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9.24 03:01
감사원은 22일 한국경제교육협회가 정부 보조금 36억원을 횡령(橫領)하는 것을 방치한 기획재정부 공무원 3명을 징계할 것을 요구했다. 경제교육협회는 2008년 청소년 경제 교육을 장려한다는 명분으로 기재부 산하에 만든 민간 협회로 지금까지 모두 268억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이 협회는 청소년 경제 신문의 제작비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보조금을 빼돌렸다. 담당 공무원들은 엉터리 서류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채 보조금을 지원해 횡령을 방관했다.
감사원은 지난달에도 140개 민간단체를 감사해 35건, 25억원을 허투루 쓴 사실을 적발했다. 환경부 산하 어느 협회는 18억원 규모의 행사를 진행한 뒤 쓰고 남은 보조금 1억여원을 반환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몇 년 전에도 하천(河川)협회가 국토부 공무원들을 위해 1년에 한 번 야유회 성격의 연찬회를 열기 위해 예산 1억여원을 썼다가 문제가 됐었다. 조사만 하면 비리가 터지는 곳이 관공서 주변의 협회와 단체들이다.
정부 각 부처나 지자체 산하에 등록된 협회·단체는 1만2000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는 정부 보조금을 타내는 데 목을 매는 곳이 적지 않다. 공무원들은 자신의 업무 부담을 덜기 위해 업체들을 끌어들여 협회를 만들기도 한다. 정부의 규제 업무를 위탁받은 협회만 110곳이 넘는다. 이들은 공공 기관과 달리 감독의 사각(死角)지대에 속해 있어 보조금을 제멋대로 쓰는 경우가 많다. 오죽했으면 경제교육협회에 대한 경찰 수사 과정에서 '돈은 먹는 놈이 임자'라는 메모가 적힌 장부까지 발견되었겠는가.
공무원들이 관변(官邊) 협회·단체에 주는 보조금을 깐깐하게 감독하면 세금이 엉뚱하게 새는 일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처가 유관(有關) 협회에 퇴직자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고 있어 보조금을 관리할 생각을 아예 포기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2011~2013년 주요 협회 78곳에 재취업한 퇴직 관료만 141명이다.
작년에 정부 보조금 50조5000억원 중 12조7000억원이 민간 협회·단체 등에 흘러들어 갔다. 검경 등이 작년에 적발한 보조금 비리는 1700억원에 이른다. 감사원이 2009년 연간 8000만원 이상 보조금을 받은 민간 협회 543개를 조사했더니 3분의 1인 179개가 532억원을 부당하게 쓴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정부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보조금 누수(漏水)를 틀어막고 그 돈을 복지(福祉)정책이나 경기 활성화에 투입해야 더 많은 국민이 혜택을 보게 될 것이다. 이참에 정부가 모든 관변 협회·단체들을 대상으로 보조금 지원이 꼭 필요한 것인지 전면 검증을 해봐야 한다. 보조금을 빼먹는 '세금 도둑' 같은 협회는 아예 문을 닫도록 하거나 지원 대상에서 영원히 제외해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