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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가격 단합/기업폭리 (독과점)

[사설] 이 정도면 세금이 아니라 폭탄이다

[사설] 이 정도면 세금이 아니라 폭탄이다

입력 : 2013.05.03 23:30

국세청이 최근 동아제약에 대한 세무조사를 통해 706억원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동아제약의 연간 영업이익 896억원의 79%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세금 납부 기한은 6월 30일이다. 연간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한꺼번에 세금으로 내고 나면 아무리 탄탄한 기업도 휘청할 것이다. 이 정도면 세금이 아니라 '폭탄'이다.

국세청은 지난달엔 반도체 회사인 동부하이텍에 778억원의 법인세를 부과했다. 동부하이텍은 지난 3년간 1900여억원의 적자(赤字)를 냈다. 그러나 국세청은 동부하이텍이 2007년 계열사를 합병하면서 2900여억원의 회계상 이익을 봤다는 이유로 세금을 물렸다. 국세청은 그동안 기업 인수합병 과정에서 실제 이익이 나지 않고 장부상으로만 이익으로 처리되는 사안에 대해선 세금을 물리지 않다가 올 들어 뒤늦게 세금 추징에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이 다짐한 대로 복지 공약을 이행하려면 5년간 135조원의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경기 침체로 세수(稅收) 확보가 어려워지자 국세청이 세무조사 권한을 몽둥이처럼 휘두르기 시작했다.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통해 거둬들이는 세금을 연간 4조~5조원에서 6조~7조원으로 2조원 정도 추가 징수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조사 인력을 400여명 늘리고, 세무조사 대상 기업과 조사 기간도 크게 확대했다.

국세청이 한 기업에 세무조사를 하고 나면 곧이어 관세청이 똑같은 사안으로 다시 조사에 나서는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검찰과 공정위도 기업 조사를 위한 전담 부서를 신설했다. 공정위 조사 다음으로 검찰 수사가 이어지고, 다시 국세청·관세청이 조사에 나서는 식의 겹치기 조사와 처벌이 이뤄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세무조사가 탈세(脫稅)를 바로잡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불평할 게 없다. 문제는 세수를 늘리기 위해 억지로 세금을 물리면서 기업을 코너로 모는 것이다. 나중에 잘못 부과한 세금을 돌려주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폭탄 투하하듯 세금을 물리고 보는 게 국세청 생리(生理)다. 세금을 추징당한 납세자의 30%가 이에 불복해 이의신청·심사청구·소송을 제기한다. 국세청이 과세권(課稅權)을 남용하면 세무공무원들의 비리와 부정도 늘어난다. 국세청이 세수 목표를 무리하게 달성하려고 이렇게 기업들을 들볶고, 기업들이 밤낮으로 세금을 피할 궁리만 하게 되면 어떻게 투자가 늘고 경기가 살아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