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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단체]조국통일범민족연합국보]/[신문은 선생님] 참나무와 도토리

도토리묵부터 산골 지붕까지… 쓰임새 많은 참나무

도토리묵부터 산골 지붕까지… 쓰임새 많은 참나무

입력 : 2014.09.23 05:49 | 수정 : 2014.09.23 09:28

재질 좋아 이름 붙여진 참나무… 곡괭이·쟁기 등 연장 만들 때 쓰고 참숯은 간장 속 해로운 물질 없애줘

오래도록 보관 가능한 도토리 열매… 흉년에 쌀·보리 등 주식 대신한 양식
임금이 백성 생각하며 먹기도 했어요

겨울철에 다람쥐의 귀중한 먹이가 되는 도토리는 어떤 나무의 열매일까요? 도토리는 떡갈나무 등 참나뭇과(科)에 속하는 나무들의 열매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에요. 그래서 참나뭇과 나무를 도토리나무라고도 부르지요. '참나무'라는 이름은 '진짜 나무'라는 뜻인데, 나무 재질이 다른 나무보다 좋기 때문에 붙여졌다고 해요. 예로부터 사람들은 배를 만들거나 곡괭이나 쟁기 등의 연장을 만들 때 참나무를 많이 사용했지요. 우리 조상은 참나무를 태워 만든 참숯을 다양한 용도로 사용했고요. 참숯은 고기를 구울 때도 쓰이고, 간장 항아리 안에 넣어 간장 속의 해로운 물질을 없애는 데도 쓰이지요. 서양에서는 술을 넣어 오랜 기간 숙성시키는 데 쓰이는 술통을 참나무로 만들어 사용했답니다.

참나무 종류로는 졸참나무, 상수리나무, 갈참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 굴참나무 등이 있어요. 그 열매인 도토리는 겉에 단단하고 매끄러운 껍질이 있고, 그 속에 녹말이 저장된 떡잎이 들었지요. 도토리 모양과 크기는 참나무 종류에 따라 다른데, 팽이 모양, 달걀 모양, 둥근 모양, 타원 모양 등이 있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참나무 잎과 열매가 다양하게 쓰였는데, 그래서 이와 관련하여 전해오는 이야기도 참 많답니다.

[참나무와 도토리] 도토리묵부터 산골 지붕까지… 쓰임새 많은 참나무
/그림=정서용
떡갈나무는 다른 참나무보다 잎이 넓은 편이에요. 그래서 옛날에 우리 조상은 시루떡을 찔 때 시루 밑에 떡갈나무 잎을 깔고 쪘다고 하지요. 신갈나무의 이름은 '신발'과 연관이 있어요. 옛날 나무꾼들이 숲 속에서 나무를 하다가 짚신 바닥이 닳아서 떨어지면 부드럽고 잘 미끄러지지 않는 신갈나무 잎을 짚신 바닥에 깔고 신은 데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해요. 굴참나무는 나무껍질이 골이 깊이 팰 정도로 두꺼워요. 이 골을 경기도 지방에서는 굴이라고 불렀는데, 이 때문에 굴참나무라는 이름을 얻었어요. 굴참나무 껍질은 비가 새지 않고 보온성도 좋아서 옛날 산골에서 지붕의 재료로 사용되었지요. 지금도 강원도 깊은 산골에서는 굴참나무 껍질로 지붕을 이은 굴피집을 볼 수 있답니다. 또한 굴참나무의 껍질은 병마개를 만드는 데도 사용돼요.

상수리나무와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져요. 임진왜란 때 선조 임금은 왜적에게 쫓겨 의주까지 피란을 갔어요. 전쟁 중에 먹을 것이 부족해지자 어쩔 수 없이 임금의 수라상에도 가난한 백성이 흉년에 밥 대신 먹던 도토리묵이 올랐지요. 그런데 선조 임금이 이 도토리묵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고 해요. 그 후로 '수라상에 오르는 도토리'라는 뜻으로 '상수리'라는 이름을 얻었어요. 이때부터 이 도토리 열매를 맺는 참나무 종류를 상수리나무라고 부르게 되었고요.

위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옛날에 도토리는 먹을 것이 귀할 때 쌀, 보리 등의 주식을 대신하여 먹는 대표적인 양식이었어요. 도토리는 보관만 잘 하면 수십 년이 지나도 먹을 수 있지요.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흉년에 대비하여 나라에서 도토리를 수집해 창고에 저장해 놓기도 했답니다. 또한 고을에 사또가 부임하면 맨 먼저 도토리나무를 심었다고 해요. 그 덕분에 지금도 우리나라 산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나무가 되었어요. 고려시대에도 흉년이 들었을 때, 왕이 백성을 생각하며 반찬 수를 줄이고 도토리로 만든 음식을 먹었다는 기록이 있답니다.

그런데 도토리에는 떫은맛을 내는 타닌 성분이 많아서 이것을 제거한 후에야 먹을 수 있어요. 먼저 도토리를 바싹 말린 다음 절구로 빻아서 껍질을 제거하고, 맷돌로 간 다음 더운물에 담가둬요. 4~5일 동안 물을 자주 갈아 주어 떫은맛을 우려냅니다. 이렇게 떫은맛을 없애고 가라앉은 앙금을 걷어내어 말리면 도토리 가루가 만들어지지요. 이 가루를 물과 섞어 끓인 후에 잘 굳히면 묵이 되는 거예요. 도토리 가루를 밀가루에 섞어서 국수나 수제비, 부침개 등을 해 먹을 수도 있고요.


우리나라에서는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따돌림을 받는 사람을 비유하여 '개밥에 도토리'라는 속담을 써요. 개가 도토리를 먹지 않아서 밥에 들어가 있어도 그대로 남기기 때문에 생긴 속담이지요. 또한 평범하고 뛰어난 것이 없는 사람들이 서로 자기가 낫다고 다투는 것을 비유하여 '도토리 키 재기'라는 속담도 써요. 도토리 크기가 아무리 제각각이라도 사람 눈에는 다 작아 보이기 때문에 생긴 속담이지요. 하지만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도토리가 옛날에는 귀중한 식량이 되었다니, 생김새만 보고 함부로 무시해서는 안 되겠지요?



윤상석 | 윤상석·어린이 학습 도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