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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한반도 정세 어디로?

"北 협박에 시달리는 한국, 核억지력(deterrence)+외교(diplomacy)+대화(dialogue) '3D 총력전' 나서야"

"北 협박에 시달리는 한국, 核억지력(deterrence)+외교(diplomacy)+대화(dialogue) '3D 총력전' 나서야"

  • 이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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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명 기자

    입력 : 2013.04.20 03:12

    [전문가 연쇄 진단 : 한반도 정세 어디로…] [3] 北 도발에 대응하는 朴정부의 전략

    이상우 신아세아연구소 소장 - "朴정부, 임기중 업적 '조바심' 버려야 성공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로는 北 변화 불가능… 6·15와 10·4 남북합의에 집착할 필요 없다"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 - "韓·美, 물밑 조율 없이 대화 제의 아쉬워
    北 강경 공세에 '김빼기' 역할은 평가할 만… 대화 열어놓되 '도발땐 응징' 확고히 해야"

    
	이상우 신아세아연구소 소장과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
    이상우(사진 왼쪽), 김태우.

    이상우(李相禹) 신아세아연구소 소장과 김태우(金泰宇) 동국대 석좌교수는 19일 본지가 주최한 대담에서 현재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로는 북한을 움직일 수 없다며 이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박 대통령이 전(前) 정부와는 대북정책이 달라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자신의 임기 중에 뭔가 성취해야 한다는 조바심 때문에 북한의 속셈에 말려들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북한에 우리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은 대북 지렛대가 부실하기 때문"이라며 "과거 수십 년 동안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책이 좌로 갔다가 우로 갔다가 하면서 문제가 축적돼 왔다"고 말했다.

    김정은 정권이 박근혜 정부 출범 후에도 계속 긴장 수위를 높이면서 도발하겠다고 위협하는 배경은.

    이상우 "북한은 핵 보유국 지위를 갖고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함으로써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자 한다.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자동으로 한미동맹은 파기되고 미군은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지금은 핵 보유국이란 점을 보여주고 자신들의 새로운 상태를 인정받기 위해서 핵실험도 하고 미사일도 쏘고 있다."

    김태우 "북한이 이처럼 긴장 조성 게임을 벌이는 이성적 요인은 대내용, 대미용, 대남용 목적이다. 비이성적 요인으로는 좌절감, 짜증, 콤플렉스 등이 있는데 김정은 정권 특유의 새로운 현상 같다. 개성공단은 남북한 모두의 소중한 자산인데 이것까지 건드리는 것은 굉장히 비이성으로 보인다."

    [안보정책과 통일정책은 달라야]

    ―박근혜 정부의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나?

    이상우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북한을 잘 모르고 추진하는 것 같아서 안심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은 다르다. 대북정책은 북핵처럼 현안 문제고, 통일정책은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통일정책'이 돼야 한다. 신뢰 프로세스는 북한을 정상 국가로 만드는 1단계와 교류·협력의 2단계가 혼재돼 있어 북한을 잘 알고 하는 이야기인지 걱정스럽다."

    김태우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 북한의 '말폭탄 소나기'가 계속 내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과 제대로 밀고 당기기를 해본 것이 없다."

    [朴정부, 對北정책 일관성 필요]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가 '특사 파견'을 주장하는 한국 내의 일부 잘못된 주장을 무력화하고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할 시기를 놓치게 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상우 "박 대통령은 '원칙이 있는 정부'라고 해 놓고선 김대중 정부의 6·15 공동선언, 노무현 정부의 10·4 공동선언을 다 지켜야 한다고 보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주장이다. 논어(論語)를 보면 공자가 '정이불량(貞而不諒)', 즉 큰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 사사롭고 작은 의리는 과감하게 버릴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대한민국의 통일정책이 가야 할 길이 있는데 이 길에 어긋난 약속까지 지키려고 하면 박 대통령 스스로 자기 발을 묶어 놓는 것이다."

    김태우 "한미 양국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대화제의를 했기 때문에 충분히 물밑 조율이 있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전혀 아니어서 아쉬웠다. 북한의 강경 공세에 김 빼는 역할을 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가 북한을 다룰 때 굉장한 끈기와 일관성을 갖고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 우리가 대화할 시점이 아니라고 했다가 대화하겠다는 식의 정책이 나와서는 북한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이상우(왼쪽) 신아세아연구소 소장과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가 19일 본사 사옥 앞에서 북한에 대한 한국의 대응 전략을 주제로 대화하고 있다.
    이상우(왼쪽) 신아세아연구소 소장과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가 19일 본사 사옥 앞에서 북한에 대한 한국의 대응 전략을 주제로 대화하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정책인가.

    이상우 "(매우 단호하게) 아니다. 독일은 기민당의 아데나워 총리 때 '힘의 우위 정책'으로 동독을 강경하게 대했다. 사민당의 브란트 총리는 소위 '잔걸음으로 차근차근 변화를 만들어 나간다'는 정책으로 바꿨다. 조그만 것부터 추진해서 상대방을 믿을 수 있게 해보자는 것이 신뢰 프로세스인데, 명확하게 어느 단계까지 어떻게 한다는 금을 그어놓지 않고 전혀 엉뚱하게 2단계에 적용하면 문제가 생긴다."

    김태우 "비관적으로 생각한다.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이나 1991년 남북 간 기본합의서 만들던 시절만 해도 남한이 주도하고 북한이 화답해서 개선 국면으로 넘어간 적이 많다. 그러나 북한이 핵개발 하고 2006년 1차 핵실험을 한 후 북핵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것이 달라졌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도 남북 간의 외형적 관계, 껍데기는 좋아졌지만, 내부적으로는 악화됐다. 북한이 남북 관계의 3T, 즉 기조(tone), 시점(timing), 속도(tempo)를 다 지배하는 상황에서 신뢰 프로세스로 북한을 변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방예산·新무기 '억지력' 키워야]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상우 "우리가 하는 행위가 한반도 상황의 전체 맥락에서 어디에 와있는가를 알고 움직여야 한다. 우리가 어떻게 움직여서 궁극의 목적에 갈 수 있는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

    김태우 "어떤 정부의 핵심적 대북 정책이 다른 정부에서는 남북 관계를 파괴한 원인으로 치부된다. 이런 상태에서는 우리가 북한을 절대 통제하지 못한다. 정부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과연 우리가 북한을 변화시킬 힘을 가진 나라인가 성찰해 봐야 한다."

    ―북한이 끝내 대화에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이상우 "우리는 의연하게 기다리면서, 행동으로 국방 예산과 신무기 등 억지 전력을 늘려야 한다. 위협에는 절대 굴복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자세를 보이면서 북한이 어떻게 나오는지 한 단계 위에서 지켜보며 기다려야 한다."

    김태우 "3T를 장악하려는 북한의 시도에 대해 우리가 해야 할 것은 3D, 즉 억지력(deterrence), 외교(diplomacy), 대화(dialogue)의 조화다. 우리가 먼저 비굴하게 잘못된 시점에 대화를 제의해서는 안 되지만 북한이 통일 파트너이자 동족이란 점을 생각해 대화의 문은 열어놓아야 한다. 북한과 대화를 하더라도 억지력을 키우는 노력은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는데 과거의 지도자들이 잘못했다."

    [南,국민 단합이 가장 강력한 무기]

    ―북한이 계속 도발하는 상황에서 우리 사회가 비교적 잘 대응한 것 아닌가.

    이상우 "이번 사태로 국민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웃으며 합의했다고 뭔가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게 됐다. 외국에서도 한국 사회의 성숙함에 놀랐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 북한이 지금의 상황을 검토해 보면 명백히 실수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김태우 "국민들이 우리의 단합과 합의가 가장 강한 정책 수단이란 점을 알게 됐다. 북한이 도발적 언사와 사이버 테러 등만 하고 직접적인 무력 충돌을 피한 가장 큰 이유는 다시 도발하면 응징해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직후에 이런 합의가 있었으면 연평도 포격 도발이 없었을 것이다."

    ―북한의 망동(妄動)을 보면서 더 큰 차원의 새로운 통일 전략을 만들 시점이 됐다는 얘기가 많은데.

    이상우 "이제까지는 통일·안보 정책을 섞어서 조급하게 했는데 앞으로 통일정책을 다시 세워 차근차근 처음부터 다시 해나가야 한다. 통일정책보다도 대한민국의 대북정책, 외교정책부터 제대로 세워서 대응해야 한다."

    김태우 "통일을 큰 전략 차원에서 다뤘으면 좋겠다.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하려면 북한을 변화시켜서 우리와 비슷하게 만들어야 한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변화시킬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

    ▲이상우(李相禹) 신아세아연구소장

    원로 정치학자로 동아시아와 통일 및 국방정책을 주로 연구해왔다. 1970년대부터 4차례 정부의 주요 국방개혁 작업에 참여했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요청으로 대통령 직속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 의장을 맡았다. 미국 하와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서강대 동아시아연구소장, 한국국제정치학회장, 한림대 총장을 지냈다.

    ▲김태우(金泰宇) 동국대 석좌교수

    작년 10월까지 통일연구원장(차관급)을 지냈고, 최근 동국대 행정대학원 석좌교수로 임용됐다. '북핵을 넘어 통일로' '북핵 감기인가 암인가' 등 북핵과 관련한 책을 다수 저술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경수로사업단 자문위원, 이명박 정부에서 국방선진화 추진위원을 지냈다. 2006~2007년 국회 북핵특위 위원으로 활동했다.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