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12.04 05:49
박 회장이나 정씨 모두 대통령에게 각별한 사람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2년 가까이 친동생인 박 회장을 청와대로 부르지 않았다고 한다. 박 회장이 청와대를 드나드는 사실이 바깥에 알려지면 괜한 구설(口舌)과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씨는 박 대통령의 초창기 가신(家臣) 그룹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현재 박 대통령으로 향하는 청와대 내 문고리를 장악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을 뽑은 것도 정씨로 알려졌다.
박 회장과 정씨는 이 정권 출범 후 줄곧 자신들은 박 대통령의 인사(人事)나 국정 운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유출된 청와대 비밀 문건을 보면 이 두 사람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게 만든다. 오히려 박 회장과 정씨 측이 대통령 주변을 장악하기 위해 그간 보이지 않는 암투(暗鬪)를 벌여온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국민은 최근 불거진 대통령 주변의 내분과 갈등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왜 박 대통령의 인사에서 실패가 되풀이됐는지 이번 사태를 통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게 됐다. 대통령을 둘러싼 인맥(人脈) 때문에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수석, 장관들이 대통령과 직접 터놓고 국정을 논의하는 데 제약이 적지 않았다는 여권 안팎의 소문이 사실이었다는 점도 알게 됐다.
그러나 이제는 무엇보다 이런 상황에서 정상적인 국정(國政) 운영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청와대 비서진의 동요도 작지 않다고 한다.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의 진상 규명은 검찰 수사로 넘어간 상태다. 검찰이 아무리 속도를 낸다고 해도 이 사건의 최종 결론에 이르기까지 한 달 이상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은 이번 문건 유출 사건의 진상 규명과는 별개로 국정 운영을 조기에 정상 궤도에 다시 올려놓을 수 있는 조치를 과감히 취해야 한다.
문고리 3인방의 퇴진(退陣)이 국정을 조기에 정상화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조속한 진상 규명을 위해서도 이들이 대통령 곁에 계속 머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이들이 당장 물러날 수밖에 없는 큰 잘못이 드러난 것은 아니다. 대통령 주변에선 이들의 퇴진이 무슨 큰 죄를 지은 것처럼 비칠 수 있다고 걱정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3인방은 이미 정상적으로 대통령을 보좌하기 쉽지 않은 지경에 내몰린 상태다. 실제 잘잘못과 관계없이 그간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려온 인물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통령은 3인방의 퇴진을 통해 국정 쇄신(刷新) 의지를 분명히 보여야 한다. 박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3년 이상 남았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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