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1.13 03:00
[朴대통령 회견에 담긴 뜻]
國政 성과 내야 할 시점에 몸에 익은 시스템 버리면 새로 적응할 시간 없다 판단
검찰 '문건 수사' 지켜보며 자신의 생각이 맞다는 입장
대통령의 '不通 논란'에는 "국민과 다양하게 소통해와"
박근혜 대통령의 12일 신년 기자회견은 임기 반환점을 도는 집권 3년 차를 맞아 지금까지의 국정 운영 스타일에 큰 변화를 주지 않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작년 말 '정윤회 문건' 파문 이후 비등했던 청와대를 향한 인적 쇄신·시스템 개편 요구에 대해 소극적 내지는 부정적 입장을 표명한 것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의 이날 기자회견 발언은 문건 유출 파문이 처음 불거졌던 작년 말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검찰 수사를 거치면서 자신의 생각이 맞다는 확신이 더욱 강해진 것 같다"는 평가도 나왔다. 나아가 국정 전반에 관한 인식과 국정 운영 스타일과 관련된 발언은 1년 전인 작년 1월의 신년 기자회견과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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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짝 더 소통?… 작년보다 가까워진 연단과 기자석 - 청와대는 12일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연단과 기자석 간 거리를 과거에 비해 좁혔다. 지금까지 춘추관 회견장 내에 박 대통령과 기자들 사이에는 기사 송고용 테이블이 여러 줄로 길게 놓여 있었지만 올해는 이를 모두 치우고 의자만 반원형으로 배치했다. 박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한다는 이미지를 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뉴시스
박 대통령은 이재만 총무, 정호성 제1부속,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 이른바 '핵심 비서관 3인방'에 대해 변함없는 신뢰를 내비쳤다. 작년 12월 7일 새누리당 의원들과의 오찬에서 밝혔던 대로 '묵묵히 고생해온 사람들이고 바꿀 이유가 없다'는 기조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이와 관련, 한 여권 관계자는 "국정의 성과를 내야 하는 집권 3년 차에 단지 보여주기 위해서 익숙한 시스템을 버릴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1998년 대구 달성군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의원이 된 이래 '3인방'이 업무를 분장해 수족(手足)처럼 보좌하는 현재의 방식을 유지해왔다. 그 때문에 '3인방'에 대한 박 대통령의 재신임은 곧 지금까지의 보좌 시스템을 그대로 가지고 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으로선 16년간 익숙해져 온 시스템을 버리고 새 방식을 도입해 적응하기에는 시간도 없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다. 특보단 신설 등 청와대 비서실 체제를 일부 개편하긴 하겠지만 큰 틀을 유지하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야당 등이 제기하는 인적 쇄신과 시스템 변화의 요구를 듣느라 일을 제대로 못하게 되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박 대통령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국정 운영의 스타일에 있어서도 박 대통령은 '변화'보다는 '유지' 쪽에 방점을 찍었다. '정윤회 문건' 파문 이후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소통 시스템이 비선(袐線) 의혹을 낳고 있다'며 장관이나 수석비서관 등과의 대면(對面) 보고 강화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화 한 통으로 빨리빨리 할 때가 편할 때가 있다"고 했다."(대면 보고를)조금 더 늘려나가겠다"고 덧붙이긴 했지만 기존의 방식을 크게 바꾸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현재 책임 장관제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박 대통령은 그간의 '불통 논란'과 관련해서도 "국민과의 소통이 중요하다. 지난 2년간 민생 현장에 직접 가서 터놓고 얘기 나눴다"며 현재 자신의 소통 방식에 큰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현 소통 방식을 유지하겠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작년 기자회견에서도 "국민과 다양한 방식으로 그동안 소통해왔다"고 했었다.
결국 박 대통령의 집권 3년 차 구상이 담긴 이날 기자회견을 요약하자면 '시스템과 스타일을 바꿔 불필요한 시간을 허비하는 대신 현재의 방식대로 경제 살리기에 주력하겠다'가 될 수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향후 국정 운영 방식이 바뀔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확인됐다"며 "하지만 불투명한 현재의 청와대 운영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고치지 않으면 '정윤회 문건' 같은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