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1.19 03:00 | 수정 : 2015.01.19 08:05
[알랭 드 보통, '불안'을 말하다]
다수를 '루저' 만드는 풍조도 문제
직업 잃는 건 자신만의 문제 아닌 사회 시스템적 재앙으로 이해해야
불안(不安)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진학·취업·결혼 3종 세트를 해결해도 어린이집에 아이 맡기기 무섭고 직장에서는 '미생'이다. 재앙이 닥칠지 모른다는 근심에 시달린다. '일상의 철학자'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46)은 "불안한 게 정상(normal)"이라고 했다.
"불안하지 않다면 되레 그가 이상한 사람이다. 불교를 봐라. 수도승들은 불안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고 몇십 년씩 도를 닦는다. 우리 몸에는 먼 옛날 사람들이 오늘도 변함없이 태양이 떠오를지 궁금해하면서 느꼈을 불안이 내재해 있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뉴스의 시대'를 쓴 이 영국 작가는 강연 전문 기업 마이크임팩트가 16~17일 서울 광운대에서 주최한 '그랜드 마스터 클래스'에서 불안을 주제로 강연했다. 9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준비(그가 기획자로 참여한다)를 겸한 방한이었다. 17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드 보통을 만났다.
―왜 현대인은 과거보다 더 불안해하나?
"부분적으로는 기대 때문이다. 현대인은 일이나 사랑에 대해 기대하는 게 더 많고 그래서 더 자주 실망한다. 다수를 루저(패배자)로 만드는 풍조도 문제다."
―강연에서 '돈이 사람을 쥐락펴락하는 세상이 된 데 대해 우리 모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세상은 사람을 연봉과 직업, 즉 '명함'으로 평가한다. 그것이 우리를 짓누른다. 모두 정상의 자리에 오를 수는 없고, 거기 닿지 못하는 사람은 좌절감에 빠진다. 인생에는 돈이나 명함보다 중요한 가치가 많다."
―불안에 대한 해독제가 있다면?
"이해(understanding)다. 자신에게 매몰되지 말고 전체 시스템을 이해해야 한다. 폭풍우를 만났을 때 '폭풍우는 신(神)이며 신이 내게 화를 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진실은 그렇지 않다. 폭풍우는 자연의 일부다. 구름과 구름이 부딪치면서 소리와 빛이 발생한 것뿐이다. 우리 삶에도 똑같은 관점을 적용해야 한다. 당신이 직업을 잃더라도 그건 당신 문제가 아니라 누군가 중국에 공장을 세웠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럼에도 어떤 사람은 재앙을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고 심지어 자살한다."
드 보통은 일상에 인문학적 렌즈를 비춰 재발견하는 기쁨을 선물해온 이야기꾼이다. 영국 서점에서 그의 책들은 '영리한 생각(smart thinking)' 코너에 진열돼 있다. 새해 다짐을 묻자 그는 "시간을 잘 활용하려 한다"고 소박하게 답했다. 계획은 미루지 말고 감정은 표현하자는 것이다. 드 보통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실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당신은 왜 글을 쓰나?
"어떤 아이디어에는 삶을 나아지게 하는 힘이 있다. 책은 그것을 전달하는 수단이다. 한국이나 영국 같은 나라들은 경제적으로는 놀라운 성취를 이뤘지만 정신적으로는 문제가 많다. 나는 부유한 나라들이 맞닥뜨린 문제에 끌린다. 사람들은 굶주려서 자살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다. 이 상황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글을 쓰고 싶다."
―작가로서 가장 큰 불안은?
"내가 잘하고 있을까 하는 근심이다. 나는 늘 삶의 의미에 대해 거대한 질문을 던지고 거기에 제대로 답하려고 애쓴다. 내 가장 큰 불안은 한밤중에 일어나서 2년 전에 쓴 어느 책의 두 번째 장(章)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어야 했는데 하고 후회하는 것이다. 돌아가서 바로잡고 싶지만 불가능하다. 슬프다."
―지금 쓰고 있는 책은?
"대부분의 예술은 사랑의 첫 몇 순간을 들여다본다. 그 사랑이 장기적으로 어떻게 될까 궁금해져서 책을 쓰고 있다. 이렇게 심각한 내 책들을 읽어주는 한국 독자에게 감사한다. 한국은 고성장한 현대 세계의 질병을 안고 있다. 용기를 북돋우자면 아마도 한국은 그런 문제 중 일부를 가장 먼저 해결한 국가가 될 수 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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