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3.27 03:10 | 수정 : 2013.03.27 04:23
[아시아의 새로운 과제: 착한 성장, 똑똑한 복지]
[Chosun Debate] 세션 5. '정부가 청년실업 해결할 수
있나' 사전트 對 슈미트 토론 격돌
"개입 말라" 對 "개입해야"… 처음엔 54대46, 토론 후 더 벌어져 64대 36
-사전트
교수
"구직자가 딱 맞는 직업 찾고 기업도 적합한 사람 채용하려면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어"
-슈미트 교수
"높은 실업수당이
능사가 아니라 일하며 교육 받을수 있게해야 전체 고용시장 유연하게 유지"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의 두 번째 '조선 디베이트(토론)'에선 최근 한국 사회의 고질병으로 떠오르고 있는 청년 실업
문제를 다뤘다.
201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토머스 사전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 귄터 슈미트 베를린 사회과학연구소 명예교수가 '청년 실업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했다.
201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토머스 사전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 귄터 슈미트 베를린 사회과학연구소 명예교수가 '청년 실업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했다.
(아래 사진)청년 실업 문제를 정부가 해결할 수 있는가를 놓고 다툰 제5 세션 디베이트는 비교적 차분하면서도 심도 있게 진행됐다. 토론자로 나선 토머스 사전트(왼쪽) 서울대 교수가 자신의 주장을 펼치자 또 다른 토론자인 귄터 슈미트(오른쪽) 베를린 사회과학연구소 명예교수와 사회를 맡은 조동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가 경청하고 있다. /채승우 기자

본격적인 논쟁이 벌어지기 전 태블릿PC를 이용한 청중 투표 결과는 '정부가 청년 실업 문제에 개입하면 안 된다'가 54%,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가 46%로 이 문제를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나왔다.
논쟁의 포문을 연 사전트 교수는 고용 문제를 '두 개의 호수'로 비유하며 청중 설득에 나섰다. 미국의 경우 대개 1억5000만명 규모의 취업자로 이뤄진 '큰 호수'와 1200만명의 실업자로 된 '작은 호수'가 있다는 것. 그리고 각각의 호수에는 매달 210만명씩 비슷한 규모의 실직자와 신규 취업자가 유입되는 현상이 끊임없이 유지된다는 설명이다. 사전트 교수는 "구직자가 딱 맞는 직업을 찾고, 기업도 적합한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서는 결국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고용 문제에 개입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스페인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오히려 젊은이들이 직업 찾는 시간을 오래 걸리게 만들기도 하는데, 스페인은 고령층의 고용을 보장하려다 결국 젊은 층의 실업을 유발했다"고 말했다.
사전트 교수는 또 청년 실업자들에게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시장이 조정되길 기다리지 말고 본인이 희망을 바꿔야 한다"며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모두 대통령을 하는 것은 아니다"고도 했다.
반면 슈미트 교수는 사전트 교수 의견에 대해 "청년 실업자들에게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 이야기"라고 맞섰다. 그는 "기업은 불황 때 가장 최근에 채용한 사람부터 해고한다"고 말했다. 숙련도 낮는 사람부터 해고해 수익성 있는 부문에만 투자하는 등 '시장 실패'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일을 하면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높은 실업수당을 주면서 실업자를 보호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 교육을 통해 전체 고용 시장이 유연하게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슈미트 교수는 "해고 이후 자연스럽게 재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면 기업도 숙련된 근로자 풀을 확보할 수 있어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실업률도 떨어진다"고 했다.
최종 투표 결과는 "실업 문제를 시장에 맡기자"고 한 사전트 교수의 완승이었다. 대형 화면에 토론 전 54 대 46이던 결과가 64 대 36으로 더 벌어진 투표 결과가 나오자 청중 사이에선 낮은 탄식이 흘렀다.
박영숙 플레시먼힐러드코리아 대표는 "두 개의 호수로 고용 시장을 설명한 사전트 교수의 말이 더 이해가 잘 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주덕한 전국백수연대대표는 "일자리는 시장에서 나오지만 일자리를 만들어가는 건 정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쉬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