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입법부=국회] 5장6부에서 배워야/[LA다저스탈락]커쇼,레인키,류현진

'돌팅리·무능한 감독?' 매팅리를 위한 항변

'돌팅리·무능한 감독?' 매팅리를 위한 항변 출처 스포츠한국 | 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 입력 2014.10.09 06:05

[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돌팅리, 무능한 감독, 좋은 선수로 우승도 못 시키는 감독….'

돈 매팅리(53) LA 다저스 감독이 미국을 넘어 한국에서조차도 큰 비난을 받고 있다. 워낙 많은 돈을 쓴 팀인데다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류현진 소속팀의 감독이 다소 이해 못할 용병술을 선보이다보니 분명 아쉬운 부분은 있다. 하지만 매팅리만의 잘못으로 몰아가기엔 억울하다.


↑ ⓒAFPBBNews = News1

LA 다저스는 8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2014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4차전에서 커쇼가 6이닝 3실점으로 무너지며 2-3으로 졌다. 이 패배로 다저스의 올 시즌은 마무리됐고 세인트루이스는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로 진출했다.

이렇게 다소 허무하게 시즌이 마무리되자 매팅리에 대한 불만이 쏟아져 나온다. 언론에서는 '무능한 감독', '매팅리가 망쳤다'는 등 매팅리 감독에 대한 비난 여론이 주를 이루고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특히 커쇼가 나왔던 1차전과 4차전에서는 무리하게 7회까지 등판시켜 세인트루이스에게 '약속의 7회'를 만들어준 것은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매팅리 감독이 선발투수를 내리고 교체한 불펜 투수들이 올라오는 족족 맞아나가면서 허약한 치부를 드러냈다. 이런 용병술이라면 매팅리는 그다지 지략 있는 감독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매팅리 입장에서도 별 수가 없었다. 1차전 커쇼가 7회 그렇게 무너질 것이라고 예상했던 사람은 이 세상 아무도 없었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것을 매팅리의 잘못으로 몰아가기에는 가혹한 면이 있다. 또한 지난 3차전 류현진을 6회까지만 던지게 했던 것은 부상에서 갓 돌아온 투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선택이었다.

3차전 2점 홈런을 맞고 무너진 스캇 엘버트의 기용도 "다른 팔각도의 좌완이 필요했다"는 매팅리 감독의 얘기를 들어보면 최소한 무언가를 해보려 한 노력이 결과론적으로 나쁘게 드러났을 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묘책을 꾀하려는 노력에 대한 인정은 찾아볼 수 없다.

2014시즌의 마지막 경기가 된 4차전 역시 불펜이 워낙 안 좋다보니 커쇼를 7회에도 올릴 수밖에 없었다. 커쇼를 바꿔줘야 할 타이밍이었지만 '싱싱하지만 못 미더운' 불펜보다 '지쳤지만 믿을 수 있는' 커쇼를 쓴 것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그나마 이런 상황까지 온 것도 매팅리가 '3일 휴식 후 커쇼 등판'이라는 승부수를 띄웠기에 가능한 일이다.

물론 이렇게 반론한다면 '그럼 대체 불펜 보강을 안 하고 뭐했나?'라는 재반론이 나올 수도 있다. 일리 있지만 이는 메이저리그의 생리를 모르고 하는 얘기다. 메이저리그에서 감독은 선수 영입과는 전혀 무관하다. 프런트 야구인 메이저리그에서 감독은 구단에서 꾸려준 선수로 운영한다. 즉 불펜 보강에 대한 책임은 매팅리가 아닌 다저스 프런트에 있는 것이다.

한국말로는 다 같은 '감독'이지만 영어 단어로는 다르다. 타 스포츠에서는 'Head Coach'로 선수를 훈련시키는 것을 감독이라 하지만 야구감독이 '관리자'를 뜻하는 'Manager'인 것은 162경기라는 긴 시즌을 운영, 관리하는 것이 감독의 첫 임무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매팅리는 제대로 실탄이 주어진 지난 2년간 이 첫 임무만큼은 분명 잘해냈다.

맷 켐프, 핸리 라미레즈, 잭 그레인키, 브라이언 윌슨, 야시엘 푸이그 등 메이저리그에서 알아주는 '괴짜'와 '악동'이 많은 다저스 선수단을 잘 어르고 달래며 장악한 것은 크게 인정을 받을 부분이다. 웬만한 감독이면 이런 악동군단에 자신이 장악 당해 팀이 무너졌을 것이다. 이는 2012년 바비 발렌타인 감독의 보스턴 레드삭스가 아주 좋은 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감독과 선수가 불화가 생기면 선수가 아닌 감독이 잘린다. 그만큼 선수의 영향력이 크고 감독의 역할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또한 메이저리그 감독정도라면 선수기용과 불펜 운영 등에 큰 차이는 없다. 물론 토니 라루사 등 몇몇 '명장'들은 그 중에서도 차이를 만들어냈지만 이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다.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을 쓴 팀이 고작 지구우승에 그친 것은 아쉽다. 감독인 매팅리가 잘못한 부분이 없지 않다. 그러나 대개 야구팬들은 자기 팀 감독이 뛰어나다고 얘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외부에서 보기엔 항상 부족하게 보이는 게 감독이라는 자리다. 그럼에도 분명 매팅리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좀 더 괜찮은 감독이다.


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jay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