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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부=국회] 5장6부에서 배워야/[광주의딸]권은희민간인사찰폭로人

'광주의 딸' 권은희 의원이 '민간인 사찰' 폭로자를 영입한 까닭

  • '광주의 딸' 권은희 의원이 '민간인 사찰' 폭로자를 영입한 까닭

  • 조백건
    프리미엄뉴스부 기자
    E-mail : loogun@chosun.com
    2007년 조선일보 입사. 사회부 사건팀을 거쳐 2010년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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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0.08 08:05 | 수정 : 2014.10.08 17:43
‘광주의 딸’ 새정치연합 권은희 의원이 7일 이명박 정부에서 ‘민간인 사찰’ 의혹을 폭로했던 장진수 전 총리실 주무관(6급)을 입법보조원으로 채용했다.

두 사람은 모두 ‘폭로 공무원’이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권 의원은 2012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시절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에 대해 축소·은폐를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그는 1·2심 법원이 모두 김 전 청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자 올해 경찰직(職)을 사퇴했다.
권은희 의원
권은희 의원
장진수 전 주무관은 2012년, 앞서 발생했던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과 이를 지시한 청와대 인사들을 폭로해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그 역시 ‘사찰’ 과정에 참여했기 때문에 작년 법원으로부터 증거인멸죄 등으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민간인 사찰 은폐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 전 주무관이 2012년 3월 20일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로 들어가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민간인 사찰 은폐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 전 주무관이 2012년 3월 20일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로 들어가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각각 경찰과 행정공무원이었던 두 사람은 서로 어떻게 알게 됐고, 권 의원은 장 전 주무관을 왜 입법보조원으로 채용했을까?

‘권은희법’ 마련 위해 장진수 영입

야권 관계자는 권 의원이 장 전 주무관을 입법보조원으로 채용한 이유에 대해 “권 의원은 공익 신고의 활성화 및 신고자 보호를 위한 법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민간인 사찰 폭로 경험이 있는 장 전 주무관으로부터 여러 조언을 듣기 위해 그를 채용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야권 관계자는 “정권 차원의 권력형 비리를 폭로해 불이익을 받은 두 사람이 ‘권은희법’을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법원은 권 의원의 폭로를 ‘사실’로 인정하지 않았다. 권 의원이 2012년 대선 당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에 대한 축소·은폐를 지시했다고 폭로하자, 당시 여권은 “근거 없는 의혹 제기”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민주당 문희상 의원은 “당력을 총동원해 ‘광주의 딸’ 권은희를 반드시 지키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2월 법원(1심)은 “권은희 과장의 진술이 객관적 사실과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며 김 전 청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지난 6월 항소심 역시 “김용판 전 청장이 수사 결과를 은폐·축소하라고 지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권 의원에 대해선 “권은희 과장의 증언은 다른 수서경찰서 경찰관들의 증언과도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어 모두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이에 권 의원은 “전혀 예상치 못한 충격적 결과”라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권은희 의원이 지난 7월 초 새정치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로부터 광주 광산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장과 함께 운동화를 받고 있다.
권은희 의원이 지난 7월 초 새정치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로부터 광주 광산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장과 함께 운동화를 받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즉각 “권은희 보호법이 강화돼야 한다”(박영선 의원), “권은희 과장처럼 정의감 투철한 공무원이 존경받을 수 있어야 한다”(정세균 의원)고 했다.

당시 권 의원의 사직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 사이에선 “권 전 과장이 정치하려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많았다. 이에 권 의원은 지난 7월 초까지만 해도 “7·30 재·보선 출마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지난 7월 9일 권 의원을 그의 고향인 광주(광산을)에 전략공천했다.

그러자 정치권에선 ‘대가성 공천’ ‘보은(報恩) 공천’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당시 새누리당은 “많은 국민은 권 전 과장의 국정원 댓글 사건 허위 폭로가 새정치연합의 공천을 받기 위한 ‘선(先)대가’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어왔다”며 “그 동안 권 전 과장과 새정치연합 간의 추악한 뒷거래의 실상을 낱낱이 밝히라”(민현주 대변인)고 요구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권은희 전략 공천은 야권의 7·30 재·보선 참패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본다”고 했다.

작년 ‘공익제보자 모임’에서 처음 만나…장진수에 후원금도 전달

권은희 의원과 장진수 전 주무관은 공익제보자 모임에서 처음 만났다고 한다. 야권 관계자는 “두 사람은 작년 참여연대, 호루라기재단이 등이 각각 주관하는 정기 공익제보자 모임에서 처음 만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권은희 의원이 새정치연합으로부터 광주 광산을 전략공천을 받기 직전인 지난 7월초 장진수 전 주무관(오른쪽)의 저서 출간 기념회를 방문한 모습. /인터넷 카페 'ilove진수'
권은희 의원이 새정치연합으로부터 광주 광산을 전략공천을 받기 직전인 지난 7월초 장진수 전 주무관(오른쪽)의 저서 출간 기념회를 방문한 모습. /인터넷 카페 'ilove진수'

지난 7월 7일에는 장 전 주무관이 민간인 사찰에 대해 쓴 ‘블루게이트’라는 책의 출간 기념회 겸 ‘장함사’(장진수와 함께하는 사람들)라는 단체의 출범식이 있었다. 당시 관련 인터넷 카페 글에는 ‘이 자리에는 생각지도 못한 반가운 손님, 권은희 전 수사과장님이 오셨다’며 ‘책 출간을 축하해 주시러 직접 와주셨고, 후원금까지 주시고 가셨다’라고 적혀 있다. 장 전 주무관도 7월 8일 트위터에서 권 의원에 대해 ‘앞으로 어떤 일을 하시든 권은희 과장님께 큰 영광이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파이팅’이라고 썼다.

한편 장진수 전 주무관에 대해서도 정치권에서는 “앞으로 정치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장 전 주무관은 기자와 통화에서 “개인적으로 전혀 그런 생각 없다”라고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