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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벨 사기극… 이번엔 '다이빙벨 영화'
[참조] 왜!! 반대에도 국제영화제에 상영됐나?
광주 만화, 다이빙 벨 왜 누굴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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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보운
- 사회부 기자
- E-mail : eom@chosun.com
- 2012년 사회부에서 사건·사고를 취재하며 기자 직(職&..
- 2012년 사회부에서 사건·사고를 취재하며 기자 직(職)을 시작, 여론독자부와 주말뉴스부 Why?를 거쳐 2014년 연어처럼 사회부로 회귀했다. 돌아올 때만 해도 호기롭게 "다 큰 연어같이 굵직굵직한 기사를 쓰겠노라"고 장담했지만, 정작 부서를 옮긴 뒤론 아이템(기삿거리)이 없어 좀비처럼 출입처를 서성이고 있다. 동부지검·동부지법·광진경찰서·성동경찰서·한양대·건국대 등 서울 동부에 있는 기관들에 출입한다. 좋은 기사를 많이 쓰다 보면 분명 좋은 기자가 된다는 생각으로 오늘 하루도 버틴다. 도통 전화 안 받는 취재원과 도무지 늘지 않는 문장력이 요새 최대의 근심거리. 하지만 언젠간 기라성같은 선배들을 뛰어넘는 멋진 글쟁이가 되리라 다짐하며 살고 있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조선일보 2012년 입사. -
-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 조선일보 2012년 입사
[부산영화제서 논란 속 상영]
실종자 가족에 헛된 희망 주고 구조만 지체시킨 다이빙벨
"투입하라" 선동하던 이상호씨, 영화 만들어 또 진실 왜곡
실패한 정황 등은 거론 안한채 海警의 일방적 잘못으로 몰아
- 엄보운 사회부 기자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상영 여부를 두고 논란을 빚은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이 6일 예정대로 상영됐다. 상영관인 부산 해운대구 CGV센텀시티에는 상영 한 시간 전인 오전 10시부터 내외신 기자 100여명이 몰렸다. 270개 객석은 빈자리가 없었다. 상영을 반대했던 정명교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대책위 대변인도 어두운 얼굴로 앉아 있었다.
영화는 이종인 알파잠수공사 대표가 세월호 해역에 수중 장비인 다이빙벨을 투입했다가 철수하는 과정을 이상호(전 MBC 기자)씨의 관점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이종인씨는 "다이빙벨은 조류에 상관없이 20시간 이상 잠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잠수 전문가들이 "사고 해역처럼 물살이 센 곳에서는 다이빙벨은 무용지물"이라고 반대했지만, 인터넷 방송(MBC)과 SNS를 통해 다이빙벨 투입을 관철한 사람이 이상호씨였다. 큰소리쳤던 이종인씨는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한 채 철수했고, 다이빙벨 투입을 선동한 이상호씨는 실종자 가족들에 의해 진도 팽목항에서 쫓겨났다.
영화에는 "다이빙벨에 속았다"고 했던 실종자 가족들의 분노나 절망은 한 장면도 나오지 않았다. 80분 내내 스크린을 채운 것은 공동 연출자이자 내레이터인 이상호씨의 육성, 사실상 유일한 출연자인 이종인씨뿐이었다. 영화는 시종 '다이빙벨은 해경 등의 방해로 실패했고 누군가 이종인씨의 목숨을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 세월호 침몰 사고 엿새째인 지난 4월 21일 이종인씨 소유의 다이빙벨이 실종자 수색을 위해 선박에 실려 사고 현장으로 떠나고 있다. /오종찬 기자
4월 30일 사고 해역에 다이빙벨이 투입되던 장면. 잠수사 3명이 들어간 다이빙벨 안으로 물이 차오르는 걸 확인한 이종인 대표가 다급하게 "올려!"라고 외쳤다. 수면 위로 끌어올려진 다이빙벨의 산소 호스에서 바람이 새고 있는 장면이 느린 화면으로 클로즈업됐다. 다음 장면에서 자신의 회사인 듯한 곳에서 이종인 대표는 구멍 난 호스를 꺼내 보이며 말했다. "이게 이게… 저게 된 게 아닌 것 같아. (호스가) 잘린 거지"라고 말했다. 누군가 일부러 절단했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이 장면에서 관객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날 장면은 당시 인터넷으로 생중계됐다. 그때 이종인씨가 했던 말은 "에어호스와 통신선이 꼬이면서 케이블 어딘가가 새고 있다" "호스가 씹혀서 그렇다"는 것이었다. 당시 현장을 중계한 사람이 이상호씨였다. 그가 이런 사실을 깜빡한 것인지, 일부러 눈감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이빙벨은 애당초 세월호 구조 작업에 투입해서는 안 되는 원시적 장비였다. 그 진실을 현장에서 눈으로 확인한 사람들이 이종인씨의 바지선에 동승했던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었다. 다이빙벨에 모든 희망을 걸었던 이들은 혹여라도 다이빙벨의 작업에 방해가 되는 것이 있을까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5월 1일 이종인씨가 다이빙벨을 빼 팽목항으로 철수했을 때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결과적으로 수색 작업에 차질만 안긴 이씨를 향해 "아주, 철면피, 파렴치한"이라고 말했다.
이상호씨는 영화가 끝난 뒤 "진실을 품어준 영화인들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그가 진실을 말하려면 반론과 객관적 증거라는 최소한의 '형식 요건'부터 갖춰야 했다. 그는 영화에서 그런 기본 대신 머릿속에서 그려낸 허구의 주장과 맞아떨어지는 조각들을 꿰맞췄다. 그런 점에서 영화 다이빙벨은 논쟁적 주제를 다룬 예술 작품이 아니라 사실을 비틀어 놓은 프로파간다였다. 영화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이런 작품 때문에 우리 사회가 왜 또 한 차례 소모적 논쟁을 벌여야 하는지 안타깝고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이 영화가 사고 직후처럼 국민을 하나로 묶어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밤잠을 설쳐가며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과대망상은 한 번이면 족하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