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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조선]북한 휴대폰 이용자 연내 500만명?…통신혁명 북한 사회 바꿀까

[주간조선]북한 휴대폰 이용자 연내 500만명?…통신혁명 북한 사회 바꿀까

  • 김민섭 주간조선 인턴기자(연세대 법학과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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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4.12.05 15:12

    최근 북한 이동통신산업과 관련한 믿을 만한 정보들이 흘러나오면서 북한 휴대폰과 이동통신 실태에 관심이 크다. 급속도로 증가하는 휴대폰이 북한의 변혁을 촉진할 수단이 될 수 있느냐는 궁금증도 낳는다.

    지난 11월 25일 북한 내 이동통신 서비스를 독점하고 있는 이집트업체 오라스콤은 지난 9월 30일 글로벌 회계법인 딜로이트가 진행한 회계감사 보고서를 인터넷에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오라스콤이 대주주로 있는 북한 이동통신회사 ‘고려링크’의 현금 잔고는 지난 6월 5억1000만달러(약 5600억원)에서 9월 5억4000만달러(약 5900억원)로 늘었고 순자산도 지난 6월 5억700만달러(약 5500억원)에서 9월 7억4000만달러(약 8100억원)로 늘었다. 또한 고려링크의 올 1~9월 매출액은 4600만달러(약 5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400만달러(약 154억원)가 늘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 김연호 기자가 존스홉킨스대학 국제대학원(SAIS) 한·미 연구소와 공동으로 2013년 7~10월 한국에 정착한 12명 탈북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작성한 ‘북한의 휴대전화 이용실태’ 논문에서도 북한 이동통신과 휴대폰 실태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나와 있다. 지난 9월 발표된 이 논문은 최근 방한한 SAIS 한·미연구소 구재회 소장이 한글번역본을 들고 와 일부 국회의원실에 전달하면서 그 내용이 알려졌다.

    이 논문에 따르면 북한 정권은 2008년부터 휴대폰 서비스를 지원하는 동시에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특권층만 휴대전화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주민들 사이에서도 고려링크의 휴대전화 사업이 큰 호황을 이루고 있다. 2013년 5월 북한의 휴대전화 가입자 수가 200만을 넘어섰고 북한 휴대전화 서비스는 북한 전체인구(2400만명)의 94%를 커버할 수 있을 정도로 점차 서비스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논문에서 증언한 평양 출신 탈북자는 “휴대전화는 신분과 권력의 상징이다. 휴대전화 구입이 하나의 과시성 소비가 됐다.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서 휴대전화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아리랑폰 모습. /뉴시스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아리랑폰 모습. /뉴시스
    지난 11월 26일 서울 광화문에서 2011년 탈북한 김철주(가명)씨를 만났다. 북한에서 고위 당국자로 있던 그는 1주일 전 중국 국경지대에서 북한 현직 고위 당국자를 만나고 왔다며 북한 휴대폰과 관련된 최신 소식을 전했다. 그는 주간조선에 “북한 주민들이 휴대전화의 편리성을 알게 됐고 매우 신기해 했다. 휴대전화 내에 사진, 동영상, 게임도 있고 이것을 공유하며 유대감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휴대전화가 하나의 오락거리로 자리매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위의 논문에서 나온 탈북자들의 증언에서도 20~30대 젊은층 사이에서 휴대전화를 전화나 문자메시지등 송신을 위해 사용하기보다는 휴대용 개인오락기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 휴대전화 내 인기 게임으로는 ‘닭알찾기’ ‘땅굴파기’ ‘총쏘기’ 등이 있다.

    북한이 이동통신사업을 처음 시작한 건 2002년 11월 말, 태국 통신회사인 ‘록슬리퍼시픽’이 평양과 나진·선봉 경제특구에서 상용 이동전화서비스를 개시하면서부터다. 2001년 1월 북한의 권력자이던 국방위원장 김정일이 중국 상하이의 푸동지구 ‘NEC 전자’를 시찰한 뒤 평양에 이동통신서비스를 도입하라고 지시하면서 시작됐다. 김정일 전 위원장은 북한의 강성대국 도약을 위한 핵심 산업으로 IT산업을 강조했고 이를 위해 휴대전화를 통해 계획경제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 경제난을 해결한다는 전략이었다. 향후 자체기술로 통신서비스와 단말기를 생산해 외화벌이의 수단으로 삼고자 했다. 록슬리퍼시픽은 북한 당국에 30년 동안 사업허가를 받고 북한 체신성(한국으로 따지면 정보통신부) 산하 조선체신회사와 합작해 동북아전화통신회사(NEAT&T)를 만들었다. 하지만 2004년 4월 북한 평안북도 용천 기차역에서 대규모 폭발사건이 발생한 이후 NEAT&T의 휴대전화 서비스가 전면 중단됐다. 당시 폭발사고가 기차를 타고 용천으로 향하고 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겨냥한 사고로 추정됐고 휴대전화를 통한 기폭 장치를 사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북한 당국은 전국에 걸쳐 모든 단말기를 회수했다.

    그리고 2008년 12월 북한은 이집트 통신회사인 오라스콤(지분 75%)과 북한 체신성 산하 조선체신회사(지분 25%)가 만든 합작회사 ‘고려링크’를 통해 휴대전화 서비스를 재개했다. 하지만 위의 논문에 나온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이후에도 용천 기차역 폭발사건 영향으로 북한 내 휴대전화 단속에 열중했다. 특히 북한 당국은 밀수 단말기 검열을 강화했다. 삼성과 LG 등 한국 제품 단말기가 큰 인기를 누리자 평양 시내 보안부원들이 주민들이 사용하는 한국 제품을 모두 압수했다. 또한 북한 당국은 한국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고발하도록 주민들을 종용했다. 이를 위해 평양 시내에는 보안요원들이 상시 배치되어 휴대전화 사용자들을 수시로 검문했다. 북한 국가보위부와 인민보안부는 주민들의 전화통화와 문자메시지도 휴대폰 관제소를 이용해 내용을 철저히 감시했다. 인민보안부 요원으로 근무했던 한 탈북자는 논문에서 “휴대전화 관제소를 찾아갔을 때 주민들이 실시간으로 보내는 문자메시지들이 대형 화면에 뜨는 것을 보았는데 농담에서 불륜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를 다 확인하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기자가 만난 김철주씨의 증언에 따르면 2012년 말부터 북한 당국의 휴대폰에 대한 통제가 약화되고 휴대폰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는 “휴대전화를 절도하거나 국가반역을 행한 자에 국한해서 도감청이 이루어지며 모든 주민들을 감시하지는 않는다. 휴대전화 단속은 휴대전화 안에 있는 동영상이나 책 내용 등에 국한해서 단속을 하고 바로 그 자리에서 몰수처리하는 것으로 끝난다”고 말했다. 논문에 등장한 탈북자들의 증언과 기자가 만난 김철주씨의 공통된 증언은 북한은 모든 주민들의 통화 데이터를 국가보위부가 3년 동안 보관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었다.

    휴대폰에 대한 통제가 약화되고 있다는 김철주씨의 증언을 뒷받침하는 것이 2012년부터 북한 내 휴대전화 사용자 수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라스콤은 지난 11월 25일 VOA(미국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6월 말 북한 내 휴대전화 가입자 수가 24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앞서 인용한 북한 휴대폰 관련 논문을 작성한 김연호 기자도 지난 11월 26일 주간조선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미국 블로그 ‘노스코리아 테크(North Korea Tech)’가 오라스콤 측으로부터 올해 6월 말 북한 내 휴대전화 서비스 가입자 수가 240만명이라고 최근 직접 들었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240만명은 북한 전체인구(2400만명)의 10% 선이다. 탈북자 김철주씨도 “240만명에서 더 되면 더 됐지 적지 않다. 이미 평양(약 306만명) 시민 대부분이 쓰고 있다고 들었다. 내 생각엔 올해 기준으로는 500만명 정도는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오라스콤은 현재 북한 내 휴대전화 서비스 공식가입자 수는 발표하지 않고 있다.

    오라스콤이 밝힌 ‘2008~2013 고려링크 사업실적 보고서’에서도 북한 내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2008년 1694명에서 2009년 9만1000명, 2012년 100만명, 2013년 200만명 등 해가 지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치솟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1인당 국내총생산이 1800달러에 불과한 북한에서 이 수치는 가능한 일이 아니며 매출액과 가입자 수가 의도적으로 부풀려졌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정확한 가입자 수가 집계되지 않았지만 북한은 현재 ‘통신혁명’이라 할 정도로 주민들 사이에서 휴대전화가 큰 인기인 것은 분명하다. 고려링크 개시 후 북한에서 휴대전화는 부의 상징이자 사회적 위신의 도구가 됐다. 2002년까지만 해도 북한 노동당 고위 관리들만이 해외 단말기를 구입하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지만, 고려링크 서비스가 개시된 2008년 이후 일반 주민에게 휴대전화가 신분과 권력의 상징이 됐다.

    앞서 논문에 따르면 고려링크가 제공하는 북한의 휴대전화 가입 절차는 까다롭다. 구매를 원하는 사람은 주요 도시의 체신관리국이나 소도시의 체신소에 가서 신청서 양식을 받아야 하는데 일반 주민은 신청서를 받는 것조차 쉽지 않다. 평양 출신의 한 탈북자는 “체신관리국에 연줄이 없으면 일종의 수수료를 직원에게 내야 한다. 신청서를 작성하고 나면 행정기관에서 승인도장을 받아야 한다. 국가안전보위부와 인민보안부의 승인이다. 이 승인을 위해선 보위부원과 보안부원에게 휴대전화 구입목적과 자금출처를 설명해야 한다”고 증언했다. 승인 절차가 끝나도 최종 승인을 받는 데까지는 한 달 이상 걸린다. 또한 휴대전화 단말기 공급물량이 부족할 경우 급행료를 지불해야 한다. 급행료는 50달러(5만5000원) 이상을 내야 한다. 북한 노동자들의 월평균 임금이 2~3달러(2200~3000원) 정도 되고 북한 쌀값(1㎏당 44원)이 한국 물가의 5분의 1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주민들에게 큰 부담이 되는 가격이다. 하지만 북한 내 휴대전화가 워낙 인기가 높다 보니 급행료까지 지불하면서 휴대전화를 구입한 사람도 적지 않다. 청진 출신의 한 탈북자는 “지방 보위부원에게 급행료와 뇌물을 줬다. 원래는 한 달 걸리는 절차인데 돈을 더 지불하니 휴대전화를 바로 구입할 수 있었다”고 증언했다.

    북한의 휴대전화 요금도 주민들에게 만만치 않다. 고려링크의 모든 휴대전화는 선불제이다. 기본요금(2600~3000원)을 내면 매달 무료 통화시간 200분과 문자메시지 20개가 가능하다. 그리고 이를 다 쓰면 외화로 충전카드를 구입해야만 통화시간을 받을 수 있는데 기본요금은 4배로 뛰어오른다. 고려링크가 취한 요금체계에서 북한 주민들은 추가 통화시간에 필요한 선불제 카드를 살 형편이 못 된다. 이에 대해 탈북자 김철주씨는 “선불제 카드 가격은 보통 12달러(1만3000원) 정도이며 800분 통화와 문자 100개가 지급된다. 한국 물가로 따졌을 때는 그리 부담이 되는 가격이 아니지만 북한 주민이 선뜻 내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휴대전화를 가지고는 있지만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연호 기자가 인터뷰한 탈북자들의 증언에서도 기본요금에 할당된 통화시간이 짧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오히려 선불제 카드를 사는 것보다 값싼 단말기를 구입하는 것이 더 저렴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개인별로 한 대 이상의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민들 사이에서도 타인 명의로 휴대전화를 구입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도 철저히 검사하고 있다. 미성년자도 휴대폰을 사용하려면 가장이 동행해 추가서류를 등록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취하고 있다.

    논문에 따르면 북한 내 유통되는 단말기는 대부분 중국제로 주로 중국 통신업체인 화웨이와 ZTE의 단말기이다. 북한의 체신성 산하 체허회사는 중국에서 수입한 이 단말기들을 자체 개조해 다시 ‘북한산’으로 판매하고 있다. 북한 휴대전화 단말기는 바형(막대기식)·폴더형(접이식)·슬라이드형(밀기식)·터치스크린형(스마트폰) 등 네 가지 형태가 보급된다. 최신 스마트폰(터치스크린형) 단말기의 가격이 700달러이고, 슬라이드형·폴더형이 350~400달러, 바형이 150달러 정도이다. 단말기 가격에는 등록비와 개통비가 포함돼 있다.

    기자가 만난 탈북자 김철주씨는 직접 김정일 정권 당시 사용되던 바형, 제품명 F107 휴대폰을 보여줬다. ZTE의 제품인 F160(바형)을 개조해 만든 이 휴대폰 화면 밑에는 ‘평양’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그에 따르면 이 휴대폰은 그가 탈북하기 직전인 2011년까지 북한에서 가장 인기가 높았다. “북한에선 스마트폰보다 바형이나 슬라이드형, 폴더형이 인기가 더 높다. 스마트폰은 무선인터넷이 허용되지 않는 북한에선 크기만 클 뿐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평양 출신의 탈북자도 논문에서 “스마트폰은 쉽게 고장났고 주머니에 넣고 다닐 때 자꾸 켜지는 불편함이 있어 북한 주민들이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8월 스마트폰인 ‘아리랑’을 자체 생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했다. 김정은 국방위원장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사용 편의를 최대한 도모하면서도 보안성이 철저히 담보된 응용프로그램을 조선식으로 개발했다”며 북한 기술을 자찬했다. 하지만 김철주씨의 말에 따르면 중국산 제품을 개조해 판매하는 것을 자체생산했다고 속여 파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김철주씨는 북한 내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해 한국 드라마와 한국 콘텐츠를 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북한 휴대폰은 인터넷 접속 자체가 안 된다. 국제전화도 할 수 없다. 송신을 한다 하더라도 휴대전화를 통한 한국 서비스 송신에 대한 탐지소가 따로 있고 3분만 지나면 바로 잡아낸다. 그리고 바로 국가반역자로 처리된다. 이것은 북한 주민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김연호 기자도 “북한 주민들이 휴대전화로 국제전화를 거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북한을 방문하는 외국인들만 평양에서 SIM 카드를 사서 자기 전화로 국제전화를 걸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미국·유럽으로는 걸 수 있지만 한국으로는 걸 수 없게 차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