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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 그린… 0.3175㎝의 비밀

마스터스 그린… 0.3175㎝의 비밀

  • 오거스타=민학수 기자

    입력 : 2013.04.11 03:05

    [잔디 짧고 경사 심해… 공, 어디로 얼마나 굴러갈지 예측 불가]

    -'식스센스'가 필요한 그린
    빠르고 단단한 '유리알 그린'에 평평해 보여도 미세한 경사
    티잉 그라운드와 표고 차 커… 내리막도 오르막으로 '착시'
    -그린 관리 '서브에어 시스템'
    공기순환 파이프 설치해 그린 온도 일정하게 유지… 비 올 때는 배수구 역할도

    10일(한국 시각) 마스터스 대회 연습 라운드 10번홀에서 양용은이 벙커샷을 하고 있다.(아래 사진) /AP 뉴시스
    관전하는 입장에서 마스터스에서 가장 재미있는 곳은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아찔한 그린들이다.

    퍼터로 살짝 공을 건드린 것 같은데도 예측 불허 경사를 따라 미끄러지는 공, 그 공을 바라보며 "제발 멈추라"고 소리치며 몸까지 쓰는 정상급 골퍼들의 모습을 매홀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은 흔치 않은 경험이다. 다른 어떤 대회보다도 마스터스에서 그린 주변이 사랑받는 이유다.

    10일(한국 시각) 만난 최경주도 "여기는 직접 해보지 않으면 공이 어떻게 얼마나 굴러갈지 알 수 없는 곳"이라고 했다.

    딱딱하고 빠른 그린으로 악명 높은 US오픈에서 쩔쩔매는 프로 골퍼를 보면 매년 대회 장소를 옮겨 다니며 열리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아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오직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만 열리는 마스터스에선 왜 그런 걸까?

    이런 궁금증에 명쾌한 답을 내놓았던 골퍼가 있다. 1992년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프레드 커플스(미국)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알 수 없는 그린을 읽기 위해선 '제6의 감각(sixth sense)'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린 재킷을 세 차례 입어 본 필 미켈슨도 "오거스타 그린은 읽을 수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린의 모든 곳에서 퍼팅을 해보며 경험과 지식을 쌓는 것"이라고 했다.

    한라산 주변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할 때 눈에 보이는 경사가 아니라 캐디가 알려주는 '한라산 브레이크'에 따라 퍼팅을 해야 낭패를 보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야기다.

    마스터스의 그린이 어려운 것은 우선 빠르기 때문이다. 마스터스는 대회 전 공식적으로 코스 전체의 잔디 길이를 발표하는데 그린은 0.3175㎝다. 단단하고 빠른 그린으로 악명 높은 US오픈의 평균 그린 스피드가 14~14.5피트(4.27~4.42m)인데 이 와 비슷하거나 더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린 스피드는 스팀프미터라는 홈이 파인 알루미늄 막대(91㎝)를 그린과 20도로 만든 뒤 그 위에 볼을 놓아 그린에서 굴러간 거리로 표시한다. 오거스타 그린은 빠를 뿐만 아니라 그린 전체의 경사까지 심하다. 평평한 곳으로 보이는 곳인데도 굴러가던 공이 꺾이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2005년 타이거 우즈의 16번홀 칩샷이 그린에서 거의 90도로 꺾인 게 대표적이다.

    마스터스 골프대회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까다로운 그린으로 악명이 높다. 그린이 딱딱하고 빠른 데다 그린 전체의 경사까지 심해 세계 정상급 선수들조차“오거스타 그린은 읽을 수 없다”며 혀를 내두른다. 사진은 타이거 우즈가 2011년 마스터스 4라운드 15번홀에서 퍼팅에 실패하고 아쉬워하는 모습. /AFP

    퍼팅 라인을 읽는 데 자신 있는 프로들까지 이곳에서 애를 먹는 것은 한국의 '한라산 브레이크' 못지않은 착시 현상 때문이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티잉 그라운드와 그린의 표고 차가 커 심한 곳은 50m가 넘는 곳도 있다. 그러다 보니 코스 전체 경사와 그린 경사가 다른 경우 착시 현상이 일어난다.

    두 차례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잭 존슨(미국)은 "1m 안팎 퍼팅을 쉽게 할 수 있는 곳도 적지 않지만 오거스타에서는 절대로 그럴 수 없다. 공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이처럼 까다로운 마스터스 그린은 완벽한 관리로도 최고를 자랑한다. 매년 한두 홀씩 그린을 완전히 갈아엎는 리노베이션 작업을 하는 마스터스는 올해 대회를 앞두고는 14번홀(파4) 그린에 손을 댔다. 이 과정에 첨단 기술을 총동원한다.

    레이저 스캔을 통해 그린 표면의 정확한 등고선을 측량한 뒤 컴퓨터에서 퍼팅을 가상 테스트하는 것을 시작으로 모두 15단계 과정을 거친다. 그린 바닥에 공기 순환 장치인 서브에어 시스템을 깔아 쾌적한 상태를 유지하고, 순환식 냉·난방 장치를 설치해 그린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한다〈그래픽 참조〉.

    마스터스에서 세 차례 우승을 경험한 닉 팔도(잉글랜드)는 "오거스타의 그린은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게 만든다"며 "이것이야말로 마스터스의 정신과 통한다"고 말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