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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의료/줄기 세포

[인간 배아줄기세포 첫 복제] 卵子 단 2개로 성공… "줄기세포 치료 5년내 가능할 듯

[인간 배아줄기세포 첫 복제] 卵子 단 2개로 성공… "줄기세포 치료 5년내 가능할 듯"

  • 이영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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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05.16 01:26

    [미탈리포프 교수팀, 체세포 복제 성공률 수백배 끌어올려]

    난자서 核 빼고 피부세포 융합… 면역 거부 없는 줄기세포 얻어 치매·파킨슨病치료에 새 轉機

    -생명 윤리 논란 크게 줄 듯
    기존엔 난자 수백개 이상 필요
    -종교계는 여전히 반발 "그래도 난자 이용 생명 파괴"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 미탈리포프 교수 연구진이 복제 배아줄기세포 수립에 처음으로 성공하면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치료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줄기세포를 만들 때 난자를 단 2개만 사용해 생명윤리 논란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개 중 1개가 성공해 성공 확률 50%를 기록한 것이다. 지금까지 하던 연구보다 성공률이 수백배 좋아진 것이다. 그동안 한 번의 연구에 수백개 이상의 난자가 소요돼 생명 파괴 논란이 제기됐었다.

    면역 거부 없는 줄기세포 치료 가능

    연구진은 난자에서 유전자가 들어 있는 핵을 빼고, 정상 유전자를 가진 피부세포를 전기 충격으로 융합시켰다. 이렇게 하면 정자와 난자가 만난 것과 같은 복제 배아가 만들어진다. 연구진은 배아가 세포 수 150개 정도의 배반포기까지 자랐을 때 배아줄기세포를 추출했다. "줄기세포와 피부세포의 유전자는 100% 일치했으며 어떤 유전적 이상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복제가 완벽하게 이뤄졌다는 의미다.

    배아줄기세포는 인체의 모든 세포로 자라고, 성체줄기세포는 특정 세포로만 자란다. 당연히 치료제로는 배아줄기세포가 더 좋다. 특히 환자의 세포로 만든 복제 배아줄기세포는 유전자가 환자와 똑같아 이식할 때 면역거부반응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를테면 뇌세포가 파괴된 환자에게는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신경세포로 자라게 해 이식할 수 있다. 치매·파킨슨병·류머티즘 관절염 등의 질병 치료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복제 배아줄기세포와 유도만능줄기세포
    사전 원숭이 연구로 복제법 최적화

    배아줄기세포 복제는 쥐, 원숭이에서는 성공했지만, 사람은 이번이 처음이다. 난자를 기증받기 어려운 데다, 동물과 달리 복제를 하면 배아가 정상적으로 자라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 문제를 동시에 해결했다.

    미탈리포프 교수는 2007년 사람과 같은 영장류인 원숭이의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최초로 만들었다. 연구진은 "원숭이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통해 인간에 적용할 방법을 최적화했다"며 "성공의 핵심은 염색체 재조합 억제"라고 밝혔다.

    정자와 난자는 염색체를 한 벌만 갖고 있다. 둘이 만나 배아가 되면 정상적인 한 쌍의 염색체가 된다. 염색체는 배아 발달 과정에서 서로 섞이는 재조합 과정을 겪는다. 반면 복제 배아는 피부세포를 통해 이미 완전한 한 쌍의 염색체를 갖고 있다. 그런데도 염색체 재조합이 되면 배아가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연구진은 염색체 재조합 억제제를 처리해 이 문제를 극복했다. 건강한 난자를 쓴 것도 성공 요인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줄기세포 치료 5년이면 가능할 듯

    복제 배아줄기세포는 윤리 논란도 심하고 성공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여겨져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 이후 사실상 폐기됐다.

    대신 찾은 것이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다. 일본 교토대 야마나카 신야 교수는 다 자란 세포에 특정 유전자 4개를 집어넣어 배아줄기세포처럼 다양한 세포로 자라는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만들었다. 난자를 쓰지 않아도 되고 배아줄기세포와 효능이 비슷해 연구자들이 이쪽으로 몰렸다.

    이번 성공으로 상황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iPSc 전문가인 김정범 울산과기대 교수는 "iPSc는 인체에 없던 유전자를 집어넣는 인위적인 방법"이라며 "복제 배아줄기세포는 훨씬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2006년 iPSC가 처음 등장한 지 7년 만에 일본에서 임상시험을 시작했다"며 "복제 배아줄기세포도 성공률이 획기적으로 높아진 만큼 5년이면 환자 치료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비판적인 의견도 있다. 문신용 서울대 의대 교수는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어도 제대로 이식하는 방법을 몰라 치료는 100년 안에, 적어도 우리 세대 안에는 성공 못 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장보식 사무총장(변호사)은 "성공 확률이 높으냐 낮으냐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난자가 1개이건 2개이건, 이것을 파괴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것은 생명 파괴"라고 했다.



    ☞줄기세포(stem cell)

    다양한 인체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일종의 원시(原始)세포다. 성인의 골수나 지방 조직에서 추출한 것을 ‘성체줄기세포’, 불임 치료 후 남은 수정란(배아)에서 얻은 것을 ‘배아줄기세포’라고 한다. 다 자란 세포와 난자를 융합해 만든 복제 배아에서 얻은 줄기세포는 ‘복제 배아줄기세포’로 불린다.


    ☞유도만능줄기세포(iPSc·in duced Pluripotent Stem cell)

    다 자란 어른의 세포를 유전자 조작으로 생명체 초기 단계로 되돌린 세포를 말한다. 여기서 마치 배아가 시작된 것처럼 심장·근육·신경 등 다양한 세포를 만들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특정 세포가 망가진 환자에게 싱싱한 새 세포를 이식하는 치료가 가능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