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12.02 04:32
[조응천 前 청와대 비서관이 전하는 人事 실태]
"급박하게 검증 지시하고 시간도 충분하지 않았다… 아예 검증할 기회 없기도"
"공직기강비서관실 인사업무 4급이하만 맡는 구조로 변경"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현 정권 출범 때부터 지난 4월 사퇴할 때까지 초기 조각(組閣)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인사 검증을 지휘했다. 조 전 비서관은 그 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벌어졌다"고 했다.
조 전 비서관은 1일 본지 인터뷰에서 '박근혜 정부에서 인사 실패가 많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검증을 충분히 할 시간이 없었고, 급박하게 검증 지시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떤 때는 한창 검증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인사 발표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현 정부는 작년 출범 때부터 총리와 장차관 후보자가 줄줄이 낙마하는 '인사 참사(慘事)'를 겪었다. 조 전 비서관은 그 배경에 '졸속 검증'이라는 요인이 있었다고 증언한 셈이다.
'그같은 검증 미비로 공직 후보자가 낙마한 경우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조 전 비서관은 "어쨌거나 우리(공직기강비서관실)는 '빨간 딱지'(부적격 의견)를 붙일 수 있으면 끝까지 붙였다"고 했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은 검증 대상자를 '문제없음', '다소 부담', '부담', '문제 있음' 등 네 가지 단계로 분류한다. 이 가운데 '문제 있음'은 법적으로 공직 임용에 명확한 하자가 있는 경우, '부담'은 정무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한다. '빨간 딱지'란 이 두 경우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비서관은 "아예 검증할 기회를 얻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올봄에 청와대에 근무하는 행정관들을 선임행정관(2급)으로 승진시키는 인사가 있었다"면서 "이재만 총무비서관에게 '2급이면 인사 검증 대상이니 미리 명단을 보내달라'고 했는데 그냥 발표가 나버렸다"고 했다. 그는 "기분이 나빠서 그 명단도 안 봤다"면서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잘라먹을까봐(까다롭게 검증할까봐) 그랬겠지만 그건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이후 '원칙과 신뢰'를 전면에 내세워 왔다. 조 전 비서관의 말대로라면 청와대부터 인사에서의 핵심 원칙을 지키지 않은 셈이다.
조 전 비서관은 또 "(지난 5~6월 개편된) 이번 민정 라인은 나로 인한 여파 때문인지 인사 업무 분장도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내가 근무할 때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임무는 감찰, 인사 검증, 총리실 소속 공직윤리지원관실 지휘 등 세 가지였다"면서 "그런데 지금은 공직윤리지원관실 지휘 업무와 관련해 3급 이상은 민정비서관이 맡고, 4급 이하는 공직기강비서관이 맡는 이상한 구조로 바뀌었다"고 했다. 조 전 비서관은 "인사 검증도 공직 기강 쪽에서 대충 기초 자료를 만들면 최종적으로 민정비서관실이 판단을 하는 식으로 바뀐 것으로 안다"면서 "아무리 내가 보기 싫었어도 직제에 맞게 해야지 않느냐"고 했다.
한편 조 전 비서관은 재직 시절 있었던 모 차관급 인사(人事)와 관련해 "경찰에 그 사람과 관련해 내사를 진행 중인 게 있느냐고 물었더니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면서 "하지만 나중에 그와 관련된 의혹이 불거졌고 경찰 지휘 라인에 대해 그 책임을 물어 인사상 불이익을 준 적도 있었다"고 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