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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재/금융회장 년봉?

[클릭! 취재 인사이드] 3년 임기동안 최대 90억원 챙기는 KB금융회장 자리… 신한·하나·우리금융 회장 연봉은?

[클릭! 취재 인사이드] 3년 임기동안 최대 90억원 챙기는 KB금융회장 자리… 신한·하나·우리금융 회장 연봉은?

  • 김정훈 경제부 금융팀 기자
  • 입력 : 2013.05.08 03:04

    김정훈 경제부 기자가 해부한 4대 금융지주 회장 ‘연봉 총액’의 비밀

    
	김정훈 경제부 금융팀 기자
    김정훈 경제부 금융팀 기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출신의 홍기택 중앙대 교수가 산은(KDB)금융지주 회장에 지난달 임명된데 이어 이번주 들어 금융지주 회장 선임 레이스가 본격 시작됐습니다.

    우리금융지주 회장추천위원회가 지난 6일 후보자 공모 접수를 마감했고, KB금융지주도 최근 임시이사회를 열어 사외의사들로 구성된 회추위를 결성하는 등 오는 7월 12일 임시 주주총회에 회장 선임 안건을 올리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습니다.

    금융가의 ‘4대 천왕(天王)’으로 불리는 이들은 회장으로 재임하면서 연봉을 얼마나 받을까요? 명색이 금융권 담당 기자인 저도 솔직히 고백컨대, 국내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의 정확한 연봉 액수를 모릅니다. 그들의 연봉을 알고 있을 법한 사람에게 물어도 속시원하게 말해 주기를 몹시 꺼려합니다.

    물론 회장 연봉이 개인정보이긴 하지요. 궁금하긴 한데 그렇다고 해서 대놓고 “회장님, 연봉 얼마나 받으세요?”라고 직접 물어보기도 뭣하구요. 그래서 여러 단계를 거쳐 4대 금융지주 회장님들의 연봉 총액 윤곽을 추적해 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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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1단계 : 단순 나눗셈

    매년 3월 말 공시되는 각 회사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금융지주 회장님들의 연봉에 대한 작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각 회사의 사업보고서에 등기이사진 연봉 총액을 공개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KB금융은 등기이사 4명에게 25억원, 하나금융은 7명에게 46억6500만원, 신한금융은 2명에게 14억2700만원, 우리금융은 1명에게 9억원을 줬다고 공시하고 있습니다.

    임원 1인당으로 단순계산해 보면 우리(9억원), 신한(7억원), 하나(6억6000만원), KB(6억2500만원) 순서로 보수를 받는다는 얘기입니다. 이상한 것은 공적 자금을 12조원이나 받고 있는 정부 소유인 우리금융 임원의 연봉이 가장 많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단순히 나눗셈을 하면 틀린 계산입니다.


    ②2단계 : 허수 제거

    복수의 KB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KB 회장은 공식 연봉으로 15억원 정도를 받습니다. 세금 떼면 10억원 정도 되는 돈입니다. 현 회장이 살고 있는 빌라의 감정가가 9억원 정도이니, 1년 연봉으로만 집 한 채씩이 떨어지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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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고 보면 계산이 이상합니다. KB의 사업보고서에서는 분명히 KB금융이 등기이사 4명에게 25억원을 줬다고 되어 있습니다. 어윤대 회장에게 15억원을 떼 주면 나머지 10억원을 나눠 나머지 3명(임영록 사장, 민병덕 국민은행장, 본 리터 ING은행 아시아CEO)에게 평균 3억원 정도씩 나눠줬다는 얘기인데요. 나머지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너무 적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런 착시(錯視)가 발생하는 것은 사업보고서 공시 체계의 ‘함정’ 때문입니다.

    KB금융의 4명 등기이사 가운데 한 명인 민병덕 국민은행장은 KB금융지주의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지만, KB금융지주의 연봉을 받지 않고 자신이 주로 일하는 국민은행에서 연봉을 받습니다.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25억원은 어윤대 회장과 임영록 사장 두 사람이 거의 나눠 가져 간다는 게 KB 관계자의 말입니다. 회장이 15억원이면, 사장은 10억원 정도이겠지요. 이렇게 되니 계산이 얼추 맞는 것 같습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도 마찬가지입니다. 신한금융의 등기이사는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서진원 신한은행장 2명입니다. 하지만 서진원 행장은 은행에서 연봉을 받습니다. 신한금융의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임원 연봉 14억여원은 거의 대부분 한동우 회장이 갖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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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금융의 경우, 계산법이 약간 더 복잡합니다. 하나금융의 등기이사진은 7명이나 되기 때문이지요. 7명이라는 숫자에는 허수(虛數)가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우선 올해 2~3월 퇴임한 김승유 전 회장, 임창섭 부회장, 김종열 사장이 7명 명단에 섞여 있습니다. 이들 때문에 CEO가 받는 연봉 규모가 희석되는 거지요.

    하나금융의 계열사를 책임지고 있는 윤용로 외환은행장과 김종준 하나은행장도 이 등기이사 명단 7명 중에 포함되어 있는데요. 이들도 서진원 신한은행장처럼 지주에서는 거의 연봉을 받지 않고 각자 행장으로 일하고 있는 은행에서 연봉을 받습니다. 결국 46억원 중 절반 정도는 김정태 회장과 최흥식 사장의 몫이라는 얘기입니다.

    KB금융과 덩치가 비슷한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회장은 다들 15억원 정도의 연봉을 엇비슷하게 받는다고 보면 됩니다. 이렇게 보면 4대 금융그룹 회장들의 연봉은 KB가 제일 많고 신한금융, 다음은 하나금융 순서라는 게 금융권의 정설입니다.

    왜 KB가 가장 많이 받을까요? KB의 경우 확실한 주인(대주주)이 없는데 반해, 신한과 하나는 그나마 재일교포나 외국인 지분에 의해 견제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습니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 중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만 지난해 9억원 정도를 받았습니다. 공적자금이 들어갔기 때문에 정부가 최대 주주라, 다른 민간 금융지주 CEO의 연봉보다는 적은 편이지요. 같은 정부 소유의 은행인데, KDB산은금융지주 회장의 연봉은 5억원 정도로 더 적게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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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③3단계 : 숨겨진 일인치

    어려운 길을 돌아오다 보니 암호문같은 금융지주 사업보고서의 공시 시스템을 손보긴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침 최근 국회가 이런 공시 시스템을 손보겠다고 나섰습니다. 연봉 5억원이 넘는 CEO들의 연봉을 따로 공개하자는 논의를 할 거라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봉도 곧 공개가 되겠군요.

    하지만 공개돼 봐야 반쪽짜리일 겁니다. 지주 회장들은 연봉 이외에 ‘장기성과급’이라는 것을 받기 때문입니다. 이 돈은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 목표를 가지고 뛰라는 의미로 주는 돈인데요. 회장 직에서 퇴임한 다음에 정산해 줍니다. 이건 연봉과는 상관없는 돈입니다.

    예를 들어 KB 회장은 최대 9만주의 자사주(自社株)의 가치에 해당하는 장기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취임했을 때의 가치로 따지면 최대 45억원이지요. 연봉과 장기성과급을 합쳐 따지면 3년 동안 최대 90억원입니다.(물론 앞으로 주가가 떨어진다면 KB 회장은 이 장기성과급을 다 못 챙길 수도 있습니다)

    신한금융도 KB금융처럼 장기성과급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퇴임 후 4년 동안 성과급을 부여하는 겁니다. 돈을 받을 때 다른 금융지주 회사들에 비해 신한금융의 주가(株價)가 많이 올라가 있으면 약속한 돈을 주고, 그렇지 않으면 장기 성과급을 주지 않거나 깎는 시스템입니다. 회장의 임기는 3년인데, 월급은 퇴임 이후 4년 동안 더 받을 수 있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규정이 바뀌어 CEO의 연봉이 공개되더라도 이런 장기성과급은 확정된 수치가 아니라는 이유로, 따로 공시되진 않을 겁니다.

    그럼 내년엔 장기성과급은 그만두더라도 oo회장 15억원, 이런 식의 연봉 공개라도 볼 수 있는 걸까요. 이 역시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회장들에게 주는 연봉에는 활동비라는 명목의 돈이 끼워져 있습니다. 연봉처럼 줘서 영수증을 남기지 않아도 되니, 접대와 ‘큰손 영업’에 쓰라며 지급하는 돈인데요.

    아예 이 활동비를 분리해 회장의 연봉 총액을 줄이는 방법으로 사회의 따가운 눈총을 피하려는 금융사가 훨씬 많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