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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 문건'에 나오는 '이정현 축출 지시설'의 진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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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백건
- 프리미엄뉴스부 기자
- E-mail : loogun@chosun.com
- 2007년 조선일보 입사. 사회부 사건팀을 거쳐 2010년 정치..
- 2007년 조선일보 입사. 사회부 사건팀을 거쳐 2010년 정치부로 옮겼다.
입사 후 색다른 경험을 할 기회가 많았다. 해경의 양귀비 밀경작 단속을 동행 취재했을 때 농가 뒤꼍에서 말로만 듣던 양귀비 꽃밭을 처음 봤고, 국과수에서는 시신을 가르고 꿰매는 것을 봤다. 전남 광양 일대 논밭을 휘젓고 다니던 ‘산신령’이란 이름의 멧돼지를 쫓을 때, 장마철 한강 장어 낚시를 취재할 때, TV에서만 보던 정치인들을 코 앞에서 볼 때는 신기해서 좋았다.
입력 : 2014.12.08 08:28
이정현 "말 아닌 말엔 답하지도 않겠다"
최근 보도된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에는 정씨가 청와대 핵심 비서관들이 주축이 된 이른바 ‘십상시’(十常侍)와의 회동에서 ‘이정현 대통령홍보수석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으니 비리나 문제점을 파헤쳐서 빨리 쫓아내라’고 지시한 내용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이었던 박관천 경정이 만든 것이다. 문건의 핵심은 ‘박근혜 대통령의 의원 시절 비서실장 출신인 정윤회씨가 청와대 핵심 비서관 등과 정기 모임을 가졌으며, 2013년 말 김기춘 비서실장이 곧 교체될 것이란 내용의 소문을 퍼뜨릴 것을 지시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박 대통령의 ‘입’ 또는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의 축출도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정현 “턱도 없는 찌라시” VS 野 “청와대 내부 일 여당 지도부도 몰라”
이 문건은 아직 의혹 수준에 머물고 있다. 관련 당사자들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다. 이 최고위원도 7일 기자와 통화에서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말이 아닌 말에는 답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야당은 이정현 축출설이 담긴 ‘정윤회 문건’의 내용이 추가로 보도되자 “비선(秘線) 실세의 국정 농단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문건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이었던 박관천 경정이 만든 것이다. 문건의 핵심은 ‘박근혜 대통령의 의원 시절 비서실장 출신인 정윤회씨가 청와대 핵심 비서관 등과 정기 모임을 가졌으며, 2013년 말 김기춘 비서실장이 곧 교체될 것이란 내용의 소문을 퍼뜨릴 것을 지시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박 대통령의 ‘입’ 또는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의 축출도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정현 “턱도 없는 찌라시” VS 野 “청와대 내부 일 여당 지도부도 몰라”
이 문건은 아직 의혹 수준에 머물고 있다. 관련 당사자들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다. 이 최고위원도 7일 기자와 통화에서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말이 아닌 말에는 답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야당은 이정현 축출설이 담긴 ‘정윤회 문건’의 내용이 추가로 보도되자 “비선(秘線) 실세의 국정 농단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이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재직하던 작년 6월 청와대 춘추관에서 지역발전위원회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최근 이정현 축출설이 담긴 ‘정윤회 문건’ 내용이 추가로 보도되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최고위원의 지난 6월 불명확한 사퇴 이유와 이번 문건 내용을 엮어 현 정권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 의혹을 키우려 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솔직히 박근혜 청와대 내부의 일은 여당 지도부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문건이 신빙성 없는 내용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빙성이 없는 게 아니라 청와대가 신빙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라고 검찰에 지침을 주고 있는 형국”이라고도 했다.
이정현 보좌관 출신 앞에서 ‘이정현 축출’ 지시?
“문건 신빙성 떨어진다”는 분석 많아
하지만 ‘이정현 축출설’의 신빙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무엇보다 유출된 청와대 문건에서 거론된 ‘십상시’ 중 한 명인 청와대 A 행정관이 이 최고위원의 국회 보좌관 출신이란 점이 문건의 설득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만약 정씨가 이 최고위원에 대한 축출을 지시했다면 이 얘기는 가장 먼저 이 최고위원 귀에 들어갔을 것”이라며 “정씨가 바보가 아닌 한 이런 엄청난 지시를 A 행정관을 앞에 두고 했겠느냐”고 했다.
A 행정관 뿐만 아니라 십상시로 거론되는 다른 청와대 비서관과 행정관들 상당수도 당과 청와대에서 이 최고위원과 오랜 기간 함께 일하며 친분이 있는 이들이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청와대 2인자인 비서실장과 대통령 최측근까지 모두 쳐내라고 지시하는 건 국정 개입 정도가 아니라, 수렴청정(垂簾聽政) 수준”이라며 “불통이란 비판을 들을 정도로 완고한 박 대통령의 성향으로 볼 때 정씨가 이런 일까지 벌였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했다.
이 최고위원도 “다 거짓말”이라며 펄쩍 뛰고 있다. 그는 다른 언론과의 통화에서 “그 (정윤회) 문건 자체가 지금까지 맞는 걸로 드러난 게 하나도 없고 사기로 드러나고 있지 않느냐. 턱도 없는 이야기”라고 했다. 그는 “내가 (청와대에서) 얼마나 최선을 다해 일 해왔는지 다 아는데, 누가 날 밀어냈겠느냐”며 “그 문건, 찌라시 내용 중에 내용이 맞는 게 무엇이 있는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명예가 짓밟혔다”고 했다.
이 최고위원은 민정당에서 시작해 28년간 ‘영남 텃밭’ 정당인 새누리당을 지킨 호남 당료 출신이다. 그는 5·18 당시 광주시장이었던 구용상 전 전남도지사가 1984년 민정당 총선 후보로 출마하자 “정치 똑바로 하라”며 ‘항의’ 편지를 보냈다가 민정당에 들어갔다. 구 전 지사가 “그럼, 나와 함께 일해보자”면서 동국대 정외과 4학년이던 그에게 비서관 자리를 권했던 것이다.
- 2011년 8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당시 박근혜 전 대표와 이정현 의원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이후 이 최고위원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캠프에서 박 대통령을 도왔으며, 박 대통령의 평의원 시절이었던 18대 국회에선 박 대통령의 ‘대변인 격’(格)으로 불리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뒤엔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을 거치는 등 박 대통령의 ‘입’, ‘복심’으로 불려왔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