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음향팀엔 록커 출신 ‘재야 고수’ 있다
한겨레입력2012.12.26 18:00수정2012.12.27 10:30
[한겨레]현대차 음향팀 3인방 인터뷰
"제네시스와 에쿠스, 음향시스템 다른 것 아세요?"
소비자 취향 따라 시스템 개발
제네시스는 역동적 음악 맞춤형
에쿠스는 클래식 어울리게 튜닝
90년대 렉서스 따라잡기 고군분투
록밴드 출신 '재야 고수' 특채도
"이젠 현대차 고유의 음향 만들것"
"미국에 수출된 엑셀(옛 현대차 소형 세단)을 구매한 소비자들로부터 불만이 쏟아졌습니다. 부실한 음향시스템 때문이었죠. 해법을 찾아오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1991년 입사 3년차 조호영(현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전자IT개발팀장)씨는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때만 해도 국외 출장이 드물던 시기였던 터라 선임들은 조씨에게 "운이 좋다"고 했다.
하지만 조씨의 심정은 착잡했다. 어디서 해법의 실마리를 찾을지 막막했던 탓이다. 답을 찾아 헤매던 중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옆에 트럭 한 대가 지나갔다. 쿵쿵 울리는 흑인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때 감이 왔습니다. 미국 소비자들은 저음이 많고 음폭이 큰 음악을 즐겨 듣는다는 것을…. 이런 취향을 고려하지 않고 (음향) 설비를 했으니 클레임(항의)이 많을 수밖에요."
소비자 음악 취향 파악은 음향 시스템 개발의 첫 단추에 불과했다. 우수한 음향 구현이라는 본격적인 과제가 앞에 놓였다. 자동차 실내 공간은 다양한 각도에서 소리가 반사되기 때문에 고급 스피커 장착만으로 뛰어난 음향이 나오지 않는다. 귀에 거슬리는 내·외부 소음 문제도 풀기 쉽지 않은 난제였다.
벤치마킹 대상으로 일본 도요타의 고급 브랜드 렉서스를 골랐다. 렉서스가 타깃이 된 이유는 양승완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전자시스템개발실장(이사)이 설명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모두 자동차 공학도이다 보니 음악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했다. 훌륭한 악기를 반드시 뛰어난 연주자가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음악 문외한이 과다니니(명품 바이올린)를 만들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한미수 책임연구원이 현대·기아차에 영입된 이유도 그때문이다.
'재야 고수'에서 '현역 전문가'로 변신한 한 책임연구원은 차종과 소비자의 음악 취향 간의 관계 파악을 강조했다. 제네시스처럼 동적 성능을 즐기는 사람과 에쿠스처럼 편안한 차를 타는 고객은 음악 취향이 다르다는 것이다. "차의 특성과 소비자의 기호에 따라 튜닝 콘셉트도 달라집니다. 에쿠스는 클래식에 잘 어울리는 방향으로, 제네시스에는 좀 더 역동적인 음악이 어울리는 쪽으로 튜닝합니다."
그는 소리 배분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고급차와 일반차는 다릅니다.
그는 내년 하반기 출시 예정인 2세대 제네시스의 음향시스템을 맡고 있다. 그에게 목표를 물었다. "현대차의 음향 품질은 1세대 제네시스 때 점프업 했어요. 렉서스에 뒤지지 않는 수준이 됐죠. 이번에는 현대차의 색깔을 가진 음향을 담는 게 목표에요. 현대차의 음향 색깔은 어떤 빛일까요?" 화성/김경락 기자sp96@hani.co.kr
"제네시스와 에쿠스, 음향시스템 다른 것 아세요?"
소비자 취향 따라 시스템 개발
제네시스는 역동적 음악 맞춤형
에쿠스는 클래식 어울리게 튜닝
90년대 렉서스 따라잡기 고군분투
록밴드 출신 '재야 고수' 특채도
"이젠 현대차 고유의 음향 만들것"
"미국에 수출된 엑셀(옛 현대차 소형 세단)을 구매한 소비자들로부터 불만이 쏟아졌습니다. 부실한 음향시스템 때문이었죠. 해법을 찾아오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조씨의 심정은 착잡했다. 어디서 해법의 실마리를 찾을지 막막했던 탓이다. 답을 찾아 헤매던 중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옆에 트럭 한 대가 지나갔다. 쿵쿵 울리는 흑인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때 감이 왔습니다. 미국 소비자들은 저음이 많고 음폭이 큰 음악을 즐겨 듣는다는 것을…. 이런 취향을 고려하지 않고 (음향) 설비를 했으니 클레임(항의)이 많을 수밖에요."
소비자 음악 취향 파악은 음향 시스템 개발의 첫 단추에 불과했다. 우수한 음향 구현이라는 본격적인 과제가 앞에 놓였다. 자동차 실내 공간은 다양한 각도에서 소리가 반사되기 때문에 고급 스피커 장착만으로 뛰어난 음향이 나오지 않는다. 귀에 거슬리는 내·외부 소음 문제도 풀기 쉽지 않은 난제였다.
벤치마킹 대상으로 일본 도요타의 고급 브랜드 렉서스를 골랐다. 렉서스가 타깃이 된 이유는 양승완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전자시스템개발실장(이사)이 설명했다.
"렉서스는, 도요타가 당시 제너럴모터스(GM)·포드·크라이슬러 등이 철옹성 같이 지키고 있던 미국 시장을 뚫기 위해 만든 브랜드입니다. 도요타는 렉서스의 경쟁력으로 음향시스템을 정해 적지않은 투자를 했어요. 소음을 최소화하고 그 빈자리를 우수한 사운드 시스템으로 메우는 데 성공해, 결국 1990년대에 이미 메르세데스-벤츠나 베엠베 등 고급차 수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는 "렉서스를 따라잡기 위해 흘린 땀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양 실장은 10년 가까이 조호영 팀장과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모두 자동차 공학도이다 보니 음악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했다. 훌륭한 악기를 반드시 뛰어난 연주자가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음악 문외한이 과다니니(명품 바이올린)를 만들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한미수 책임연구원이 현대·기아차에 영입된 이유도 그때문이다.
한 책임연구원의 이력은 독특했다. 고등학교 때 록밴드에서 가창과 전자기타 연주를 맡았다. 공부는 뒷전이었다. 서울예전 진학을 하려다 먹고 살 일이 걱정돼 방향을 틀었다. 군대를 다녀온 뒤 늦깎이로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했다. 그러다 다시 대학원에선 음향 쪽으로 전향(?)했다. 그게 인연이 돼 현대·기아차에 5년 전 특별 채용됐다. '듣는 귀'가 아쉽던 현대·기아차에 안성맞춤형 인재였다. 한 책임연구원은 "대학원에 다닐 때 ㄷ그룹 장남이 차를 몰고 와 1억5000만원이나 드는 음향 튜닝을 부탁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용산에 즐비한 오디오숍 직원들은 웬만하면 다 알고 지냈다고 그는 말했다.
'재야 고수'에서 '현역 전문가'로 변신한 한 책임연구원은 차종과 소비자의 음악 취향 간의 관계 파악을 강조했다. 제네시스처럼 동적 성능을 즐기는 사람과 에쿠스처럼 편안한 차를 타는 고객은 음악 취향이 다르다는 것이다. "차의 특성과 소비자의 기호에 따라 튜닝 콘셉트도 달라집니다. 에쿠스는 클래식에 잘 어울리는 방향으로, 제네시스에는 좀 더 역동적인 음악이 어울리는 쪽으로 튜닝합니다."
그는 소리 배분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고급차와 일반차는 다릅니다.
고급차는 VIP석(뒷자석 오른쪽)과 운전석의 (소리배분) 비율이 7대 3이라면, 일반 차는 3대 7 정도입니다. 실내에는 반사음이 많기 때문에 이러한 배분이 중요한 기술력이 되죠." 그는 음악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지금도 하루 3~4시간 이상은 음악을 듣는다. 주변에선 "노는 것 같다"는 질시도 종종 받는다고 한다.
그는 내년 하반기 출시 예정인 2세대 제네시스의 음향시스템을 맡고 있다. 그에게 목표를 물었다. "현대차의 음향 품질은 1세대 제네시스 때 점프업 했어요. 렉서스에 뒤지지 않는 수준이 됐죠. 이번에는 현대차의 색깔을 가진 음향을 담는 게 목표에요. 현대차의 음향 색깔은 어떤 빛일까요?" 화성/김경락 기자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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