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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기본 기술] 눈 + 걷기 + 건강/[정윤회문건] 튀는 공은 청와대로?

[사설] 檢 "정윤회 문건은 허위", 공은 청와대로 넘어갔다

[사설] 檢 "정윤회 문건은 허위", 공은 청와대로 넘어갔다

입력 : 2015.01.06 03:00

검찰이 5일 이른바 '정윤회 문건'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문건 내용에 대해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지시를 받은 박관천 전 행정관이 풍문과 정보 등을 빌미로 과장 짜깁기해 보고한 허위(虛僞)"라고 결론지었다. 정씨가 대통령 남동생 박지만 EG 회장을 미행했다는 의혹도 "근거 없이 생성·유포된 풍문"이라고 했다. 검찰은 "현재로선 정씨의 국정 개입 의혹과 관련해 구체적 범죄 혐의를 추단(推斷)할 수 있는 단서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정씨에게 완벽한 면죄부(免罪符)를 주었다.

검찰은 또 "조 전 비서관이 박 전 행정관과 짜고 17건의 대통령기록물을 박지만 회장에게 무단 유출했다"고 밝혔다. "박 전 행정관이 지난해 1월 청와대를 나오면서 대통령기록물 14건 등을 무단 반출했고, 한모 경위 등이 이를 복사해 언론사 등에 넘겼다"고도 했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과 박 전 행정관이 박 회장을 이용해 자신들의 역할 또는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에서 이런 일을 저지른 것으로 추단된다"고 했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과 한 경위를 공무상 비밀 누설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박 전 행정관은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정윤회 문건'이 처음 보도된 뒤 두 차례에 걸쳐 "찌라시 수준의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단정했다. 박 대통령은 문서 유출에 대해서는 '국기 문란 행위'라며 엄벌을 강조했고, 청와대는 일찍부터 조 전 비서관과 박 전 행정관을 '주범'으로 지목했다. 이날 검찰 발표는 박 대통령이 그어준 선(線)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 때마다 나타났던 검찰의 무기력한 모습이 이번에도 재현됐다. 국민의 60% 이상은 여론조사에서 진작에 "검찰 수사를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검찰 말대로 '정윤회 문건' 내용 자체는 사실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청와대가 사건의 본질인 정씨와 문고리 3인방, 대통령 친인척의 국정 농단 의혹이 해소됐다고 믿는다면 그야말로 큰 오산(誤算)이다. 문건이 불거져 나온 뒤 야당도, 언론도 아닌 현 정부가 임명한 장관, 청와대 비서관, 기무사령관이 잇따라 제기한 비선 관련 의혹은 하나도 해소된 게 없기 때문이다.

첫째가 문고리 3인방 중 한 사람인 안봉근 제2부속실 비서관의 '경찰 인사 개입' 의혹이다. 청와대 인사 검증을 책임졌던 조 전 비서관은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경찰 인사는 2부속실에서 다 한다는 소문이 있었다"며 "어떤 때는 한창 검증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인사 발표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재만 총무비서관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이어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도 본지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이 문체부 국장·과장을 직접 찍어 인사 조치를 지시했던 데 대해 "(승마협회 비리 조사 결과 딸이 승마 선수인) 정씨 쪽이나 그에 맞섰던 쪽이나 모두 정화해야 한다고 (청와대에) 의견을 올렸는데 정씨가 자신까지 대상이 됐다고 해서 (청와대에) 담당자 처벌을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 전 장관은 "문체부 차관의 민원을 이재만 비서관이 V(대통령을 지칭하는 듯)를 움직여 지시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이 비서관의 인사 개입을 주장했다.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은 "내가 군에서 잘린 건 박지만 회장과 가까운 측근 군인들을 검증하다가 (괘씸죄를) 뒤집어썼기 때문"이라며 "박 회장의 측근인 육사 동기와 후배들이 군에서 득세하고 있다"고 했었다. 그는 현 정부에 의해 임명돼 6개월 만에 전격 경질됐었다. 검찰은 이런 의혹들에 대해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더 이상 수사하지 않는다'는 말과 똑같다는 것을 누구보다 검찰 자신이 더 잘 알 것이다.

사법적 차원에서 '비선(�線) 실세' 의혹의 실체를 검찰이 규명해 주길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는지도 모른다. 사안의 성격도 그렇고, 검찰 역시 그럴 의욕도, 힘도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길은 박 대통령이 이번 사태의 핵심을 파악하고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것뿐이다.

이번에 청와대 비서실의 위상은 땅바닥까지 추락했다. 검찰 결론대로라면 청와대 비서실은 국정에 꼭 필요한 고급 정보가 아니라 '쓰레기 같은 루머들'이 공식기록물로 떠돌아다니는 공간이다. 대통령 친인척을 감시해야 할 비서관과 행정관이 대통령 남동생에게 그날로 국가 기밀 문건들을 건네준 사실도 확인됐다. 비서실장은 기밀 문서가 청와대 밖으로 돌아다니는데도 막지 못했고, '미행 의혹을 밝혀달라'는 대통령 동생의 전화를 받는 등 여러 차례 박 회장과 정씨 측이 갈등하고 있는 것을 짐작하고서도 손을 놓고 있었다. 청와대가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굴러가고 있다는 사실에 많은 국민이 놀랐을 것이다.

정윤회씨는 검찰에 출두하면서 "불장난을 누가 했는지, 누가 춤췄는지 다 밝혀질 것"이라며 조 전 비서관 측을 겨냥했다. 박지만 회장 사람으로 알려진 조 전 비서관 역시 "위험을 보면 짖는 개(워치도그) 임무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맞받았다. 박 회장도 청와대 문건 17건을 조 전 비서관 등으로부터 건네받는 등 정씨 측 동향을 계속 지켜봐 온 흔적이 드러났다. 이들은 결코 '권력 암투와 거리가 먼 사람들'이 아니었고, 오히려 권력 암투의 당사자들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국민은 이런 장면들을 보면서 대통령 주변 인물들 간 권력 암투의 심각성이 보통 수준을 넘는다는 것을 짐작하게 됐다. 이런데도 박 대통령이 문제를 덮는 데 급급하면서 책임 있는 인사들을 감싸고돈다면 어느 국민이 납득하겠는가.

이번 파문을 계기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위험 수준에 도달했고, 좀처럼 깨지지 않던 고정 지지층마저도 흔들리는 조짐이다. 박 대통령이 이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면 다수 국민의 신뢰를 잃어 '소수파 정권'으로 전락할 가능성까지 있다. 박 대통령은 지금 이 순간이 정권의 성패(成敗)를 좌우할 결정적 고비임을 깨닫고 누구도 버릴 수 있다는 각오로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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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