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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이미 人山人海… 저출산은 기회다
中 '한 자녀 정책'·파키스탄 낙태 등 세계 20여개국 돌며 인구문제 분석
300만년간 감당 못하게 불어난 인류… 출생률을 낮춰야 노동력 더 귀해져
인구 쇼크
앨런 와이즈먼 지음|이한음 옮김
RHK|660쪽|2만원
어떤 세균이 1분마다 둘로 나뉘어 증식한다고 상상해 보자. 두 마리는 네 마리로, 네 마리는 여덟 마리로 불어난다. 오전 10시에 병 안에 세균 한 마리를 넣었는데 오전 11시에 병이 세균으로 꽉 찼다. 그렇다면 세균이 병의 절반을 채운 시점은 언제였을까.
답은 오전 10시 59분, 고작 1분 전이다. 미안하지만 병 속 세균이 당신과 나, 호모 사피엔스일 수 있다. 1900년에 16억명이었던 세계 인구는 20세기가 흐르는 동안 두 배로 늘었다가 다시 두 배로 뛰었다. 지구라는 병 속엔 공간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 〈그래픽〉
앨런 와이즈먼(Weisman)은 전작 '인간 없는 세상'에서 인류가 사라진 지구의 풍경을 그려낸 미국 저널리스트다. 이번 책은 음울한 속편과 같다. 그는 "인구는 어떤 식으로든 자연적인 한계에 맞게 줄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구가 우리를 재조정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구는 얼마나 지탱할 수 있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인구통계학적 경주를 벌이고 있다. 지중해와 요르단 강 사이, 폭이 80㎞도 안 되는 땅에 1200만명이 산다. 그곳에선 대가족을 이뤄야만 보호받는다고 느낀다. 팔레스타인 해방기구 지도자 아라파트는 "팔레스타인 여자들의 자궁(子宮)이야말로 최고의 무기"라고 말하곤 했다. 이 지역 인구는 지금 추세대로라면 21세기 중반에 2100만명이 된다. 식량과 물, 연료와 폐기물도 문제다.
- 아프리카 니제르에서 트럭에 탄 사람들. 지구가 이런 꼴이다. 앨런 와이즈먼은 세계가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려면 창의성이 필요하고 인구가 늘어나야 천재도 많아진다는 주장에 대해 “모차르트는 인구가 7억5000만명이던 시절에 태어났다”고 말한다. /RHK 제공
지구의 중위도 지역에서 기온이 섭씨 1도 올라가면 밀 수확량은 10%씩 감소한다. 문제는 지구온난화가 아니라 인구 증가다.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한 이래 10억명에 도달한 1815년까지 20만년이 걸렸다. 그런데 200년 만에 7배(70억명)로 뛰었다.
맬서스의 '인구론'(1798), 폴 에를리히의 '인구 폭탄'(1968) 등 인구 문제에 대한 예측은 다행히 빗나갔다. 하지만 와이즈먼은 다수확 밀 품종을 육성해 1970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농학자 노먼 볼로그를 인용하며 "녹색혁명은 인구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 세대 정도의 시간을 벌어준 것뿐"이라고 썼다.
와이즈먼은 세계 20여 개국을 탐사하고 이 책을 썼다. 중국의 '한 자녀 정책'과 남아 선호, 니제르의 사막화, 파키스탄의 낙태, 싱가포르의 출산 장려금, 가톨릭과 피임 같은 문제를 짚는다.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일본 사례다. 일본에서는 인구가 정점을 찍은 뒤 줄어들고 있다. 이 섬나라에서 노동력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이민이 아니라 로봇이다. 로봇이 간병인처럼 환자를 번쩍 들어 휠체어에 앉히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고령화된 선진국이라면 피할 수 없는 운명에 가장 먼저 직면한 일본은 '성장 없는 번영'을 실험하는 최초의 사회가 되고 있다.
인구 증가는 저임금 이주 노동자를 양산한다. 영국 요크셔의 브래드퍼드는 자녀를 대여섯 명씩 낳는 무슬림 이주민 때문에 이슬람 도시로 바뀌고 있다. '이슬람 공포증(islamophobia)'이 번지기도 한다.
◇저출산은 문제가 아니라 답이다
1000만 관객이 본 영화 '인터스텔라'가 비춘 미래는 음울했다. '먹여야 할 입'은 많은데 식량은 부족하고 옥수수밭 위로 모래 폭풍이 분다. 중국과학원은 최근 "기후와 인구 변화로 이번 세기 중에 곡물 감산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중국은 세계와 대책 없이 얽혀 있으니 '강 건너 불구경'일 수 없다. 지난 3세기 동안 삼림 면적은 40%나 줄었다.
이 책은 인류가 현재의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와이즈먼은 "사망률을 높일 수는 없으니 방법은 임신을 관리해 출생률을 낮추는 것뿐"이라며 "멸종 위기를 겪는 종(種)처럼 우리도 어쩌면 '살아 있는 시체(living dead)'일지 모른다"고 경고한다.
지구가 현재의 인구를 지탱할 수 없다는 증거와 비관이 곳곳에 배어 있다. 떠나는 사람보다 더 적은 수를 충원하는 방식으로 줄이지 않는다면 자연이 우리에게 대량으로 '해고 통지서'를 보낼 것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모든 생명의 역사를 보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난 종은 개체군 붕괴를 겪는다. 탐욕에 대한 자연의 복수다. 원제는 'Countdown'(2013).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