분석]
北연계된 '자주파'가 黨 장악, 黨 목적·활동 민주질서 위배
黨이념 진보적 민주주의는 사회주의 실현 과도적 체제
헌법을 부정하는 정당까지 정치적 자유 허용될 수 없어
구체적 위험성 제거하려면 黨 해산만이 유일한 방법
19일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한 것은 대한민국 헌법 8조에 근거해 '통진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헌재는 우리 헌법 정신뿐만 아니라 유럽인권재판소와 베네치아위원회가 제시한 정당 해산 기준을 최대한 엄격히 적용해 최종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는 "통진당은 일차적으로 폭력에 의해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최종적으로 '북한식 사회주의' 실현을 목적으로 한 위헌(違憲) 정당"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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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19일 해산 결정을 내린 뒤 통합진보당 지도부가 헌재 대심판정에서 나오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오병윤 전 원내대표, 이정희 전 대표, 강병기 전 경남도당위원장, 김미희 전 의원, 김재연 전 의원, 이상규 전 의원, 안동섭 전 사무총장. /오종찬 기자
①"北 연계된 주사파가 黨 장악"
헌재는 북한과 연계된 '자주파' 세력이 통진당의 주도 세력이 됐고, 통진당이 지도 이념으로 내세운 '진보적 민주주의'는 북한식 사회주의 실현을 위한 과도기적 체제로 규정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과거 민혁당과 영남위원회, 실천연대, 일심회 등에서 북한 주장에 동조하거나 주체사상을 추종하던 '자주파'가 통진당을 장악했다"고 밝혔다. 자주파는 우리 사회를 미 제국주의에 종속된 식민지, 반(半)자본주의 사회로 규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식 폭력 혁명 노선인 '민족해방 인민민주주의 혁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민족해방(NL) 계열이다.
헌재는 통진당 주도 세력의 역사 인식은 북한의 대남혁명론에 뿌리를 뒀다고 봤다. 헌재는 "통진당 주도 세력들은 우리 사회가 특권적 지배계급이 주권을 행사하는 거꾸로 된 사회라는 인식 아래 폭력을 통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 헌법 제정에 의한 새로운 진보적 민주주의 체제를 구축해 집권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통진당이 주장하는 진보적 민주주의는 북한의 대남 폭력 혁명 전략과 거의 모든 점에서 전체적으로 같거나 매우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헌재가 통진당 해산을 결정한 것은 통진당을 그대로 방치했을 경우 대한민국 체제 유지에 실질적이고 심각한 해악을 끼칠 만큼 위험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헌재는 통진당의 '숨은 목적'을 폭력에 의한 진보적 민주주의 실현과 이에 기초한 '북한식 사회주의 실현'으로 봤다. 이는 북한 조선노동당이 제시하는 정치 노선을 절대적 선(善)으로 받아들이고, 1인 독재를 통치의 본질로 하기 때문에 우리가 헌법의 기본원리로 삼는 표현·사상의 자유, 복수정당제도, 권력분립, 개인 인권 보호, 사법권 독립 등 민주적 기본질서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석기 내란 관련 사건, 비례대표 부정경선, 중앙위 폭력 사태, 지역구 여론조사 조작 등은 국가존립, 민주적 의사형성, 법치주의 등을 부정하거나 훼손하는 것이고,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 위해 폭력·위계를 사용한 것은 민주주의 이념에 반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통진당 주도 세력의 북한 추종성에 비춰볼 때 통진당의 위헌적 활동은 일회적·우발적 사건이거나 정치적 비판을 제기하는 정도를 넘어 숨은 목적 실현을 위해 계획된 것"이라며 "앞으로 유사 상황에서 반복될 가능성도 매우 크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정당 해산은 정치적 기본권인 정당 활동 자유를 근본적으로 제한하는 것이어서 최후의 수단으로 엄격히 판단되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런데도 통진당에 대해 해산 결정을 내린 것은
▲통진당의 목적과 활동에 내포된 위헌적 성격의 심각성
▲북한과 대립하고 있는 특수성
▲해산 이외에 구체적 위험성을 제거할 수 있는 대안이 없다는 점
▲해산으로 인해 얻는 사회적 이익이 정당 활동 제한으로 잃게 되는 불이익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헌재는 "정당을 보호하는 헌법마저 부정하고, 헌법에 기초한 현 체제의 변혁을 꾀하는 정당까지 보호한다는 것은 헌법 질서를 파괴하거나 국가 정체성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