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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교육

[신진상의 고등 공부 이야기] 계획부터 실행까지 발로 뛰며 자기주도학습 배웠어요(3)

[신진상의 고등 공부 이야기] 계획부터 실행까지 발로 뛰며 자기주도학습 배웠어요(3)

조선일보 | 맛있는교육

2013.03.18 10:42

제 1회 고교생 소논문 대회 우수상 은광여고 김혜성 여수아 한지수

안녕하세요, 신진상입니다. 오늘은 소논문 수상자 인터뷰 마지막 시간입니다. 소논문은 15~20쪽 내외의 논문 형식을 띤 보고서를 말합니다. 서울과고나 한국과학영재학교, 민사고, 하나고 서울국제고 포항제철고 등 과고, 전국 단위 자사고 국제고는 물론 대원외고 용인외고 등 주요 외고에서도 내신이 어느 정도 되는 학생들이라면 내신과 모의고사 다음으로 열심히 준비하는 비교과입니다.

서울대 입시에서 경시대회나 올림피아드 텝스 등의 스펙이 예전처럼 당락을 좌우하는 상황은 아닙니다. 학교 생활 충실히 하고 자신이 전공하고자 하는 학과에 열정과 관심이 많은 학생을 뽑고자 합니다. 그러다보니 스펙이 많은 학생보다 학교 생활을 열심히 하고 자신이 관심이 있는 주제를 직접 골라 자료를 찾고 때로는 관찰과 실험을 곁들여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학생들이 서울대 입시에서 의외의 결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은 지난 해 말에 열린 제 1회 전국 우수 고등학생 소논문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은광여고 학생들의 인터뷰로 찾아 뵙겠습니다. 은광여고 3학년에 재학 중인 여수아(이하 여), 김혜성(이하 김), 한지수(이하 한) 등 세 명의 여학생은 ‘청소년 인권 감수성 향상을 위한 미디어 교육의 필요성에 관한 연구’로 미디어 분야 논문 중에서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논문의 완성도와 주제 의식, 설문지 조사, 미디어 분석 등의 연구 설계 등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고 합니다. 다음은 일문일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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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여수아, 김혜성, 한지수
Q. 고등학생이 논문을 쓰는 게 쉽지 않았을 터인데 어떤 어려움들이 있었고 그것들을 어떻게 극복했나요?
한: 주제 자체를 깊게 파고들어가는 것이 어려웠어요. 평소에 막연하게 인권 감수성이라는 개념을 생각해왔으면서도 막상 그것을 정의하고 연구하려니까 개념이 추상적이고 관련 문헌 자료도 부족해서 논문 작성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친구들에게 많이 도움을 받았어요. 혜성이가 여러 분야에서 인권 감수성을 바라보면서 아이디어를 제공해주었고, 꼼꼼한 수아가 미디어 분석을 하면서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잡아냈어요. 앰네스티 친구들과도 계속 인권에 대해 고민하면서 인권 감수성을 여러 각도로 바라보게 되었어요. 친구들과의 소통을 통해 저의 인권 감수성 역시 풍부해졌고 논문도 한층 발전할 수 있었어요.

: 저희의 논문 주제 ‘청소년 인권감수성과 미디어 매체를 통한 극복’가 기존에 없던 참신한 주제이기에 그만큼 자료를 수집해야 하는 면에 있어서 어려움이 있었어요. 저희는 청소년들, 나아가 현대 사회가 인권감수성이 결여되었다는 것을 드러내고자 했어요. 그래서 인권 침해적 요소가 미디어 매체(드라마, 영화) 속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는 실태를 논문에 반영하고자 했죠.

하지만 인권 침해요소를 직접 찾고자 하니 제 자신 또한 무의식 중에 사회적인 편견에 사로 잡혀 있거니와 소수자의 입장을 잘 헤아릴 수 있을 만큼 인권과 관련해 숙달된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어요. 특히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대사나 행동들이 인권적으로 침해요소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기가 힘이 들었어요. 그래서 ‘불편해도 괜찮아’라는 책을 보며 인권을 보는 안목을 키우려고 노력했죠. 그리고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드라마영상 보다는 대본을 보고 대사 한마디 한마디를 신중히 생각해보았어요.

김: 또, 학교 공부나 다른 해야 하는 일도 있다 보니까 따로 시간을 내서 영상들을 보는 것도 힘들었어요. 수아 말대로 평소에 무심히 지나치는 거라서 집중해서 영상을 봐도 찾기 힘든데 시간이 부족하니까 끊어서 보게 돼서 찾아 내는 게 더 어려웠죠. 그래서 잠을 한, 두 시간씩 줄여서 영상을 보기도 하고 핸드폰에 다운 받아서 버스에서나 학교 쉬는 시간 같은 때 짬짬이 보곤 했죠.

Q. 이번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배운 것이 많을 터인데 말씀해 주시지요.
여 : ‘인권’이 딱딱한 주제라고 생각했던 지난날의 편견을 깨고 인권이라는 개념과 좀 더 친해질 수 있었어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나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라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 가장 큰 선물 같아요. 사실, 제가 그 동안 인권에 관하여 관심은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활동한 경험이 별로 없었거든요. 그래서 시작할 때는 꽤나 막막했는데, 완성하고 나니 그만큼 성취감이 크더라고요.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앞으로 제 앞에 닥칠 시련들을 씩씩하게 극복하여 더 멋진 나로 성장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된 것 같아요.(웃음)

김 : 저희가 정말 쉽게 접할 수 있는 드라마나 영화, 다큐멘터리에 다 알게 모르게 인권 침해 요소가 많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서 청소년들이 대체로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성 차별적인 발언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어요. 미디어를 활용한 교육이 효과적임에도 불구하고 해외에 비해 국내에서는 많이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알았죠. 정식으로 소논문을 틀에 맞게 써 보니까 어떤 형식으로 논문을 써야 하는 건지 알게 되고 결코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도 확실히 배웠죠.

한 : 논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써보았다는 뿌듯함과 자신감, 용기를 얻었습니다. 협력 정신과 시간관리 능력도요. 청소년이 정말 원하는 인권 교육이 뭔지에 대해서도 깨달았는데요, 인권 교육 담당자 분들께서 저희 논문을 꼭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Q. 마지막 질문입니다. 고 3인데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지요.
여 : 지금까지는 학교 내부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많은 활동을 참여하였는데, 고3인 만큼 활동을 자제하고 공부에 전념해야겠죠. 이후에는 제 버켓리스트에 있는 수많은 꿈들을 이루면서 성취감으로 가득한 보람찬 인생을 살고 싶어요. 대학생 때를 시작으로 청소년 해외문화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중국어 배우기, 연극에 단역으로 출현하기 등의 꿈을 이룬 뒤 인생의 황혼기에는 자서전 쓰기로 끝을 맺는 멋진 인생을 살고 싶어요.

김 : 이제 고3이니까 일단 학업 성적향상 노력과 수능 공부를 열심히 하고 지금 활동하고 있는 해비타트 봉사도 계속 하면서 인권에 대한 관심을 계속 가지고 싶어요. 나중에는 제가 후원하고 있는 아이도 세네갈로 직접 만나러 가고 싶고 스페인어와 불어도 배워서 꼭 5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하고 싶어요.

한 : 앞으로의 계획이 꼭 장래 희망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죠? (웃음) 우선은 고교 생활을 보람있게 마무리 하고, 대학교에서 공부하면서 한국의 미덕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싶어요. 학과 공부도 열심히하고, 취미 생활에도 좀더 시간을 쏟고, 여행도 다니면서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될지 실컷 고민도 하면서 지낼 거예요. 그러면서 제가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세상도 사람들이 더 살기 좋은 곳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특히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나중에 커서 ODA(공적개발원조) 분야에서 저개발국의 인권적인 국가 개발 정책을 세우는 일을 하고 싶어요. 아프다고 진통제 한번 놔주고 마는 것 보다는 평소에 안 아픈 것이 가장 좋잖아요! 건강하고 씩씩하게 살겠습니다.

신우성 입시컨설팅 소장, '수시의 진실' 저자, sailor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