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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의 비밀(2400년만에 풀린)

[사이언스 카페] 세균잡는 銀의 비밀 2400년 만에 풀었다


[사이언스 카페] 세균잡는 銀의 비밀 2400년 만에 풀었다

  • 이영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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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06.20 22:29

    감염 막는 항생 효과 입증, 영화서도 뱀파이어 사냥무기

    
	뱀파이어 사냥꾼 이야기를 담은 영화 ‘블레이드’ 사진
    뱀파이어 사냥꾼 이야기를 담은 영화 ‘블레이드’.




















    할리우드 영화 '반 헬싱'이나 '블레이드'를 보면 흡혈귀 뱀파이어 사냥꾼들에게 공통의 무기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로 은(銀)으로 만든 탄환이다. 병원균도 뱀파이어처럼 은에 약하다. 과학자들이 그 비밀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병원균 감염을 막는 데 은을 썼다. 기원전 400년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처음으로 은의 항생(抗生) 효과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 늑대인간이나 뱀파이어를 잡는 은 탄환 이야기도 거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까지 은이 어떻게 병원균에 효과적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 보스턴대의 제임스 콜린스 교수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은의 항생 효과가 두 가지 경로로 나타남을 밝혔다. 먼저 전기를 띤 이온 상태의 은 용액은 항생제가 병원균의 세포막을 쉽게 통과할 수 있도록 돕는다. 분자가 큰 항생제는 병원균의 세포막을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둘째는 활성산소다. 은은 병원균의 대사활동을 교란시켜 자신을 파괴하는 독성 활성산소를 과다 생산토록 유도한다는 것. 연구진은 19일(현지 시각)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스 중개 의학'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기존 항생제와 소량의 은을 함께 주입하면 병원균 살상 효과가 최대 1000배까지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은이 만병통치약인 것은 아니다. 은 역시 그 자체로 인체에 독성을 보인다. 1990년대 미국 의료기 회사가 인공 심장 판막을 만들면서 병원균 감염을 막기 위해 표면을 은으로 코팅했다. 은 코팅은 심장 조직에도 독성을 보여 판막이 새는 결과를 가져왔다. 은에 중독되면 온몸이 청회색으로 변하기도 한다. 은의 항생 효과와 독성 사이의 정밀한 줄타기가 필요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