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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관 회의보다 기자회견 통해 '秘線 의혹' 풀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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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시행
-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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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시행 정치부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1일 수석비서관 회의 공개 발언에서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정책 현안을 집중 거론했다. 그중 3분의 1을 '정윤회 국정 개입 의혹 문건'에 할애했다. 그는 "국정 책임자로서 2년 동안 발 뻗고 쉰 적이 없다"고 말을 꺼낸 뒤 이 사태가 "있을 수 없는 일" "힘을 빼는 일"이라고 했다. 집권 3년차를 맞아 경제와 민생에 집중해야 할 시점에 뜻하지 않은 의혹이, 그것도 내부자를 통해 유출된 데 대한 당혹감이 묻어났다.
원칙을 강조해온 박 대통령에게 비선(秘線) 실세가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정책 현안보다 이 문제가 여론의 최대 관심사가 된 것을 엄중하게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날 발언의 형식이 비서들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내용도 비서들이 들어야 할 수준을 넘지 못했다. "부적절한 처신은 일벌백계로 조치하겠다" "(언론이) 확인조차 하지 않고 의혹이 있는 것 같이 보도했다"는 발언은 비서들만 들었으면 나았을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의혹의 실체인 정윤회씨에 대한 명쾌한 해명이 없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루머" "근거 없는 얘기"라고 수차례 강조했지만 국민이 마냥 고개 끄덕이며 수긍하고 넘어갔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관련 의혹이 반년 가까이 국내외에 퍼진 데다 청와대도 이미 법정으로까지 이 문제를 끌고 간 상황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신상까지 관련된 일인 만큼 이쯤에서 기자회견 형식으로 국민 앞에 나와 말하는 것이 어땠을까. 그리고 즉석에서 나오는 따가운 질문에도 적극적이고 진솔하게 답변하는 모습을 보였더라면 "국정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는 그의 진심이 더 잘 전달될 수 있었을 것이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2년간 제대로 된 기자회견은 올 초 신년회견 단 한 번뿐이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 않는 게 나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듬거리더라도 솔직한 답변, 귀 기울여 듣는 표정 하나가 열 마디 지시와 호통보다 나은 사안도 있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