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2.01 13:40
“많은 사람 집 소유권 넘기는데 거부감 느껴"
올해 中企·소상공인에 8.2조원 지원 예정
은행·카드 복합상품 적극적으로 발굴
“기업 구조조정을 주채권은행이 알아서 하라고 하면 제대로 결론을 낼 수 없습니다. 기업을 살릴 것인가 죽일 것인가는 누군가 결정을 해야
하는데 시장에만 맡겨 두면 기업들이 더 힘들어집니다.” 이순우 우리은행장은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가진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어려운 기업들을 주채권은행이 알아서 하라고 하면 은행 간 이해가 다르기 때문에 협조가 이뤄지기 어렵다”며 기업 구조조정의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행장은 2003년 우리은행 기업금융단 단장 시절 실무를 총괄했던 ‘LG카드 사태’를 예로 들었다. 그는 “당시 LG카드를 정상화하는데 7조원을 투입했는데 주채권은행이 알아서 하라고 했다면 못 했을 거다”며 “은행들은 생각도 다르고 주주 구성도 다르기 때문에 다른 은행 말은 듣지도 않고 들을 필요도 못 느낀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올해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보고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경영난에 처한 중소기업을 조기 정상화할 계획이다. 또 위험 관리 시스템을 강화해 여신 건전성을 높일 예정이다.
- ▲ 이순우 우리은행장은 지난 29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주채권은행이 알아서 하는 기업 구조조정은 한계가 있다며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이덕훈기자 leedh@chosun.com
-경기 침체로 기업들 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주채권은행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
“은행들은 각자 생각이 다르고 주주구성도 다르기 때문에 다른 은행 말을 안 듣는다. 삼부토건이나 동양고속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할 때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기업을 살릴 것인가 말 것인가를 누군가 판단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놔두면 다 죽는다.”
-올해 주요 업종 전망은.
“새 정부가 경기부양 정책을 쓸 수 있겠지만 거시경제가 불안정해 전반적으로 산업이 위축될 것으로 본다. 특히 건설업은 부동산 시장 침체와 공공 토목공사 발주 부진으로 올해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조선업과 해운업도 유럽 재정위기 재발 우려 때문에 어려운 영업환경이 예상된다.”
-올해 가계와 중소기업 대출 전략은.
“경기가 어려워도 은행이 해야 할 역할이 있다. 단기적으로는 은행 수익에 악영향을 주겠지만 한계기업과 한계가계를 퇴출하기보다는 최대한 회생과 상생의 개념을 갖고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제공하려고 한다. 중소기업 경영진단은 크게 4개 단계로 나눠 단계별로 대출, 금리 인하, 컨설팅 지원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최근 중소기업전략부를 중소기업지원부로 바꾸고 부서 내 소상공인지원팀을 신설했는데, 금리 인하 외에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상품을 준비 중이다. 또 올해 8조2000억원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지원할 예정이다. 4월까지 1조원을 우선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작년에 하우스푸어 대책인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trust & lease back·신탁 후 재임대)을 출시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업계 최초로 하우스푸어 상품을 내놨는데 지금까지 3명이 신청해 성공했다고 말할 순 없지만 좋은 실례가 됐다고 생각한다. 이 상품을 내놓고 두 가지를 느꼈다. 하나는 소유권을 넘기는 것에 많은 사람이 거부감을 갖고 있고, 또 하나는 하우스푸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소유권 이전을 전제로 한 하우스푸어 대책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보완 대책을 마련할 때 이런 점을 반영하려고 한다.”
- ▲ 이순우 우리은행장은 "소유권을 넘기는 하우스푸어 대책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이를 보완한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이덕훈기자 leedh@chosun.com
“우리보다 앞서 저성장·저금리를 경험한 일본은 해외채권을 많이 사고 해외 진출도 많이 했다. 국내 다른 은행도 해외로 진출할 계획을 잡고 우리은행도 최근 브라질에 여섯 번째 해외법인을 열었다. 그런데 얼마 전 매튜 디킨 HSBC 은행장에 ‘해외로 진출하고 싶은데 너희는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봤는데 국내에서 버틸 힘이 있어야 해외에서도 버틸 수 있다고 답해주더라. 국내에서 돈 벌고 해외에서 까먹는 경우가 많은데 국내 기반이 우선 탄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영업에 신경을 쓰겠지만 국내 영업기반도 강화하려고 한다.”
-올해 수익전망은 어떤가.
“좋지 않다. 수수료와 순이자마진(NIM)은 줄고 충당금은 늘어나서 올해 순이익은 작년의 3분의 2수준이 되지 않을까 싶다. NIM은 2%를 지키려고 하는데 쉽지 않아 보인다. 저비용 예금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려고 한다.”(2011년 2조69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우리은행은 지난해 약 1조4000억원, 올해 약 80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익이 줄면 지점이나 인력 구조조정도 있나.
“우선 업무추진비부터 줄였고 고객 서비스를 강화해서 2번 올 손님을 한 번만 오게 하거나 아예 안 오게 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이렇게 하면 고객도 좋고 은행도 좋다. 지점은 전체적으로 생산성을 검토해서 올해 약 20개를 통폐합할 계획이다. 어렵다고 다 줄이면 (전체 지점의) 10%를 줄여야 하는데 직원에게 10% 더 일하라고 당부했다. 예금보험공사의 관리를 받는 우리은행은 다른 은행처럼 특별 퇴직금을 마음대로 줄 수 없기 때문에 인력 구조조정에 한계가 있다. 매년 200~300명씩 명예퇴직을 하는데 올해도 예년 수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카드가 은행에서 분사해 새로 출범할 예정인데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방안은.
“우리카드가 분사해도 우리은행이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한다. 우리카드는 우리은행이 안 도와주면 빨리 정착하기가 어렵다. 나도 요즘 카드 신청서를 갖고 다니면서 카드를 권유하고 있다. 우리카드가 새로 출범하면 은행 내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이 도와줘야 한다. 은행과 카드의 금융복합상품을 만들거나 협업이 가능한 영역을 적극적으로 발굴할 생각이다.”
-2011년부터 꾸준히 고졸직원을 채용했는데 올해 계획은.
“2011년에 85명, 지난해 200명 채용했는데 일을 정말 열심히 한다. 올해는 점포가 늘지 못해서 얼마나 채용할 수 있을지 고민인데 고졸 채용 기조는 계속 이어나갈 생각이다. 대졸 신입사원 채용 인원도 작년보다는 줄어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