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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은 답 없다" 주식에 눈돌리는 부자들

"부동산은 답 없다" 주식에 눈돌리는 부자들

  • 방현철 기자
  • 금원섭 기자
  • 입력 : 2013.01.17 03:11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 증시연금 비과세 제한 따라
    거액 자산가들 은행서 돈 빼, 증시 예탁금 1조원 넘게 증가
    물가연동국채 거래도 급증… 즉시연금 가입 막차 타기도

    대기업 부장 정모(47)씨는 올 초 만기가 돌아온 은행 정기예금 1억원을 찾아 보험사의 즉시연금에 넣었다. 정씨는 "새로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가 될 것 같아 고민하다 나와 집사람 앞으로 5000만원씩 쪼개서 즉시연금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그가 즉시연금을 선택한 것은 목돈을 넣고 매달 월급처럼 연금을 받는 즉시연금은 비과세 상품이라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새해 들어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대폭 낮춰지면서, 정씨처럼 투자금을 과세 피난처로 옮기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들어 10일까지 은행에서 1조60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반면 보험사의 즉시연금은 4500억원 넘게 늘었고 부자들이 많이 찾는 주식형 사모펀드도 2500억원 가까이 늘었다. 증시에 들어가기 위해 대기하는 예탁금도 1조원이 넘게 늘었다. 금융소득 종합과세발(發) '머니 시프트(money shift·자금 이동)'가 본격화되고 있는 셈이다.

    예금 빼서 즉시연금 막차 타기

    금융소득 과세 기준 강화로 올해 새롭게 금융소득 종합과세(세율 6~38%) 대상자가 되는 사람은 약 15만명으로 추정된다. 이 중 금융소득 과세 강화로 은행에 5억~10억원의 정기예금을 보유한 사람의 부담이 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은 작년 6월 말 현재 4만6000여명으로 예금액이 34조원에 달한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과세 강화로 실제 움직일 가능성이 높은 예금은 20조원 정도로 추산된다"며 "이 자금은 세제 혜택이 있는 금융상품이나 주식형 펀드 등으로 옮겨 갈 것"이라고 말했다.

    거액 예금자들이 투자금을 주로 옮기는 곳은 즉시연금이다. 연초 이후 삼성·한화·교보 등 3대 대형 생명보험사에 새로 가입한 즉시연금 금액은 4500억원을 넘었다. 1월이 절반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과세 기준이 강화 소식이 나오기 전인 작년 11월 가입액(7144억원)의 60% 넘게 늘어난 것이다. 즉시연금은 정부가 다음 달 중 세법 시행령을 고쳐 과세 대상으로 새로 지정할 예정이어서, 보험사나 은행 등 PB센터(부자 고객 자산관리 센터)엔 '막차 타기' 가입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절세 혜택이 있는 채권 중에선 물가연동국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작년 12월만 해도 물가연동국채의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은 164억원에 불과했지만, 14일에는 705억원으로 4배 이상 늘었다. 물가연동국채의 표면금리는 연 1.5%로 낮지만 물가상승분만큼 원금이 불어나고, 원금이 불어난 부분에 대해선 세금을 물리지 않아 거액 자산가들이 선호하고 있다.

    부자들 주식으로 눈 돌리나

    거액 자산가들이 오랫동안 외면해온 주식으로 눈을 돌리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상장 주식 양도 차익은 비과세라 절세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주로 부자들이 가입하는 주식형 사모(私募) 펀드는 올 들어 14일까지 2494억원이 늘었다. 일반 투자자들이 많이 가입하는 주식형 펀드가 같은 기간 1조원이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이상돈 한가람투자자문 대표는 "2~3년 전에 주식시장을 떠났던 부자 고객들이 최근 '올해는 주식이 어떻겠냐'는 문의를 많이 한다"며 "부동산 시장이 올해도 침체할 것으로 보이자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증시에 들어가기 위한 대기자금이 머무르는 예탁금도 15일 현재 18조1773억원으로 올 들어 1조1023억원이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