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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악동뮤지션, 조용필,싸이

조용필·싸이 돌풍… 아이돌은 '실종' 됐다

조용필·싸이 돌풍… 아이돌은 '실종' 됐다

  • 정지섭 기자

    입력 : 2013.04.29 02:59 | 수정 : 2013.04.29 04:33

    [음원차트, 逆세대교체 바람]

    최근 가요 프로 1위 아이돌 곡 음원차트 상위권엔 거의 없어
    10위 내 진입한 젊은 가수들 대부분 가창력 앞세운 실력파… 음악계 "좀 빨랐지만 예견된 일"

    조용필싸이를 앞세운 중견 가수들의 메가톤급 돌풍과 오디션 출신 개성파들의 약진에 칼군무와 조각 외모를 앞세워 음악·방송계를 장악하던 아이돌 가수들이 음원 차트 상위권에서 거의 '실종' 상태다. '역(逆) 세대교체 바람'인 셈이다.

    아이돌 '올킬'시킨 조용필·싸이

    4월 들어 싸이 젠틀맨 발표(12일)·조용필 '바운스' 선(先)공개(16일)와 19집 발매(23일)·악동뮤지션 신곡 발표(24일) 등이 잇따라 이어지면서 아이돌이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국내 최대 음원(音源) 사이트인 멜론이 다운로드(60%)와 스트리밍(40%) 횟수를 합산해 발표하는 일간 차트에서 젠틀맨이 발표된 12일부터 26일까지 2주간 차트 정상을 밟은 가수는 열흘 연속 1위를 한 싸이를 비롯해 조용필·악동뮤지션·로이킴 등 비(非) 아이돌 천하다.〈표 참조

    
	4월 12~26일 멜론 일일차트 1~3위 - 표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젊은 가수들도 가창력과 음악성을 앞세웠거나(다비치·어반자카파·린·케이윌·주니엘 등), 오디션 프로를 통해 스스로 인지도를 알리는(이하이·15&·서인국 등) 등 아이돌과는 다른 부류다. 다른 음원 사이트인 벅스의 일일 차트에선 12일 이후 6일은 조용필이, 5일은 싸이가 음원 차트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기간에 이 차트들의 정상권에 이름을 내민 아이돌 팀은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던 현아가 소속된 걸그룹 포미닛 정도다. 샤이니의 '드림 걸', 인피니트의 '맨 인 러브' 등 최근에도 방송 가요 프로 1위를 차지했던 노래들은 10위권에 없었다.

    음원 판매 데이터를 합산해 정부 공인 '가온차트'를 발표하는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 최광호 사무국장은 "2006년 아이돌 그룹이 음원 차트를 점령하기 시작한 이래, 지금처럼 아이돌이 차트 상위권에서 사라지다시피한 경우는 거의 유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오프라인 음반 시장은 조용필의 완벽한 독주다. 대형 음반 매장인 교보핫트랙스 집계에 따르면 전국 13개 매장에서 22일~26일 낮 2시 30분까지 팔려나간 모든 가요 음반의 89.6%, 같은 기간 인터넷으로 판매된 가요 음반의 84.4%가 조용필 19집이었다. '조용필의, 조용필에 의한, 조용필을 위한' 음반 시장인 셈이다. 주말 시내 주요 음반 매장에는 조용필 앨범을 구입하러 왔다 품절된 것을 알고 허탕 치고 돌아서는 경우가 속출했다. 또 조용필의 신곡과 기존 곡을 합쳐 36곡을 담은 해적판 CD가 발견돼 음반사가 '범인 색출'에 나서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악동뮤지션(왼쪽 아래), 싸이의 젠틀맨 디지털 싱글 이미지(왼쪽 위). 조용필.
    아이돌을 제치고 가요계 음원 차트를 휩쓸고 있는 악동뮤지션(왼쪽 아래), 싸이의 젠틀맨 디지털 싱글 이미지(왼쪽 위). 조용필. /YG엔터테인먼트·뉴시스·이덕훈 기자
    음악인들 "필연적인 변화" 반색

    음악계에선 이런 역 세대교체 바람을 예견된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많다. 2000년대 중반부터 계속돼온 '아이돌 천하'에 대한 대중의 피로감과 2010년 이후 슈퍼스타K, 나는 가수다, 세시봉 열풍 등을 통해 '자기 음악이 뚜렷한 가수들'에 대한 열망이 분출되며 여건이 무르익은 상황에서 조용필과 싸이 등 '얘기되는 가수'들의 등장으로 '터졌다'는 얘기다.

    이정선 동덕여대 실용음악과 교수(가수·기타리스트)는 "생각보다 빨리 변화가 불어닥쳤다 뿐이지 몇 년 안에 충분히 일어날 것으로 봤던 일"이라며 "했던 것 반복하면 재미없어하고 빨리 질리는 게 음악 대중의 심리"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아이돌 음악도 부침을 거듭하겠지만, 대중음악의 어엿한 장르로 공존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병찬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장(플럭서스뮤직 대표)도 "아이돌 음악이 가장 많이 쏟아졌던 2010년을 기점으로 꺾이는 흐름이 완연하다"고 말했다. 다만 앞으로 컴백할 음악 거장·중견 가수들의 앨범이 얼마나 열광적인 호응을 이끌어낼지가 이런 흐름을 이어가기 위한 관건이라는 전망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