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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박전국세청고위직찌라시보고]/[청와대] 조카만나는것도 조심했다

"대통령은 조카 만나는 것도 조심했는데 엉뚱한 데서 일 터져"

  • "대통령은 조카 만나는 것도 조심했는데 엉뚱한 데서 일 터져"

  • 김봉기
    프리미엄뉴스부 기자
    E-mail : knight@chosun.com
    정치부에서 주로 여권(與圈) 취재를 담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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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2.03 14:12
“대통령은 그토록 보고 싶어하던 조카 만나는 것도 조심하는데… 예기치 못한 데서 일이 터진 격이다.” 여권(與圈) 내 친박들 사이에서 최근 논란이 된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과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을 둘러싸고 나오는 말이다. 여기서 ‘조카’는 박 대통령의 남동생인 박지만 EG회장의 두 아들을 가리킨다.

친박계의 한 중진 인사는 “솔직히 지난 대선 때만 해도 정윤회씨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한 반면, 박지만 회장과 그의 부인 서향희 변호사에 대해선 온갖 확인할 수 없는 말들이 나돌지 않았느냐”며 “이를 의식했는지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조카들이 보고 싶어도 동생 부부를 한번도 청와대로 부르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회장 부부가 청와대를 드나들 경우 자칫 오해와 억측이 일어날 것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오른쪽)이 남동생 부부인 박지만 EG회장(가운데), 서향희 변호사과 함께 지난 2006년 8월15일 열린 고 육영수 여사 추도식에 참석한 모습. /조선일보DB
박근혜 대통령(오른쪽)이 남동생 부부인 박지만 EG회장(가운데), 서향희 변호사과 함께 지난 2006년 8월15일 열린 고 육영수 여사 추도식에 참석한 모습. /조선일보DB
야당은 대선 1년 전인 지난 2011년 박 회장에 대해 삼화저축은행 비리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본인(동생)이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밝히지 않았느냐”라며 박 회장을 옹호했었다. 또 올케인 서 변호사 역시 30대의 나이에 큰 규모의 로펌(법률회사)을 키우자, “유력 대권후보인 박근혜의 후광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말을 돌었다. 시중에 ‘만사올통’(모든 일은 올케를 통하면 된다)이란 말이 생긴 것도 이때 쯤이다. 결국 서 변호사는 대선이 있던 2012년 로펌을 접고 대선 기간동안 아들을 데리고 해외에 나가 있었다.

박 대통령은 조카를 무척 아끼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05년 박지만 회장 부부가 첫 조카 세현군을 낳았다는 소식을 접한 박 대통령(당시 한나라당 대표)은 당시 당 회의 주재 중이었으나 병원에 가기 위해 일어섰다. 그는 그때 심정을 이후 자서전(2007년 발간)에서 “매우 큰 기쁨에 말문이 막혔다. 어떤 말로도 당시의 감정을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벅찬 감동을 느꼈다”며 “병원으로 향하는 내내 조카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을까 호기심을 누를 수 없었다”고 적었다.

박 대통령은 같은 해 한 예능프로에 나와서는 자신이 조카에게 들려주기 위해 준비 중인 자장가를 피아노로 연주하는 모습도 보였다. 특히 열린우리당의 ‘사립학교법 개정안’ 국회 강행처리에 반발, 그해 말 당을 이끌고 장외(場外) 투쟁으로 바빴던 때도 자신의 미니홈피에 조카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려서 화제가 됐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땐 자신의 ‘보물 1호’로 조카 세현군을 꼽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05년 9월 첫 조카(박지만 EG회장의 아들)가 태어난 병원을 찾아가 직접 안아보고 있는 모습.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05년 9월 첫 조카(박지만 EG회장의 아들)가 태어난 병원을 찾아가 직접 안아보고 있는 모습.
둘째 조카는 박 대통령이 청와대 생활을 하고 있던 지난 1월 말에 태어났다. 9년 만에 둘째 조카가 생긴 것이었다. 첫째와 마찬가지로 아들이다. 박 대통령은 둘째 조카를 보고 싶어하지만 아직까지 동생 부부를 청와대로 부르지 않았다고 한다. 위에서 언급했듯 동생 부부가 청와대를 드나든다는 구설에 오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동생 부부를 청와대로 부르지 않고 제3의 장소로 조카들만 보내게 해 만났을 가능성은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경호실에 자신의 자택이던 서울 삼성동 집으로 조카들만 데려오게 해 조카들의 얼굴을 최근 한번 정도 봤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며 “사실 여부를 떠나 박 대통령이 동생 부부를 비롯한 친인척들로 인해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그만큼 조심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어떻게 보면 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저와 제 주변부터 더욱 엄격하게 다스리겠다. 권력형 비리가 없도록 하겠다”면서 특별감찰관제를 공약한 것도 결국 가족이나 측근들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정윤회씨가 작년 7월 경기 과천의 한 공원 스탠드에 앉아있는 모습. /한겨레신문 제공
정윤회씨가 작년 7월 경기 과천의 한 공원 스탠드에 앉아있는 모습. /한겨레신문 제공
이런 상황 때문인지 친박들 사이에선 정윤회씨로 인해 국정개입 의혹 논란이 일게 된 데 대해 “참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많다. 친박 핵심 관계자는 “친박들은 박 대통령이 지난 2004년 한나라당 대표가 된 뒤 ‘정윤회’라는 이름을 언급하는 것을 들은 적이 없고,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정윤회를 봤다는 사람이 없었다”며 “요즘 논란에 휩싸인 청와대 핵심 비서관들을 대부분 잘 아는데, 그들이 정씨에게 주기적으로 국정관련 보고를 했다는 건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