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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카일라스 다르첸1


(초원에 사는 유목민 천막)


카일라스 주변의 설봉이 희미하게 보일 즈음 저녁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펑크난 차의 타이어를 교환하는 동안 창탕고원의 초원에 앉아 노을을 감상한다.
여행 초반의 설레임은 어느덧 사라지고 지친 몸에 깃드는 평온함에 나를 눕힌다.

수억만년전 히말라야는 암모나이트 조개가 서식하던 바다였는데 지금은 세계의 지붕이다.
길이를 잴수 없는 영겁의 세월이 바다를 고원으로 만들었고 그 세월속에서
인간은 그져 하루살이같은 존재일뿐...



(설산아래 평화로운 양떼)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자라지 못하는 황량하기 그지없는 산과 계곡은
생명의 흔적조차 없는듯한 살풍경한 모습이라 마치 화성에 뚝 떨어진 것 같이 느껴지고
그러다 끝을 알수 없는 지평선까지 펼쳐진 초원에 핀 야생화 한포기
한가로이 풀을 뜯는 앵떼에게서 다시 생명을 느끼는 고원
숨가쁘게 달려온 길을 뒤돌아 보는 이곳은
해와 달과 별의 고향이고 바람과 구름의 고향이며 바다로 흐르는 강들의 고향이다.



(바람에 나부끼는 룽다)


아침이 되면 찬란한 태양이 황갈색의 땅과 녹색의 초원을 반짝이는 이슬속에 드러내고, 한낮에는 잉크를 풀어 놓은듯한 푸른 하늘위에서 이글거리는 태양이 모든것을 태울듯 하다가 저녁이 되면 구름속에 선홍색 물감을 풀어 놓는 황금색 노을이 지평선을 덮고, 이윽고 밤이 되면 전 우주의 별이 모여 눈부시게 잔치를 벌이는 서부티벳 창탕고원
인간이 우주와 하나가 되는 범아일여(凡我一如)의 경지가 무엇인지 이곳에서는 꼭 알 것만 같다.



(서부티벳의 목가적인 풍경)


카일라스 근처의 아주 작은 마을인 門土(먼쓰)근처에는 온천으로 유명한 딜타푸리(Tirthapuri)사원이 있다. 히말라야의 깊은 산자락속에 숨은 이 온천은 여러 종교의 성지로 그리고 고대왕국의 도읍지로 유명한데, 인도에서 스투레지강을 따라 올라와 상천하를 거슬러 올라 神山 카일라스로 가는 길목에 있기에 고대부터 순례자들이 지친 몸을 쉬어가는곳 이었다.

때문에 '딜타푸리'는 오래전부터 각 종교마다 많은 의미가 부여되었다.
힌두교에서는 시바 신의 부인인 우마 여신이 목욕을 하는 성스러운 곳으로서, 티벳에 불교를 전한 티벳 '사자의 서' 의 저자로 유명한 인도의 고승 '파드마삼바바'의 수행처로서, 그리고 '뵌'교에서는 그들의 고대왕국, '샹슝'의 도읍지로 널리 알려졌다.



(초원의 유목민)


카일라스에 근거를 두고 있는 종교 중 불교 도래 이전의 티벳 원시종교인 뵌(Boen)교는 종교적 지식과 실천의 끊임없는 흐름을 지닌 티벳의 고대 종교로 그 기원은 선사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뵌교는 다른 종교와의 접촉을 통해 가장 좋은 것을 흡수하여 취하는 형태를 추구해 왔고 그 결과 오늘날의 뵌교는 불교, 샤머니즘 그리고 마술의식이 혼합된 형태로 존재한다



(바람과 구름의 고향)


황량한 히말라야의 티벳고원에서 태고적부터 자생한 샤머니즘을 뵌교라는 다신교적 원시종교로 발전시킨 사람은 약 BC 1세기 경에 나타난 센랍 미우체(Shenrab miwoche)였다.
그는 후에 뵌교의 교조(敎祖)로 추앙받게 되는데 뵌교 경전에는 신비스런 측면이 강조되어 있을뿐 명확하게 어떤 인물인가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다만 확실한것은 그가 티베트인이 아니라 아라비아 사람이라는 것 뿐이다. 경전에 의하면 그는 신통력이 뛰어난 일종의 마법사로 비행접시 같은 원반을 타고 날아서 카일라스 산의 정상에 내렸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제자들도 이 산 기슭에서 수행을 하였기 때문에 그후에 카일라스는 그들의 성지가 되었다.

그 후 뵌교는 그의 제자들에 의해 종교형태를 갖추며 주변에 펴져 나갔는데, 초기의 뵌교는 교조 '센랍'의 고향인 대식국(大食國, 옛 페르시아) 에서 성행하다가 후에 인더스 강을 따라 티벳 고원으로 본거지가 옮겨져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짜이를 끓이는 티베탄 순례자)


이 제정일치(祭政一致) 형태의 고대왕국은 통일국가라기보다는 일종의 부족연합체였는데 광대한 영토에 퍼져 있었다고 기록은 전한다. 그중 중심되는 샹슝국이 바로 이곳 서부티벳에 도읍지를 두고 있었다.
이 종교왕국은 얄륭계곡에 근거를 잡은 티벳 최초의 통일왕조인 '최갤' 왕조에게 병합되었는데 이때 자연스럽게 뵌교도 티벳 고원에 전통신앙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후 티벳고원에 당나라를 벌벌 떨게 하는 대제국으로 발전한 토번 왕국의 '송첸캄포' 왕 시절 당태종의 딸인 문성공주가 인질로 오면서 불교가 알려지고 티송왕 시절 구루린포체 파드마삼바바에 의해 인도에서 불교가 본격적으로 수입됨에 따라 기득권을 가지고 있었던 뵌교와 외래종교인 불교는 기나긴 헤게모니 쟁탈전을 벌이게 된다.



(순례자들과 함께 온 야크)


오랜 분열과 투쟁의 시기를 거친후에 개혁종단인 게룩파 즉 황모파(黃帽派)가 전국을 통일하여 라사의 포탈라 궁에 달라이라마 정부를 세우게 되니 티벳은 다시 정교(政敎)일체의 통일국가를 이루게 되어 근세까지 내려오며 불교문화의 꽃을 만개하게 되었다.

그 사이 뵌교는 힘이 약화되고 대부분 불교에 흡수되어 버려 일부 지방, 계층에서만 명맥을 유지하면서 종교로서의 힘은 잃었지만 민간신앙으로서의 잠재력까지 잃은 것은 아니어서 지금도 티벳인들의 일상생활과 가슴속에서 면면히 살아 숨쉬고 있다.



(마나사로바 빈관)


카일라스에서 시작되는 마천하는 간밤에 온 비로 수위가 높아져 강을 건너는 길이 잠기어 있었다. 이곳저곳 얕은곳을 찾느라 후랫쉬를 켜고 강가를 탐색하고 물에 들어가 보며 수위를 측정하는데 백내장을 앓는 동행중인 티벳 환자가 건너갈수 있는 길을 안다고 하여 멀리 우회하여 마천하를 건너 다르첸에 도착한것은 사위가 깜깜한 한밤중이었다.

카일라스 순례의 기점인 다르첸에는 환자들을 위해 스위스 적십자회에서 쳐논 텐트가 줄지어 있다.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다르첸의 밤, 담요조차 없는 맨 바닥의 텐트에서 자야 하나 하고 걱정이 되어 물으니 티베탄들은 여기서 자고 봉사대원들은 마나사로바 빈관에서 묵을꺼라고 한다.
환자인 현지인들은 맨바닥에서 자는데 우리만 빈관으로 가는게 좀 미안했지만 고산증과 추위와 긴 행로에 지친 몸은 빨리 따스한곳을 찾고 싶어한다.




(다르첸 마을의 스위스 적십자회 텐트)


티베탄들을 내려놓고 운전기사, 봉사대원들과 함께 마나사로바 빈관에 가니 문이 잠겨 있다. 봉사대원으로 온 티벳청년 한명이 담을 넘어가 건물에 가서 사람을 깨우니 젊은 티벳소녀가 자다 일어나 문을 연다. 빈관에 들어가 방을 배정 하는데 봉사대원들이 한방, 규주와 펑과 나는 또 다른 한방에 배정 되었다
방에 배낭을 내려놓고 다들 1층 주방에 내려가니 문을 열어준 티벳 소녀가 수유차를 끓이고 있다가 "따쉬델레" 라고 인사를 하며 환영을 한다.

'니 하오마' 가 아닌 '따쉬뗄레'로 인사를 나누는 이곳은 티벳이다. 소녀가 내주는 수유차를 마시자 추위에 굳은 몸이 속에서 부터 따스한 온기를 대동하고 풀어진다.



(이 별의 이름은??)


수미산, 카일라스,
지도로만 보았던 이 여행의 하일라이트,
배낭 하나 달랑 메고 내린 이 별의 이름은 '다르첸'이다.

출처 : 조이풀제주, 장애인교육원
글쓴이 : 갈바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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