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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박전국세청고위직찌라시보고]/[정윤회의혹파문] 문건 시발박경정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 파문의 시발점이 된 박관천 경정은 누구?

  •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 파문의 시발점이 된 박관천 경정은 누구?

    [참조] 그가 2인자? 맞아!!

  • 김형원
    사회부 기자
    E-mail : won@chosun.com
    영화보다 소설을 좋아한다. 소설만큼 신문도 재미있었다. 스물일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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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2.02 14:06 | 수정 : 2014.12.02 14:14
지난 2월 박관천(48)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경정)이 경찰로 복귀할 무렵, 그가 요직(要職)으로 간다는 말이 경찰 내부에 파다했다. 그때만 해도 그가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실장이었던 정윤회씨의 국정 개입 의혹을 다룬 문건 등을 작성해 사실상 경질된 것이란 사실이 알려지기 전이었다.

대구 출신의 경찰 간부후보생 41기로 동기들 사이에서 가장 앞서간다는 평을 받던 그였기에 그런 예상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실제 그는 경찰 내 대표적인 수사통이다. 스스로 "내가 국내 특수수사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던 사람"이라고 말할 정도로 자부심도 상당했다.

그는 2011년 1월 31일부터 지난해 4월까지 경찰에서 ‘수사 에이스’들만 간다는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을 지냈다. 청와대 하명(下命)사건을 주로 다루는 경찰청 특수수사과와 달리 인지(認知)사건을 담당하는 곳으로 특수수사과와 함께 경찰 수사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곳이다.

지능범죄수사대장으로 그는 김광준 검사 뇌물 수수 의혹 사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국내 최대 규모 다단계 사건의 주범 조희팔이 국내에 은닉한 자금 중 780억여원을 찾아내기도 했다.

1일 오전 서울 도봉경찰서로 출근했던 박관천 경정이 두 시간 만에 휴가를 내고 경찰서를 나서자 취재진이 몰려들어 질문하고 있다. 검은 정장 차림의 박 경정은“문건을 유출한 적이 없다. 검찰 수사를 받겠다”고 말했다. /TV조선
1일 오전 서울 도봉경찰서로 출근했던 박관천 경정이 두 시간 만에 휴가를 내고 경찰서를 나서자 취재진이 몰려들어 질문하고 있다. 검은 정장 차림의 박 경정은“문건을 유출한 적이 없다. 검찰 수사를 받겠다”고 말했다. /TV조
그는 작년 4월 청와대 민정수석실 파견대상자에 포함됐다. 청와대 파견은 경찰조직에서 10여명 정도만 선발되는데, 일반적으로 이후 승진이 보장되는 코스다. 지난 2월 그가 경찰로 복귀한다는 말이 나올 때 요직인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장으로 갈 거란 말이 돌았다. 그런데 돌연 서울 도봉경찰서 정보과장으로 발령이 났다.

그가 요직으로 가지 못한 것은 청와대에서 인사를 틀었기 때문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이는 그가 청와대에 있으면서 만든 몇가지 정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청와대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 부하 직원으로 있었는데, 조 전 비서관은 올해 초까지 그를 통해 정윤회씨 비선(祕線) 활동 의혹 관련 정보를 수집했다. ‘정윤회씨가 누군가를 시켜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회장을 미행했다’는 내용의 정보를 생성하고, 최근 불거진 정씨의 국정 개입 의혹을 다룬 문건을 올 1월에 작성한 것도 그였다.

조 전 비서관은 1994년 마약류 투약 혐의로 박 회장이 기소되던 당시 수사검사였다. 이후 조 비서관은 박 회장과 친분 관계를 쌓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적으로 박 회장과 가까운 청와대 비서관이 박 경정을 통해 정윤회씨 관련 정보를 만들어 정씨를 공격한 구도가 되는 것이다.

정씨는 이른바 청와대 ‘비서실 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만 총무, 정호성 제1부속, 안봉근 제2부속 비서관과 가까운 사이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을 놓고 ‘박지만 대(對) 정윤회’, ‘조응천 대 비서실 3인방’의 갈등설 내지는 권력투쟁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구도 속에서 박 회장 쪽 라인에 섰던 박 경정이 정씨를 공격하는 문건을 써 청와대에서 쫓겨났고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는 것이다.

박 경정도 이런 구도를 누구보다 잘 알면서 한쪽 편에 서서 정보를 생성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가 청와대에서 나온 직후 한 언론과 했다는 인터뷰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박 회장이 전면에 나서 문고리 권력(비서실 3인방)들을 견제해야 하는데 문고리들이 박 회장을 경계하고 있다”며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정 내부에서도 문고리를 견제할 수 있는 사람은 조 비서관과 나밖에 없다”고 했다.

문제는 그가 만든 정보나 문건이 맞느냐는 점이다. 조 전 비서관은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문건의 신빙성에 대해 “6할 이상이라고 본다”고 했다. 하지만 정윤회씨나 비서실 3인방은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이나 박 경정이 한쪽 편에 서서 사실을 부풀리고 정보를 왜곡했다는 시각도 많다. 박 경정이 청와대에서 나간 것도 보고 내용이 사실과 달라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경찰 내에서도 그에 대해선 안 좋은 말이 더 많이 나온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박 경정은 베테랑 수사관이지만 그로 인해 자아도취된 측면이 있다"고 했고, 경찰청 관계자는 “팩트(사실)를 자기 의도에 맞게 가공하는 측면이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가 작성한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문건이 사실인지, 그리고 그가 이를 외부로 유출했는지는 앞으로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날 전망이다. 이를 통해 그가 명예회복을 할 수 있을지 아니면 옷을 벗게 될지도 판가름 날 것이다. 그는 1일 경찰에 출근했다가 휴가를 낸 상태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