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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물리학(노벨상)

노벨상은 아쉽게 놓쳤지만… 물리학 37년 난제 풀다

노벨상은 아쉽게 놓쳤지만… 물리학 37년 난제 풀다

  • 조호진 기자
  • 입력 : 2013.05.15 22:37

    [컬럼비아大 김필립 교수 '호프스타터의 나비' 그래핀으로 구현]
    2010년 노벨상 경합했던 가임 교수보다 한발 앞서 풀어
    노벨상 수상 가능성 높아져

    
	김필립 교수 사진
    컬럼비아대 제공

    김필립<사진> 미 컬럼비아대 물리학과 교수가 물리학계의 37년 묵은 과제를 놓고 노벨상 수상자와 경쟁을 벌여 간발의 차이로 앞선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노벨상 수상자와 경쟁에서 이긴 셈이다.

    김 교수는 2010년 한국인 최초의 과학 분야 노벨상을 아깝게 놓친 주인공. 이번 연구로 다시 김 교수의 노벨상 수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김필립 교수는 이른바 '호프스타터의 나비'를 그래핀(graphene)을 사용한 실험으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국제 학술지 네이처 15일자에 발표했다. 그래핀을 세계 최초로 발견한 업적으로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영국 맨체스터대학의 안드레 가임(Geim) 교수와 콘스탄틴 노보셀로프(Novoselov) 교수 역시 호프스타터의 나비를 그래핀으로 실현했다고 네이처에 같은 날 발표했다.

    미 물리학자 더글러스 호프스타터(Hofstadter)는 1976년 전자의 이동과 자기장의 숨어 있는 함수 관계를 세계 최초로 발견해 이론으로 정립했다. 이 이론을 그림으로 그리면 나비 모양을 닮았다. 하지만 이론으로는 존재하지만 실험으로는 한 번도 검증된 적이 없어 '신(神)의 입자'로 불린 힉스(higgs) 입자처럼 진위(眞僞) 공방이 있었다. 이를 구현하려면 수 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의 간격으로 원자가 한 치 오차도 없이 배열된 물질이 필요했다. 그래핀이 여기에 딱 적합한 물질이어서 김필립 교수와 가임 교수는 서로 호프스타터의 나비를 먼저 구현하고자 경쟁했다. 네이처는 호프스타터의 나비 연구에서 김필립 교수의 논문 바로 뒤에 가임 교수의 논문을 게재해 김 교수에게 판정승을 내렸다. 홍병희 서울대 화학과 교수는 "실험을 성공한 시점이 김필립 교수가 먼저라는 점을 네이처 편집진이 감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 물리학자 호프스타터의 전자와 자기장의 함수관계를 정립한 이론을 그린 ‘호프스타터의 나비’
    미 물리학자 호프스타터의 전자와 자기장의 함수관계를 정립한 이론을 그린 ‘호프스타터의 나비’. /이스라엘 테크니온공대 제공

    김필립 교수는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 교수는 가임·노보셀로프 교수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그래핀을 발견했고, 그래핀의 존재를 확증하는 실험은 가임·노보셀로프 교수와 같은 시기에 성공했다. 이 때문에 2010년 노벨상위원회가 굳이 수상자를 가임·노보셀로프 두 명으로 제한해 김필립 교수를 배제한 결정에 이의 제기가 잇달았다. 통상 노벨상은 해당 분야의 업적이 있는 세 명까지만 준다.

    김두철 고등과학원장은 "이번 김필립 교수의 논문은 여느 네이처 논문보다 좋은 논문"이라며 "그래핀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것이어서 김 교수의 노벨상 수상 가능성도 커졌다"고 말했다.

    홍병희 교수는 "가임 교수와 노보셀로프 교수는 요즘도 주말에 쉬지 않고 연구를 한다"며 "가임 교수와 김필립 교수는 그래핀을 두고 과학사에 나올 법한 세기적인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핀(graphene)

    탄소 원자 한 층으로 이뤄져 두께가 0.35㎚에 불과하면서도 강도는 강철의 200배이고 휘어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향후 휘어지는 스마트폰의 창에 사용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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