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1.20 21:32 | 수정 : 2015.01.21 01:08
[無機 나노 소재 세계적 권위자 이진규 교수, LG화학行]
1년내 성과 내라는 대학보다 10년 지켜봐준다는 기업 택해
2년전 안식년때 LG와 인연… 이젠 긴 호흡으로 연구할 것
"대학에서는 길게는 2~3년, 짧게는 1~2년 안에 연구 결과물을 내놓아야 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큰 성공이 나오기 어렵지요. LG에서는 10~20년 경영진이 의지를 갖고 긴 템포로 연구를 지원해주는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음 달 1일자로 서울대 종신교수직을 떠나 LG화학 기술연구원 중앙연구소로 이동하는 이진규(52) 화학과 교수가 본지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LG화학은 20일 반도체나 전지에 들어가는 무기(無機) 나노(nano·10억분의 1m의 초미세입자) 소재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이 교수를 수석연구위원(전무급)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LG그룹뿐 아니라 재계에서도 서울대 교수가 명예와 고용이 보장되는 종신교수직을 떠나 일반 기업 연구원으로 온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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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종신교수직을 떠나 LG화학 중앙연구소로 가는 무기 나노 소재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이진규 서울대 화학과 교수는 20일 서울대 캠퍼스 연구실에서 “그동안 대학에서 연구한 신소재 합성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개념의 전지 소재, 친환경 에너지 소재 등을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이 교수는 1985년 연세대 화학과를 졸업한 후 1995년 미국 MIT에서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슈록 교수 아래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이후 MIT 학제간 융합연구그룹 포스트닥터 과정을 거쳤다. 1998년부터 서울대 화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나노 소재 합성 기술과 나노 입자의 표면 기술 연구 등을 해온 세계적인 전문가다.
김민환 LG화학 최고인사책임자(CHO)는 "이 교수는 지금까지 106건의 학술논문을 발표했으며, 100여건의 특허를 출원했다"며 "이 교수의 영입으로 전지(電池)와 디스플레이 소재 분야에서 획기적인 원천 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가 LG화학과 인연을 맺은 건 2013년 안식년(安息年) 때다. 대학교수들은 안식년 기간 동안 외국 대학에서 연구 활동을 하며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교수는 기업 연구원을 경험하고 싶어 했고 이를 알게 된 유진녕 LG화학 기술연구원 원장(사장)이 자사 연구원으로 올 것을 제안하면서 이뤄진 것이다.
이 교수는 "연구원에서 관련 자료들을 숨김없이 공개하고 연구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으면 가겠다"고 조건을 내걸었고 유 원장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 교수는 "신소재를 개발하는 사람으로서 특허를 받은 기술이 어떻게 상업화되는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당시 LG화학은 10~20년씩 연구해온 유기발광 다이오드(OLED) TV 소재, 3D TV 필름, 전기자동차 배터리 등을 본격적으로 상용화하면서 해외 기업들과 공급 계약을 맺기 시작했다. 이 교수는 "기업 연구원에서 오랜 기간 한 가지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고, 연구기술이 빠른 속도로 상용화되는 데 한 번 더 놀랐다"며 "대학에서 학술적으로 개발하는 신소재와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신소재에 차이가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기술연구원에서 안식년을 보낸 이 교수는 1년이 지난 뒤 "연구원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고 유 원장은 이 교수에게 연구책임자로 올 것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다음 달 1일부터 LG화학 기술연구원으로 출근해 무기 나노 소재 기반 기술 연구책임자로서 전기자동차용 신개념 전지 소재, 유·무기 복합체 등에 대한 연구개발을 주도할 예정이다.
유진녕 기술연구원장은 "이 교수의 영입과 함께 중앙연구소의 역량을 강화하며 신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며 "중앙연구소 연구 인력 중 40% 이상을 박사급 이상으로 충원해 중앙연구소를 기업 R&D (연구개발)의 컨트롤 타워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