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택시장의 분양가 상한제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분양가 상한제란 정부가 아파트 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 넘지 못하게 규제하는 제도다. 정부 여당과 건설업계는 "침체된 시장 상황을 감안해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거나 제한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는 "건설업체들이 지속적으로 분양가를 올려 서민 피해가 클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상한제 폐지는 새 정부 부동산 정책의 첫 시험대가 됐다. 박근혜 정부가 '규제 완화를 통한 시장 정상화'를 앞세우면서 분양가
상한제 폐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려 있다. 지난 27일에는 야당 반대로 국회 통과가 한 차례 무산된 상태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투기 우려 지역에만 상한제를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가 야당의 공세를 받았다.
◇정부
"분양가 상한제 없애 시장 정상화 추진"
건설업계는 "시장 침체로 유명무실해진 규제 제도를 없애자"고 주장한다. 이 제도의
골자는 건설사가 분양가를 마음대로 높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불황으로 분양가를 낮추지 않으면 소비자가 외면하는 상황이 됐다.
2008년 전국에서 3.3㎡당 평균 분양가는 1086만원에서 작년 839만원까지 23% 떨어졌다. 한국주택협회 김동수 실장은 "요즘 시장에서
분양가를 높일 건설사는 없다"면서 "규제 완화 기조를 상징하는 조치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 ▲ 그래픽=김현지 기자
정부도 규제를 풀어 시장의 불안감을 줄이자는 측면에서 찬성이다. 단, 공공성
강한 주택과 투기과열 우려가 있는 지역 등에 대해 제한적으로 상한제를 적용하자는 입장이다. 정부는 작년에 이런 내용의 법안을 만들어 국회로
보냈다.
일부 지역에서는 상한제가 없어지면 주택개발 수익성이 높아진다는 주장도 있다. 도심의 재건축 단지나 입지가 좋은 신도시 등
소비자 선호도가 높아 분양가가 오르더라도 살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국토해양부가 2011년 수도권에서 분양한 150가구 규모 재건축
단지를 분석한 결과도 이를 잘 보여준다. 상한제를 적용하지 않았을 때 수익성을 10%가량 높일 수 있었다. 전용면적 84㎡ 주택을 기준으로
일반분양 물량에 대해 평균 분양가를 1520만원 올려 분양 수익이 커진다는 것이다. 일반분양 물량을 모두 팔 경우, 조합원 1인당 개발 분담금은
1200만원가량 줄어든다.
국토부 박선호 주택정책관은 "재개발·재건축 사업 수익성이 높아지면 도심에 양질의 주택 공급이 가능하고,
사업이 활발해져 국가가 매몰비용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야당 "분양가 올라 서민
피해"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는 상한제 폐지에 반대한다. 결국 분양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가 1998년
주택경기를 살리기 위해 분양가 자율화 정책을 썼을 때, 서울 아파트 값은 3.3㎡당 평균 512만원에서 2002년 919만원, 2006년
1546만원까지 뛰었다.
높은 분양가가 주변 집값을 끌어올리고 다시 분양가가 더 높아지는 연쇄 반응이 나타났다고 야당은 분석하고
있다. 지금도 상한제가 없어지면 건설사가 슬금슬금 분양가를 높이고, 결국 서민·실수요자들이 분양시장에서 밀려나게 된다는 주장이다. 참여연대
김남주 변호사는 "분양가 자율화 정책 이후 8년간 분양가는 오르기만 했다"며 "건설사들이 좋은 건축자재를 쓴다는 둥 온갖 구실을 들어 분양가를
올리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나 건설업계의 기대와는 달리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반응도 많다. 현재 건설사가
이미 상한제 기준보다 싸게 분양을 하고 있다. 또 시장 침체의 주요 원인은 규제가 아니라 세계경기 위축, 성장 둔화 등이 더 크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상한제를 폐지하면 나중에 주택가격이 급등할 때 저지할 방법이 사라진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재건축·재개발 단지에서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도 장담할 수 없다고 야당은 반박한다. 분양가를 좀 더 비싸게 책정할 수는 있겠지만, 정작 비싼 분양가 때문에 집이
팔리지 않으면 조합원 부담이 역으로 더 커진다는 것이다.
◇규제 완화 둘러싼 논란 확산
박근혜 정부는 규제
완화를 중심으로 한 주택 정책을 펼칠 계획이어서 정치권 논란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와 여당은 "부동산 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야당은 "부동산 활성화가 일반 서민의 삶이랑 무슨 관계가 있느냐" 는 취지로 날카롭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분양가 상한제 탄력 운영 내용을 담은 법안을 놓고 4월 임시국회에서 여야가 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국회에 계류 중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안도 본격 논의될 경우 치열한 대립이 예상된다. 대표적인 대출 규제인 DTI(총부채 상환 비율)와 LTV(주택 담보대출 비율) 조정 문제까지
거론될 경우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더 깊어질 수 있다.
☞분양가 상한제
건설사들이
아파트 분양가를 정할 때 땅값과 건축비를 감안해 일정 수준 이상을 넘기지 못하도록 정부가 규제하는 제도.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3월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한 투기 억제 수단으로 첫 시행 됐다. 부동산 침체기에는 불필요한 규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2]
'성냥갑 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 때문?
박수찬 기자
분양가 상한제 폐지의 또
다른 쟁점은 이 제도가 주택의 품질을 획일화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느냐는 점이다. 국토해양부는 현재 분양가 상한제 아래서는
표준화된 가격산정 체계가 적용돼 건설사들이 첨단 기술이나 최신·고급 자재를 사용하더라도 분양가에 반영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실장은 "공공은 저렴한 주택을, 민간은 다양한 품질과 가격대의 주택 상품을 공급해야 하는데, 분양가 상한제로 이런 역할 분담 체계가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 품질이 원하는 수준에 못 미치면서 새로 분양받은 아파트를 소비자가 자기 돈을 들여 집을
고치는 사례도 많다는 게 건설업체들의 주장이다. 한국주택협회 측은 "최근 경기도 A신도시에서 입주한 1200가구 규모 아파트의 경우 60%에
가까운 700가구가 기존 마감재를 뜯어내고 새로 공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양대 이창무 교수는 "1999년 분양가
규제가 풀린 뒤 지어진 서울 동부이촌동 일부 아파트가 세대 수를 극대화한 '성냥갑 아파트'와 달리 건물 한가운데를 비운다거나 하는 식으로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분양가 상한제 유지론자들은 현재 주택 품질은 주택 매수자의 구매력 수준을 반영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인 김남주 변호사는 "분양가 상한을 정할 때 정부가 자재비 상승 등 공사비 변동을 반영해 기본형
건축비를 인상하고 있고, 건설사가 고급 자재를 쓸 경우 가산비 항목을 통해 추가로 가격을 올릴 수 있도록 인정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 산정 때 건축비 가산(加算) 비용을 인정받는 항목이 경관 조명, 홈네트워크 설비 등 제한돼
있다"며 "마감재 등 집 안에 들어가는 것들은 가산비용을 인정받을 법적 근거가 없어 차별화된 집을 공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가 분양가 심의를 할 때 자의적으로 가산비용을 삭감하는 사례도 많다는 지적도 있다. [3]국토부-시민사회, 분양가상한제 폐지 공방 국토부 "탄력 적용해야" vs 시민사회 "조합원 속임수 불과" 2013-03-07 18:10:44 국회 국토해양위 소속 김관영 민주통합당 의원이 7일 주최한 분양가상한제 폐지 관련 세미나에서 국토해양부와 시민사회단체가 찬반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분양가상한제 폐지론자들은 '분양가 규제가 주택공급양을 줄여 오히려 주택가격을 올린다'고 주장한 반면, 유지론자들은 '고분양가로 인한 주택가격 상승으로 가계부채, 미분양 사태만 심화시킬 것"이라며 맞섰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미나의 기조발제에 나선 박선호 국토해양부 주택정책관은 "분양가상한제는 시장과열기에 고분양가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 도입돼 분양가 상승 억제 등 긍정적 효과를 거뒀다"면서도 "주택공급이 충분하고 미분양 발생 등 주택시장이 침체된 현 시점에서는 맞지 않는 제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불필요한 규제를 개선해 일본식 장기불황의 불안감 해소 등 시장분위기를 반전시킬 필요가 있다"며 "이번 정부안은 상한제의 기본틀은 유지시켜, 가격 급등시에는 상한제를 즉시 적용할 수 있도록 법에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도 "과거 김대중 정부가 분양가 규제를 폐지하지 않았더라도 주택공급 부족으로 주택가격, 전세가 상승이 장기화됐을 것"이라며 "가격규제는 장기적으로 주택의 질적, 양적 공급을 축소해 결과적으론 임대료와 가격 앙등을 유발하는 부작용을 발생시킨다"고 분양가상한제 폐지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반면, 시민사회단체를 대표해 나온 토론자들은 "미분양아파트 해소, 가계부채 해소, 후분양제 도입 등의 사전대책 없는 분양가상한제 폐지는 건설회사의 재정난을 일반 분양자에게 전가시키는 것"이라며 현행 유지를 주장했다. 김남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변호사는 "새정부는 분양가상한제 폐지가 목표가 아니라 같은 개정안에 포함된 전매제한의 사실상 폐지가 목표인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통해 투기적 수요를 유발해 주택 가격 상승을 도모하려는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그는 백번 양보해 폐지론자 주장처럼 분양가상한제 폐지로 공급량이 증가한다고 쳐도 미분양주택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분양가 자율화로 주택공급을 늘릴 경우 걷잡을 수 없는 미분양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며 "국회는 당장 폐지 논의를 중단하고 중사층과 서민들의 주거안전과 전세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 운동본부장도 "1999년 분양가 자율화 이후 2007년 상한제 도입시까지 토건세력은 거품 낀 고분양가로 아파트값 거품을 만들었다"며 "이런 마당에 상한제 폐지는 결국 분양원가를 감추고 소비를 속여 주변 주택가격을 자극해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가려는 술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장은 "분양가상한제를 탄력 적용하려면, 미분양 부담을 조합원들에게 지우는 현재의 재개발 방식 개선, 금융규제 완화와 무분별한 부동산 세제 완화 포기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를 개최한 김관영 의원은 "아직 민주당내 여론은 분양가상한제 탄력운용에 대해 부정적"이라며 "의원들에게 자세한 정보를 알려야 하고 정책위원회에서 논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주택법 국회 통과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국토해양위는 앞서 지난 달 27일 소위를 열어 분양가 상한제 대상을 보금자리주택, 주택가격 급등 지역 등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민주당이 당론으로 반대하면서 본회의 상정이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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