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9.23 03:03
-서울대 화학과 홍병희 교수
나노물질 '그래핀'의 제품화 연구 인용 수 3000번은 노벨상급 여겨져
"최다 인용 목표한 건 아니지만 영광… 신소재 강국 되는 데 기여하고 싶어"
홍병희(洪秉熙·43) 서울대 화학과 교수의 논문이 단일 논문으로는 국내 최초로 3000번이 넘는 인용 횟수를 기록했다. 그간 외국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한국 연구진이 공동 저자로 등재된 논문이 3000번 넘는 인용 횟수를 기록한 적은 있지만, 주(主)저자(제1저자나 교신저자)인 국내 학자의 논문이 3000번을 넘긴 것은 처음이다. 홍 교수가 2009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낸 논문은 22일 현재 3161번 인용됐다.
인용 횟수 3000번은 '노벨상 수상급'의 논문으로 간주된다. 노벨상 수상 시점을 기준으로, 역(逆)분화 줄기세포를 시현(示顯)한 일본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 박사(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의 논문(2006년)이 4600회, 신(新)물질 그래핀을 최초 발견한 가임(Geim)과 노보셀로프(Novoselov) 박사(2010년 노벨 물리학상)의 논문(2004년)은 3800회가량 인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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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병희 교수가 자신이 만든 그래핀으로 제작한 투명 전극을 보여주고 있다. 탄소 원자로만 구성된 그래핀은 구리보다 전기가 잘 통하면서 휘어지기도 해 차세대 입는 컴퓨터, 접는 휴대전화의 핵심 소재로 사용될 전망이다. /성형주 기자
홍 교수의 논문은 2008년 나노 물질인 그래핀(graphene)을 화학기체증착(CVD·Chemical Vapor Deposition) 공정으로 세계 최초로 제조했다는 연구 내용을 담은 것이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가 벌집 형태로 연결된 신(新)물질로, 강철보다 200배 강하고, 구리보다 전기 전도도가 100배 좋으며 투명하면서 휘어지기까지 한다. CVD는 반도체, LED의 핵심 공정이어서, 홍 교수가 개발한 공정은 바로 산업 현장에 사용 가능하다. 홍 교수의 이 논문은 학문적 탐구 대상으로만 여겨져 왔던 그래핀을 제품화가 가능한 물질로 바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노벨재단은 2010년 5월 홍 교수를 초청해 그래핀의 실용화 가능성을 조사했고, 그해 그래핀의 첫 발견자인 노보셀로프와 가임에게 노벨상을 수여했다. 당시 가임 박사는 홍 교수에게 "당신의 연구가 (노벨상을 아쉽게 놓친) 김필립 교수(하버드대) 시절에 이뤄졌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보셀로프 박사도 "홍 교수의 상용화 연구로 (우리가) 노벨상을 일찍 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많은 인용 횟수를 목표로 연구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과 우리가 일찍 그래핀 연구에 나선 점이 맞아떨어졌다"며 "국내 단일 논문 최다 인용이란 기록은 개인적으로 영광"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포스텍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김필립 교수 지도로 박사후연구원(post-doc)을 지냈다. 홍 교수는 석학 연구자로는 드물게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쳤고, 대학 시절 총학생회에서 활동했다는 이유로 제적될 뻔하기도 했다. 그는 "학교 당국에서 '이대로 제적당할래, 군대 갈래' 하길래, 군대에 가기로 했다"며 "군 복무를 통해 리더십과 체력을 키운 것이 나중에 연구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제대 후 연구에 몰두, 박사과정 시절에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표지 논문을 장식하기도 했다.
2010년 노벨상 발표를 기점으로 각국은 그래핀 연구비를 경쟁적으로 책정했다. EU는 10년간 최대 10억유로(약 1조4000억원)를 쏟아붓는 플래그십 프로그램을 작년에 시작했다. 싱가포르는 900억원대의 연구비를 집행 중이다. 그래핀 분야 석학인 홍 교수는 외국 출장이 잦다. 그는 "우리가 신소재 강국이 되는 데 기여하고 싶다"며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무섭게 우리를 쫓아오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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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