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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재/김우중(전대우조선회장)

[77세 김우중 '새로운 도전'] "해외에서 '젊은 김우중'을 길러내는 일, 이게 내 일생의 마지막 흔적이고 싶다"

[77세 김우중 '새로운 도전'] "해외에서 '젊은 김우중'을 길러내는 일, 이게 내 일생의 마지막 흔적이고 싶다"

  • 하노이=조선일보·TV조선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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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04.30 03:01

    [77세 金宇中 새로운 도전] 14년 은둔을 깨다 [1]

    "길은 바깥에 있다" 한국 청년들 데려와 베트남에서 취업·창업 교육
    대우그룹 해체의 진실 묻자 "나중에 기회되면…" 함구

    
	김우중 前 대우그룹 회장
    14년 만에, 김우중(金宇中·77) 전 대우그룹 회장이 돌아와 언론 앞에서 말문을 열었다. 한국 산업사의 신화(神話)로 '세계 경영'의 화려한 날개를 펼쳤지만 IMF 위기의 한복판에서 '부실 기업인'으로 낙인찍혀 몰락했던 그였다. 1999년 10월,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그는 해외 유랑에 나섰고 2005년 입국해 7개월간 옥고(獄苦)를 치른 이후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간간이 짧은 동정(動靜)이 전해지기도 했지만 그는 외부와 접촉을 끊은 채 은둔하며 침묵을 지켜왔다.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14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 언론 인터뷰에 응한 김 전 회장은 '청년 해외 창업 조련사'로 변신해 있었다. 그는 지금 베트남에 머물면서 해외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을 한국에서 데려와 키우고 있다. 청년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해 베트남에서 사업가로 클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이다. 사업 재기가 불가능한 자신을 대신해 젊은 사업가들로 하여금 또 다른 세계 경영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인 듯했다.


    '글로벌 YBM(영 비즈니스 매니저)' 프로그램으로 이름 붙은 이 사업은 전직 대우맨 모임인 대우세계경영연구회(회장 장병주 전 ㈜대우 사장)가 주관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프로그램을 직접 다 챙기면서 진두지휘하는 것은 김 전 회장이다. 그는 일종의 '김우중 사관학교'를 만들어 교장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이 사업을 "내 인생의 마지막 흔적으로 삼고 싶다"고 했다.

    김 전 회장과의 인터뷰 및 베트남 현지 취재는 조선일보와 TV조선 공동으로 4월 23~25일 사흘간 진행됐다. 그는 취재진에게 YBM 청년들의 교육 현장을 샅샅이 취재해줄 것을 주문했고 "나라 밖으로 나가 기회를 찾자"는 메시지가 전달되기를 원했다. 그 자신과 대우맨들이 그랬듯이, 지금 청년들의 취업·창업 기회도 해외에 있다는 말을 인터뷰 내내 반복했다. 그는 돈 버는 비즈니스 대신, 후진을 양성하는 것을 '김우중식 재기(再起)'로 여기는 것 같았다.


    
	김우중 前 대우그룹 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14년간의 은둔을 깨고 카메라 앞에 섰다. 지난 25일 베트남 하노이 대우호텔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김 전 회장은 해외 청년사업가 프로젝트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했으나, 대우 해체를 둘러싼 민감한 질문엔 입을 닫았다. /하노이=오종찬 기자
    아직 미궁(迷宮)에 빠져있는 대우그룹 해체의 진실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아 보였다. 그는 대우 몰락에 대해 "내가 잘못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14년 전 정부·채권단에 의한 대우그룹 해체가 오류였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청년 육성을 통해) 김우중이 이런 일을 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도 했다. 그러나 구체적 질문을 던질 때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말하겠다"며 입을 굳게 닫았다. 그는 자신의 언론 노출이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몹시 조심스러운 듯했다.

    
	특별취재팀 명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