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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기장/성(性) 스러운 이야기

남녀가 서로에게 끌리는 이유는

  • 남녀가 서로에게 끌리는 이유는

  • 허경구
    국제정치문제연구소 이사장
    E-mail : aronge76@naver.com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정부 장학생으로 선발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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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9.26 08:56 | 수정 : 2014.09.30 09:46
<몸 속의 생태학을 모르고서는 스스로의 몸의 정체성을 알 수 없다. 여기 당신의 몸과 마음, 그리고 뇌가 연동되어 빚어내는 다채로운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인간 행동학의 세세한 빛과 그림자를 따라가 보라. 그러면 인간 이해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인간 본성은 어디서 오는가?
-마음의 기원

⑬성적공명(Sexual resonance), 이것이 핵심이다

빌헤름 라이히는 남자가 여자에게 또는 여자가 남자에게 끌리게 되는 그 현상은 알 수 있지만 왜 끌리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했다. 라이히가 성적으로 끌린다고 하는 것은 지적으로 또는 미모의 외관상 요인에 의해서 끌리는 것이 아니라 성적으로 끌리는 (sexual magnetism) 또는 성기적으로 끌리는 (genital magnetism) 성적 교합력을 의미하는 것이다. 성적 교합력이란 한마디로 남녀가 만났을 때 이미 첫 순간부터 두 사람의 감각기관을 강하게 자극하는 어떤 성적 에너지의 마찰을 의미한다. 이게 구체적으로 무슨 뜻일까?

프랑스의 유명한 여류작가 아니 에르노는 1993년도에 <단순한 열정>이라는 소설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소설은 53세였던 여류소설가가 38세의 동구권 외교관과 2년 간 빠졌던 불같았던 육체적 사랑의 고백이다. 정념의 불꽃에 휩싸여 15세 연하의 그 남자에게 마치 꿀에 빠진 개미처럼 육체적 정신적으로 옴짝달싹할 수 없는 사랑의 미약에 취해 있던 한 여인의 육감적 고백, 그것이 <단순한 열정>의 주제이다. 그런데 사랑에 미쳤던 이 여류 소설가가 머릿속에 담고 있던 장면은 젊은 애인의 마음씨나 태도나 매너나 그의 지성이나 감성이 아니었다. 오직 그의 몸 특정한 한 부분 또는 몇부분에 대한 생물학적 기억과 추억이 전부였다. 몸에 대한 기억 그리고 거기서 일어나는 감정만이 그녀에게 사랑의 감정을 일으켜주었고 생동감 있는 애인의 육체에 대한 촉감만이 그녀의 사랑의 열망을 끓게 하는 불이 될 수 있었다.

그녀는 소설 속에서 다음과 같은 문장을 남기는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즉 “나는 그 사람이 내게 남겨 놓은 설렘과 정액을 하루라도 더 지니기 위해 다음날까지 목욕을 하지 않았다. 나는 단 한 가지 사실 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건 그 사람이 내 몸을 원하느냐 원하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그 사람의 성기를 보면 당장 알 수 있는 진실이었다.” 지성적인 미모의 그리고 성년의 자식을 둔 중년의 여류 소설가가 이런 노골적인 심경을 자기 소설에서 가감 없이 그리고 거침없이 독자들에게 밝히고 있다는 그 사실 자체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필자에게 아주 놀라웠던 사실은 바로 ‘내 몸을 원하느냐 여부는 그 남자의 성기를 보면 알 수 있고’ 그 사실 하나로 두 사람 사이의 사랑 여부를 판단 할 수 있다는 바로 그 대목이었다. 남자 성기의 발기 여부가 이 여자가 그 남자의 사랑을 확인 할 수 있는 절대 유일의 방법이었다는 사실이다. 이 여류 소설가는 이점에 대해서 추호도 의심하지 않고 있다. 남자 성기의 발기는 곧 자기에 대한 사랑의 바이오 마커이고 이 여자의 사랑의 확신은 그 성난 마커의 유무를 보고 확인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절대적으로 신봉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얘기하면 이 여류소설가가 한 때 사랑에 미쳤던 이상한 여자의 이상한 얘기로 들릴는지 모르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은 안젤리나 졸리의 다음과 같은 말로서 확인할 수 있다.

몇 년 전 한국을 찾았던 세계적인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기자들의 “당신의 섹스어필의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브래드 피트가 나를 원할 때야 말로 내가 가장 섹시한 때 이다.”라는 명답을 했다. 이 답변이야 말로 앞서 얘기한 여류 소설가의 말과 사실상 똑같은 내용이다. 왜냐하면 졸리는 피트가 자기를 보고 정욕이 발동되고 그 발동된 정욕이 자기의 몸을 원할 때 졸리도 피트를 똑같이 원하게 된다는 뜻이다. 또 피트가 자기를 원하게 될 때 졸리는 그로 인해서 자기 몸 속에서 피트가 느꼈던 정욕을 확인하게 된다. 사실 여자가 가장 섹시해 보일 때는 우리 말에도 있듯이 여자가 ‘색을 풍길 때’다. 졸리도 피트의 ‘남성’을 몸속에서 느낄 때마다 섹시해 진다는 바로 그 얘기가 아니겠는가. 피트에서 생긴 정욕이 졸리의 몸속에서 재생산되고 그것이 다시 피트에게로 전이되고 그 전이된 섹스 에너지가 다시 졸리에게로 확산되는 성적 피드백과 피드파워드(forward)의 반복과정, 이 때야 말로 졸 리가 섹시해 보인다는 말이다. 이런 순간이 자주일수록 졸리는 섹시해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얘기를 들으면 다 외국 여자들의, 그것도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자들의 얘깃거리로 치부하겠지만 그런 것만도 아니다. 이것이 어떤 면에서는 사랑의 실상이요, 진실이다. 한 남자가 또는 한 여자가 상대에게 끌린다는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한 남자가 한 여자에게 끌릴 때 또는 한 여자가 한 남자에게 말할 수 없는 심리적 동요를 느끼게 될 때 그 매개체는 그 사람의 태도도 아니고, 그 사람의 학식도 아니고, 그 사람의 지위도 아니고, 그 사람의 육체의 어느 부분이 풍기는 거역할 수 없는 성애적 향기다. 그것은 미학적 향기도, 지성적 향기도, 또 감성적 향기도 아닌 육체의 향기, 곧 성애적 향기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커플링 법칙, p.187)

박완서의 어느 소설인가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60이 넘은 옛날 젊었을 때의 연인들이 몇 십 년 후 처음으로 만났다. 그런데 젊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 들었다. 두 사람은 서로 어떤 사랑의 감정도 느낄 수 없었고, 그저 담담하기만 한 느낌만 들 뿐이었다. 왜 그럴까? 두 사람의 늙어버린 육신에 그 원인이 있었다. 무언가 옛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싶다는 의욕은 있으나 그것은 머릿속에서만의 생각일 뿐 몸에서는 전혀 그런 생각에 수반되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사랑이 없는 경우에도 정욕은 발동한다. 그러나 정욕이 없는 사랑은 불가능하다. 아무리 순수한 사랑이라도 체화된, 즉 몸속에서의 어떤 화학적 작용의 결과물인 정욕의 불꽃이 당겨지지 않을 때 그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예쁜 여자를 보고 남성의 가슴에 어떤 사랑의 느낌이 온다고 할 때 그 느낌을 유발하기 위해서는 우선 남성의 부신이 자극되어야 하고 그 전 단계로 뇌하수체가 작동해야 하고 또 그 전 단계로 뇌 속의 감정을 주관하는 세포들이 어떤 성적 자극의 기미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뇌 속의 감정세포가 움직일 때 이미 뇌하수체와 부신이 동시적으로 작동될 수 있을 때에만 여자에 대한 남자의 사랑은 일정한 틀을 갖추게 된다. 그런데 이 세 단계가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과정이 생략된 채 머릿속의 지각으로만 상대가 아름답다고 생각될 때 그것은 생각일 뿐 사랑의 미징(微徵)도 아니라는 말이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