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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재/분노의 중산층(세금 폭탄)

[분노의 중산층] [1] "月450만원 버는데 이자·교육비 내면 150만원 남아"


[분노의 중산층] [1] "月450만원 버는데 이자·교육비 내면 150만원 남아"

  • 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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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08.17 03:03

    중산층의 생생한 목소리들

    금융회사 팀장인 이모(46)씨는 전업주부인 부인과 중학교 3학년 딸, 중학교 1학년 아들을 둔 가장(家長)이다.
      월급 450만원을 받지만 그는 "우리 가족은 중산층에 못 들어간다"고 말했다. 월급 통장에서 주택담보대출 상환, 보험료, 양가 부모 용돈, 공과금 등이 먼저 빠져나가면 남는 돈은 250만원이다. 아이들 과외비로 100만원이 더 나가면 실제 생활비로 쓸 수 있는 돈은 150만원에 그친다. 이씨는 "정부 기준으로는 나도 중산층에 들어간다지만 내 생활수준은 절대 중산층이라고 할 수가 없다"며 "형편이 이런데 세금을 더 내라고 하니 벌컥 화부터 나더라"고 말했다.

    
	한국납세자연맹 관계자들이 지난 13일 서울 중구 대우재단빌딩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세제 개편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납세자연맹 관계자들이 지난 13일 서울 중구 대우재단빌딩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세제 개편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진한 기자
    2012년 통계청 가계 동향 조사를 본지가 분석한 결과 이번에 정부가 중산층 세(稅) 부담 증가 기준으로 삼은 연봉 5500만원 계층은 전체 소득의 약 20%를 세금·연금·이자 등으로 떼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40~50대는 나머지 80%만 가지고 내 집 마련을 하고 자녀 사교육비, 대학 등록금을 대려면 최소한의 노후 대비도 하기 힘들 정도로 살림살이가 빠듯한 경우가 많다.

    사립대 교직원으로 연봉 5500만원을 받는 민모(50)씨는 "대학생 아들, 딸 등록금 대느라 저축은 꿈도 못 꾸고 돈이 무서워 동창회도 안 나간다"며 "돈 나올 구멍은 다 막혔는데 세금까지 더 올리면 또 뭘 포기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또 "대학을 나와도 갈수록 취업이 어렵다니 아들, 딸 부양을 언제까지 해줘야 할지 몰라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직원인 이모(50)씨는 "큰 식당·술집 주인이나 개인 개업한 변호사·의사 같은 고소득 자영업자는 놔두고 월급쟁이만 잡는 것 아니냐. 중산층 호주머니 털어서 저소득층 먹여 살리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중산층 무너지면 나라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에 있는 대기업 공장에서 생산직으로 일하는 황모(46)씨는 "가족 먹여 살리느라 잔업, 특근 많이 해도 세금이 누진 적용돼 국세청에서 뭉텅이로 떼간다"며 "이번처럼 세금을 자꾸 올리면 어느 누가 열심히 일하려 하겠나. 국가 발전에 걸림돌이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