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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된 經濟 논리 꺾은 '한국의 스티븐 호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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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완
- 산업부 차장
- E-mail : ywlee@chosun.com
- 중학생도 이해할 만큼 쉽게 과학기사를 쓰라고 요구하는 데스크들에..
- 중학생도 이해할 만큼 쉽게 과학기사를 쓰라고 요구하는 데스크들에게 "중학교에서 배운 과학만 기억하면 세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반박하는 기자다. 과학이 중심 취재 영역이나, 최근엔 각종 재난 사건에도 어김없이 등장해 새로운 영역을 발굴했다는 칭찬 아닌 칭찬을 받았다. 카페에서 상대를 홀리는 데 긴요하게 쓰려고 문학과 미술, 음악 속에 숨겨진 과학을 집중적으로 찾아냈다.
2002년 예술 속에서 발견되는 과학을 발굴, 연재기사로 소개한 공로로 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문화재단의 '제3회 대한민국 과학문화상'을 수상했으며, 2008년에는 이산화탄소 저감?격리 기술을 소개한 기사로 전국경제인연합회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가 수여하는 '제2회 지속가능경영언론상'을 받았다. 같은 해 한국과학기자협회의 '올해의 GSK 의?과학 기자상'도 받았다. 당시 신기술의 원리와 개발 현황 및 전망 등을 보도해 기술관련 보도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2년에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처음 제정한 '과학창의보도상'을 받았다.
서울대 미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을 수료했다. 2010년엔 미 하버드대 의대에 방문연구원으로 가 3D 프린터와 줄기세포를 결합시킨 연구를 진행했다. 1967년 생. -
- 서울대 미생물학과 졸업 / 서울대 대학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수료
- 미 하버드대 의대에 방문연구원으로 3D 프린터와 줄기세포를 결합시킨 연구 진행
- 이영완 산업2부 과학팀장
1992년 취역한 1422t급 해양과학조사선 '온누리'호(號)는 해양수산부 산하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운영한다. 미국·영국·일본 등 해양과학 선진국에서는 국가기관과 대학 등 민간 연구자들이 공동으로 해양과학조사선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난 23년간 민간 연구자가 온누리호 탐사를 지휘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문제는 정부의 그릇된 경제 논리였다. 온누리호는 운항 시간의 5분의 3을 해양과기원의 심해저(深海底) 광물 탐사에 썼다. 대학에서 온누리호를 쓰려고 해도 하루에 수천만원씩 사용료를 내야 해서 엄두를 내지 못했다. 반면 해양과기원은 해수부로부터 해저 광물 탐사 명목으로 1년에 몇십억원씩 해양조사선 사용료를 따로 받았다.
그러나 네이처지는 "해저 광물 채굴에 대해서는 회의론이 널리 퍼져 있다"고 전했다. 해수부 관계자도 "현재로선 해저 광물을 채굴하는 것이 육상 광물 채굴보다 경제성이 낮은 게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이상묵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정부가 계속 해저 광물의 경제적 가치를 말하면 국민에게 거짓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또다시 예전 방식을 고집했다. 그러자 이상묵 교수는 작년 해수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와 "새로 건조하는 5900t급 대형 해양과학조사선 '이사부'호의 소유권이 당초 계획과 달리 다시 해양과기원에 돌아갔다"고 폭로했다. 2008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사부호에 대한 예비타당성 평가에서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탈락시켰고,
2차 평가에서는 '대학과 선박을 공유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아 승인했다. 해수부가 이를 어긴 것이다. 이 교수의 폭로가 나온 뒤 해수부는 이사부호를 민간도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가 과학에 대규모 투자를 할 때는 국민적 지지를 얻기 위해 경제성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달 탐사도 순수 과학연구 목적이 크지만 달에 있는 자원의 가치를 먼저 얘기한다. 심해저 광물 탐사도 초기엔 그렇게 할 수 있다. 하지만 20년 넘게 그러면 기만행위가 될 수 있다.
해양과학조사선은 몇몇 국가만 보유한 대형 과학연구 장비이다. 이제는 본연의 해양과학 연구로 우리나라의 국격(國格)을 높일 방안을 찾아야 한다. 최경식 서울대 교수는 이사부호로 해수면 상승과 지진해일로 인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피해 가능성을 연구할 계획이다. 이제 정부는 민간의 해양과학조사선 사용료를 부담하기로 한 약속을 지킬 구체적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아직 정부는 관련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
정작 이상묵 교수는 이사부호를 탈 수 없다. 그는 2006년 자동차 사고로 전신이 마비됐다가 2년 뒤 휠체어를 타고 다시 강단에 서 '한국판 스티븐 호킹'으로 불린다. 이 교수는 "사고 이후 얻은 명성(名聲) 덕분에 세상이 내 말에 귀를 기울였다"고 웃었다. 이 교수의 못다 이룬 과학의 꿈이 이사부호에서 꽃피길 바란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