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2.06 03:03
[건강한 삶 9988(99세까지 88하게 삽시다) 프로젝트 - 1부 나트륨]
[10] 싱거운 식품, 사먹고 싶어도
못사먹는다
- 암호 같은 나트륨 수치
100g당 얼마 식으로만 표기해 얼마나 짠지 싱거운지 알수없어
성분 표시도 눈에 잘
안띄는 제품 뒷면이나 밑면에 표기
- 나트륨 신호등 도입하면
싱거운 건 녹색, 짠 건 빨간색… 색깔만 보면 금세
알수있어
"소비자들에 선택권 부여, 싱겁게 먹기 절로 확산될 것"
최근 싱거운 음식
만들기에 관심이 많아진 주부 이미애(54)씨는 얼마 전 집 근처 대형 마트에 들러 반찬거리를 고르다 혼란스러워졌다. 나트륨이 적게 들어간 식품을
사려고 했지만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식품 포장지 뒷면에 쓰여 있는 나트륨 함량 표시가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깨알같이 적혀 있는 것은
둘째 치고, 설사 찾아봤다고 해도 그 수치의 의미를 도통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씨는 "나트륨이 100g당 얼마가 들어 있다고 표시돼 있어서 전체 무게에 맞춰 계산해봐야 한다"며 "어묵 한 봉지에 나트륨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알게 되더라도, 이게 다른 제품과 비교해 짠 건지 아니면 싱거운 건지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나트륨이 100g당 얼마가 들어 있다고 표시돼 있어서 전체 무게에 맞춰 계산해봐야 한다"며 "어묵 한 봉지에 나트륨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알게 되더라도, 이게 다른 제품과 비교해 짠 건지 아니면 싱거운 건지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식품을 고르는 소비자들도 함량 표시에 관심을 기울일 수 없다. 질병관리본부가 실시한 201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가공식품을 살 때 영양성분 표시를 확인하는 소비자는 3명 중 1명(29.3%)이 채 안 됐다. 나트륨 표시에 눈길을 보내는 이들은 8.5%뿐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지난해 6월 백화점·대형 마트 등 유통업체에 '저(低)나트륨 식품 코너'를 자율적으로 운영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취재진이 돌아본 서울 시내 백화점과 대형마트 10곳에는 저염(低鹽) 코너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처럼 영양성분과 나트륨 표시가 눈 가리고 아웅이다 보니 식품 선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식품에 어느 정도의 나트륨이 들어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도록 표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식품표시 바로 알기 운동본부를 운영 중인 녹색소비자연대의 허혜연 팀장은 "열량이나 나트륨, 당분 등 주요 영양성분만이라도 제품의 뒷면이 아닌 소비자의 눈에 잘 보이도록 앞면에 표시해야 한다"며 "외국에서는 이미 앞면에 식품의 영양성분을 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 차원에서 나트륨 줄이기 운동을 하는 영국이나 핀란드 등에서는 나트륨 신호등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식품의 앞면에 나트륨이 많이 들어간 것은 빨간색, 적게 들어간 것은 녹색 마크를 달게 한다. 소비자들은 색깔만 보고 어느 것이 나트륨이 적은 식품인지 금방 알 수 있다.
식약청 관계자는 "2011년부터 햄버거나 과자류 등 어린이 기호식품에 대해서는 영양성분 신호등 표시제도를 업계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했지만, 현재 21개 제품만 신호등을 표시하고 있다"며 "지난해 5월 총리실 주관으로 신호등 표시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자고 방향을 정했지만 업계 반발이 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싱겁게 먹기 실천 연구회 김성권(서울대 의대 신장내과) 대표는 "식품 회사에 나트륨을 적게 넣으라고 강요할 수는 없지만, 나트륨 신호등 제도만 도입돼도 소비자의 선택이 확 달라져 식품 산업 전반에서 자연스럽게 나트륨 함량이 확연히 줄어드는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